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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담장을 뛰어 넘었다?

  • 2013.07.26(금) 10:07

불도장에 담긴 중국의 소프트파워

'담장 너머에서 구수하면서 기름지고, 향긋하면서 깔끔한 음식냄새가 흘러나와 코끝을 자극한다. 마침 지나던 스님이 냄새를 맡고는 식욕을 참지 못해, 수 년 간의 수행마저 팽개친 채 담장을 뛰어 넘어 음식 앞으로 달려갔다.'

중국 최고의 여름 보양식, 불도장의 내력이다. 부처 불(佛), 뛸 도(跳), 담장 장(墻)자를 써서 '스님이 담장을 넘었다'는 희한한 요리 이름도 여기서 비롯됐다. 스님마저 파계시켰다는 요리, 불도장은 과연 어떤 음식일까?

불도장에는 모두 30종류의 재료가 들어가는데 샥스핀, 전복, 해삼, 사슴꼬리, 생선입술, 자라 등의 고대 산해진미와 버섯, 죽순, 구기자 등 각종 약재를 전통명주인 소흥주 항아리에 담아 연잎으로 밀봉해서 다섯 시간 넘게 고아 만든다.

불도장은 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을까? 최고급 재료의 보양식이라서? 아니면 스님이 담장을 넘었을 정도로 맛있었기 때문에…?

분명한 사실은 실제 음식 때문에 담장을 넘어 파계한 스님은 없었다. 불도장이라는 이름은 맛에 반한 손님이 지은 시에서 비롯됐을 뿐이다. 역사적 사실이 아닌 문학적 창작에서 나온 이름이다.

"항아리 뚜껑 여니 음식향기 사방에 진동하고 / 길 가던 스님, 참선도 포기하고 담장을 뛰어 넘네"

또 널리 알려진 중국 요리치고는 역사가 긴 음식도 아니다. 기껏해야 100년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청나라 말기, 남부 푸젠(福建)성의 금융기관 책임자가 상급 감독관청의 관리를 접대하려고 만든 음식이 불도장의 효시다.

푸젠성 지방 음식에 지나지 않았던 불도장이 중국 최고의 보양식으로, 또 국제적으로 유명한 명품 요리가 된 이유는 중국 외교 때문이었다.

1984년,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리셴녠(李先念) 국가주석이 조어대에서 만찬을 베풀었을 때 나온 요리가 불도장이다. 같은 해 중국 공산당의 오랜 친구인 시아누크 캄보디아 국왕의 환영 만찬에도 나왔고 1986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방중 때도 등소평이 불도장으로 여왕을 대접했다.

중국을 방문한 국빈들의 환영 연회에 연이어 등장하면서 불도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중국 최고의 보양식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여기에다 스님이 담장을 넘었다는 허구의 스토리가 후각과 미각을 뛰어 넘어 유구한 역사의 중국 요리에 대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신비한 이미지 구축에는 세계적인 명사들도 한 몫을 거들어 불도장이 진짜 스님이 담장을 뛰어 넘을 정도로 맛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 결과, 엘리자베스 여왕 방중 직후 불도장은 한 때, 런던에서 가장 값비싼 요리로 팔린 적도 있다.

단지 먹으면 소화되는 음식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중국의 진짜 파워는 '스님이 담을 넘었다'는 스토리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유구한 문화와 전통이 만들어 내는 중국의 소프트 파워가 진짜 중국의 경쟁력일 수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선언 후 불과 30여년 만에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됐다. 그동안 세계는 중국의 부상을 놀라운 눈으로 쳐다봤고, 지금은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부분은 중국 경제, 중국의 하드파워가 아니라 중국 문화가 갖고 있는 스토리, 즉 중국의 소프트파워일지도 모른다. 중국 경제에 문화라는 스토리가 입혀지는 순간 진짜 차이나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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