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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되려면 새해 유자를 먹어야…

  • 2013.12.20(금) 08:43

부자가 되고 싶으면 새해에는 유자를 먹는 것이 좋겠다. 유자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금옥만당(金玉滿堂). 집안을 금과 옥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금옥만당하면 홍콩 영화가 먼저 떠오르지만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이야기로 집안에 재물이 넘친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유자를 먹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일까?

사실은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홍콩 그리고 중국 화동과 화남지방의 풍속이다. 홍콩 등지에서는 새해가 되면 유자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유자 잎으로 세수를 하고 목욕을 한다.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행운이 깃들어 돈과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황금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노란 유자에서 황금을 떠올렸다. 뿐만 아니라 한자로 유자의 유(柚)자는 하늘이 돕는다는 뜻인 천우신조의 우(佑)와 중국어로 발음이 같고, 있을 유(有)자와도 발음이 같으니 유자를 먹으면 하늘이 도와 재물이 생긴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유자 먹으면 부자 된다는 속설은 중국 풍속이니까 우리와 관련 없을 것 같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두부 모 자르듯 네 것 내 것으로 야멸차게 구별되지는 않는다. 전남 고흥 유자 마을에서는 요즘 유자 수출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주머니 사정이 여유로워진 중국인들이 전통 풍속을 떠올리면서, 금옥만당을 꿈꾸며 유자를 찾기 때문이다. 중국 풍속 덕분에 우리나라 유자 재배농가에서 돈을 버니 세계 각국의 음식문화도 알고 보면 돈이 될 수 있다.

유자가 홍콩과 중국에서 행운을 불러 오는 과일이라면 우리에게는 어떤 과일이 행운을 가져다줄까?

귤이 재물을 가져다주는 과일이었다. 귤 역시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과일이었는데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서는 귤을 대학나무라고 불렀다. 귤나무 몇 그루만 있으면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킬 수 있었기 때문인데 이제 시효가 만료됐는지 더 이상 귤로 돈 벌었다는 말은 들리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뜻만큼 되새겨봄직하다.

귤은 먼 고대로부터 후손을 위한 과일이라고 했다. 서양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지만 동양의 선현들은 내일을 위해 사과나무 대신에 귤나무를 심었다.

'감귤천수(柑橘千樹)'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천 그루의 귤나무라는 뜻으로 자손들에게 직접 재물을 남겨 주는 대신에 부자가 될 수 있는 자산을 물려준다는 뜻이다.

사마천의 『사기』「화식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로 "강남에 귤나무 천 구르만 있으면 왕이 부럽지 않다"고 했다.  중국 삼국시대 때 오나라의 단양 태수 이형이라는 사람이 이 글을 읽고는 자손들에게 직접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에 고향에다 귤나무 묘목 1000그루를 심었다.

그 사이 수많은 전쟁이 일어나면서 재물가진 이들이 돈도 빼앗기고 목숨도 빼앗겼지만 이형의 후손은 현금자산이 없었기에 불상사를 겪지 않고 빗겨갔다. 그리고 귤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면서 후손들이 자자손손 부자로 살았다.

유자와 귤, 오렌지는 동서양 모두 재물을 부르는 과일이니 새해에는 이들 과일을 먹으며 부자 되는 소원을 품는 것도 좋겠다. 다만 금옥만당도 막지능수(莫之能守)라고 했으니 지키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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