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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메밀국수를 먹어야...

  • 2013.12.27(금) 08:51

옛날 풍속에 섣달 그믐날이면 이듬해 운수대통하고 부자 되게 해달라며 도깨비를 부르는 고사를 지냈다. 이때 준비한 음식이 메밀묵에 메밀국수, 메밀전병, 메밀떡 등의 다양한 메밀음식이다. 도깨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메밀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메밀은 도깨비를 부르는 음식이다. 전래동화나 설화를 보면 도깨비들은 하나같이 메밀을 좋아한다. 도깨비들은 여러 좋은 음식을 놔두고 왜 하필 메밀을 좋아했을까?

도깨비는 우리에게 한편으로는 무섭지만 한편으로는 친근한 존재다. 한국의 도깨비는 재앙을 부르는 귀신의 이미지보다는 복을 가져다주는 수호신의 느낌이 강하다. 때로는 해코지를 하고 때로는 복도 가져다주는 이중적 존재지만 떠받들어 모셔야 하는 절대적 존재는 아니고, 두려움에 떨면서 복종해야 하는 무서운 귀신은 더더욱 아니다.

때로는 사람들한테 이용당하고 골탕을 먹기도 하는 어수룩한 존재다. 도깨비에게 혼나는 대상은 주로 못된 부자나 탐관오리들이지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이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금은보화가 쏟아지는 도깨비 방망이 덕분에 부자가 되고 팔자를 고쳤다.

도깨비의 출신 성분도 친숙하다. 조선의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도깨비의 출신을 밝혔는데 주로 숲에서 나온다고 했다. 숲속 나무가 도깨비의 서식지이자 출생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오래된 것의 힘이 바람과 합쳐졌을 때 도깨비가 되는데 동화나 설화에서 집에서 사용하던 오래 된 빗자루나 멍석이 도깨비로 변신하는 이유다. 도깨비의 출생지가 숲속 나무와 풀인 까닭이다.

도깨비는 서민친화적일 수밖에 없다. 태생 자체가 옛날 서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에 깃든 정령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도깨비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도깨비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배경이다.

도깨비의 출신 성분이 이렇다 보니 도깨비가 즐겨 먹는 음식 역시 서민들이 많이 먹는 음식일 수밖에 없다. 도깨비가 메밀묵을 제일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밀은 옛날 서민들이 겨울에 많이 먹었던 양식이었다. 양반이나 부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명절 때가 아니면 감히 쌀밥은 구경도 하기 힘들었다. 보릿고개 넘기기도 쉽지 않았으니 보리도 귀했다. 반면에 메밀은 구황작물이었고, 벼농사를 끝낸 후 짧은 기간에 심어 부족한 양식을 보탤 수 있으니 겨울철 서민들에게는 친숙한 곡물이었다.

옛날 곡식으로 만든 우리나라 전통음식 중에서 쌀로 지은 밥이나 떡을 제외하면 다른 대부분의 음식들은 주로 메밀로 만들었다. 냉면에서부터 막국수까지 조선시대의 국수는 대부분 메밀 국수였을 뿐만 아니라 떡에서부터 전병, 메밀묵에 이르기까지 메밀 음식은 농민들이 농사를 끝낸 후 겨울나기를 준비하며 먹었던 별미 음식이었다.

때문에 옛날 서민들은 자신들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영물인 도깨비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으로 메밀 음식을 설정해 놓고 섣달 그믐날 메밀묵을 쑤면서 도깨비에게 대접했던 것이다. 더욱이 메밀은 동서남북에 중앙을 상징하는 오방(五方)의 영물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작물이라고 믿었으니 도깨비에게 메밀묵을 바치며 한 해의 안녕과 복을 빌었던 것이다.

메밀음식으로 금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건강을 빌며 먹다보면 혹시 도깨비들이 소원을 들어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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