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대한민국 국가 자체의 호감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넷플릭스가 서울 종로구에서 개최한 '넷플릭스 인사이트' 발제자로 나서 "콘텐츠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서 한 국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설문조사기관 '2CV'에 의뢰해 7개국 1만15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K-콘텐츠 시청 이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응답한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시청자의 73%가 '그렇다'고 답했고, 브라질 71%, 미국 58%, 인도네시아 57%, 프랑스 48%, 태국 44%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넷플릭스 사용자와 비사용자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다른 점도 눈길을 끈다. 넷플릭스 사용자가 한국 문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61%였는데, 비사용자는 37%에 그쳤다.
게다가 K-콘텐츠를 접한 시청자들의 한국 방문 의향은 72%에 달했다. 비시청자(37%)의 두배에 달하는 수치다. 덩달아 한국 스킨케어 구매에 대한 관심(62%), 한식(61%), 한국 음악(52%)에 대한 매력도 높게 나타났다. K-콘텐츠가 다양한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 국가적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K-콘텐츠 핵심 플랫폼으로 작용
현재 넷플릭스는 세계 각국 시청자들이 K-콘텐츠를 접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브라질 시청자의 90%, 프랑스는 83%, 미국의 경우 78%, 인도 역시 73%가 넷플릭스를 통해 K-콘텐츠를 접한다고 응답했다.
이 교수는 "글로벌 시청자들이 K-콘텐츠를 접하는 주요 서비스는 넷플릭스"라며 "이를 통해 한류의 적용 범위와 국가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강점과 문화적 매력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도 한국의 '장기적 동반자'로 자리 잡기 위해 전세계 190개국에 K-콘텐츠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현지화를 위해 힘을 보탰다. 최근 세계적 인기를 끌었던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 방언으로 '정말 수고했다'는 뜻인데, 영어판 제목은 '인생이 당신에게 귤을 건넬 때(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태국판의 경우 '귤이 달지 않은 날에도 웃자'로 로 번역하고, 어린 애순이 쓴 동시의 운율은 영어 번역본에서도 각운이 반복되도록 번역하는 등 생생한 감동을 위한 노력을 더했다.
강동한 넷플릭스 콘텐츠 부문 총괄은 "스크린 안에서뿐만 아니라 스크린 밖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팬덤, 한국 문화의 확장에 투자하고 있다"며 "포스트-오징어게임 시대에 K-콘텐츠를 넘어 한국이라는 국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주요 채널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양극화 문제 없나…"지속가능성 고민"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넷플릭스 효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측면이 없지는 않다. K-콘텐츠로 돈을 벌고 있음에도 국내 시장에 대한 기여가 부족하며, 콘텐츠 투자비 급상승을 야기해 시장 양극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넷플릭스의 국내 판매를 담당하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899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3% 증가했지만 납부한 법인세는 39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국내 창작 생태계와 협업을 강조했다. 고현주 넷플릭스 시니어 디렉터는 "넷플릭스는 미래를 생각하고 (콘텐츠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게 하는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한국 콘텐츠를 보고자 하는 글로벌 수요는 굉장히 많지만 이를 만들 수 있는 인력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진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고, 실제로 5개 중 1개 작품은 신진 작가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5월 한국 콘텐츠 프로덕션 역량 강화를 위한 '그로우 크리에이티브 교육 캠페인'을 선보인 바 있다. 더욱 체계적인 인재 양성·기술 교류에 나서기 위한 행보였다.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어진 교육 대상은 2400명에 달했다.
콘텐츠 제작 비용 상승을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반박도 있다. 이 교수는 "(현대차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만들고 자동차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중국에서 한류 콘텐츠가 크게 성장했을 때도 배우 출연료 얘기가 나왔는데, 당시는 대형 작품뿐 아니라 웹드라마와 같은 다른 방식을 찾는 적응 과정이 있었다. 지금도 명품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 적응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강 총괄은 "콘텐츠 제작비 원가는 만드는 분들의 창작력, 스킬에 대한 보상이라 꼭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7~8년 전만 해도 한국 콘텐츠는 외국에서 공짜로 보거나 불법으로 유통되는 콘텐츠였는데, 이제는 외국에서 돈을 주고 보는 프리미엄 콘텐츠가 됐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들이 생기고 있고 앞으로도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강 총괄은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비중이나 증가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