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 문어를 좋아한다. 삶아서 바로 먹기도 하고, 약간 숙성시킨 문어숙회를 초고추장이나 기름간장에 찍어 먹기도 했는데 삶는 정도에 따른 문어의 미묘한 맛 차이까지도 구분할 정도다.
문어는 게다가 전통적으로 잔칫상에 오르는 음식이다. 지금도 경상도 안동 양반가에서는 손님상에 문어숙회를 내놓는다. 그러니 세상사람 모두가 문어를 좋아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임진왜란이 한참일 때 이여송 장군이 이끄는 명나라 원군이 조정에 도착했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을 때 나타난 구원병이었기에 조정에서는 전쟁의 와중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 정성껏 환영잔치를 마련했다. 기록을 보면 이 때 준비한 음식이 바로 문어요리였다.
명나라 장수들은 과연 문어를 맛있게 먹었을까? 기록에는 "모든 장수들이 난처한 낯빛을 띄며 감히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나온다.
중국인들은 문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바닷가 지역인 광동, 복건, 상해 지역은 문어를 먹지만 북경을 비롯해 내륙지방에서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사실, 다리 넷 달린 것 중에는 식탁 빼고 다 요리한다는 중국인이지만 그래도 싫어하는 음식이 있다.
첫째, 산낙지를 못 먹는다. 많은 중국인들이 살아 꿈틀거리는 산낙지를 보며 징그러워 먹지 못하겠다고 고개를 돌린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문어를 보고도 썩 식욕이 당기지는 않는 모양새다. 둘째, 의외로 깻잎을 먹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향긋한 깻잎 냄새가 중국인에게는 향기가 너무 강하고 역한 느낌이라고 한다.
사실, 문어는 나라별로 선호도가 분명하게 엇갈리는 음식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 일본은 문어를 좋아하고 유럽도 남부에서는 즐겨 먹는다. 다만 유럽인은 우리처럼 살짝 데친 것이 아니라 푹 삶은 문어를 좋아하니 우리 식성에는 썩 맞지 않는다.
반대로 중국, 그리고 북부 유럽은 문어를 잘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괴물 취급을 한다. 그러니 이여송을 비롯한 명나라 장수들이 감히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여송 일행은 대부분 지금의 중국 랴오닝(遼寧)성 출신이니 문어를 구경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혹시 자기네는 먹지 못하는 문어요리를 내놓은 것에 대한 복수였을까? 이여송이 선조 임금에게 답례로 내놓은 음식이 바로 계두라는 벌레였다. 계두는 계수나무 속에서 자란다는 벌레로 한나라 역사책인『한서』「남월전(南越傳)」에 나오는 유명한 식품이다.
남월은 지금의 중국 운남성, 베트남 북부로 예전 남월 왕이 중국에 공물을 보낼 때 보석은 한 상자를 보냈으면서도 계두는 간신히 한 접시를 보냈다고 적혀 있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맛이 달콤하면서 동시에 신맛이 나는데 황제들이 주로 간식으로 먹었다니까 이여송이 나름 조선의 왕을 지극 정성으로 대접하겠다고 준비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는 계두 아니라 계두 할아버지라도 벌레는 벌레일 뿐이다. 선조가 계두를 바라보며 오랫동안 망설이다 결국 젓가락을 대지 못했다는 기록이 『성호사설』에 실려 있다.
선조와 이여송 장군 이야기가 영락없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를 닮았다. 준비한 음식도 자기중심적이었지만, 익숙하지 않다고 안 먹은 것에서도 소통의 정신은 찾아 볼 수 없다. 배려와 소통이 없는 식사는 결국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의 식사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