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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바이오]구직 한파에 길잃은 바이오벤처 주역들

  • 2025.02.25(화) 08:10

경영악화·구조조정에 임원급 인력 구직난
"구인 줄면서 임금 낮아지고, 채용 깐깐"

상장 신약개발기업에서 연구소장으로 일했던 50대 A씨. 6개월째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 그는 "최근에는 헤드헌팅 업체 연락도 거의 끊기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서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갈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 등을 위해 바이오벤처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냈던 이들이 다음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구직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이 산업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과 사장되면서 국내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산업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구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새롭게 창업하는 바이오벤처 기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기존 업체들은 문을 닫거나 몸을 움추리다보니 구직난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최고연구책임자(CTO) 등 바이오벤처의 핵심 인력이라 할 임원급이 직격탄을 맞았다. 적지 않은 나이에다 많은 경험을 가진 이들을 품을 자리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대부분 국내외 제약사와 연구소 등에서 일하다 바이오벤처에 도전한 이들이다. 

신규 일자리 88%, 29세 이하 집중…40·50대 3.2% 불과

보건산업진흥원이 집계하는 제약산업 고용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약(바이오)산업 신규일자리는 628개로 전년 497개 대비 26.4% 증가했다. 하지만 신규 일자리는 29세 이하(555개, 88.4%)와 30~39세(47개, 7.5%)에 집중됐고 임원급인 50~59세(11개, 1.8%), 40~49세(9개, 1.4%)를 찾는 수요는 일부에 불과했다.

한 바이오제약 헤드헌팅 업체 대표는 "바이오벤처 창업이 활발한 시기에는 능력있는 C레벨 임원으로 조직을 꾸려야 투자도 받을 수 있어 인력 수요가 많았다"면서 "창업은 없고 폐업은 많은 현재는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구직자가 많아지면서 기업들의 눈높이는 높아지는 반면 구직자의 몸값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직자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바이오산업의 침체를 경험하다보니 도전 보다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졌다. 상장 시장이 위축되면서 바이오벤처에서 제공하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등의 매력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신약개발기업 임원이었던 B씨는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소개받는 기업들은 극초기이거나 재무적으로 불안정한 기업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초기 회사일수록 고생만 하고 성과를 얻기 힘들어 결국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제약기업이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에는 구직자가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 본 적 없는 고스펙 인력들도 최근 회사 입사의 문을 두드린다"는 설명이다. 

도전보다는 안정…제약사 유턴 사례도

이에 따라 제약기업에서 바이오벤처로 이직했다 다시 제약기업으로 복귀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동아에스티 연구소장 출신인 안병옥 전 이뮨메드 대표는 최근 최근 제뉴원사이언스 R&D부문장으로 복귀해 주목받았다. 제뉴원사이언스는 한국콜마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를 인수해 탄생한 의약품 위탁생산(CMO)업체다.

이러한 구직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바이오산업 침체기가 이어지면서 구조조정이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바이오벤처, 비임상 및 임상 CRO, 제약사 등 바이오산업 전 영역에서 긴축 경영과 인력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벤처의 위기가 CRO, 제약사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작년 연말 인사에서 임원 5명이 회사를 떠났다"면서 "전체 회사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을지 다들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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