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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불균형은 해소되었는가

  • 2014.01.20(월) 11:12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일주일 전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진혼곡(A Requiem for Global Imbalances)'이란 칼럼을 썼다. 글로벌 불균형이란, 미국이 너무 많이 수입해서 적자가 지나치게 불어나고 중국은 너무 많이 수출해서 흑자가 과도하게 불어나는 현상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칼럼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불균형은 이제 종식됐다는 게 아이켄그린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과거와 같은 불균형이 다시 나타날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진혼곡'을 쓴 것이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국제금융과 통화체제 역사에 정통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연구의 중심에는 항상 국제수지가 있으며 따라서 "글로벌 (국제수지) 불균형이 끝났음을 행복하게 선언할 수 있게 됐다"고 한 그의 칼럼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필자는 감히 석학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글로벌 불균형 조정작업은 끝났으며 이제 다시 불균형이 확대되는 사이클로 접어 들었다."
 
▲ 출처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위 두 그래프에서 보듯이 글로벌 불균형을 상징하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는 눈에 띄게 균형을 되찾은 모습이다. 2007년에 GDP의 10%를 넘었던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2% 수준으로 축소됐다. 2006년에 GDP의 -5.8%에 달했던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들어 -2.4% 수준으로 개선됐다. 'GDP의 ±2%'를 경상수지의 균형범위로 간주한다면 두 나라는 그야말로 불균형을 거의 시정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관건은 그러한 균형상태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그러할 것"이라고 진단한 아이켄그린 교수는 ▲셰일가스 혁명에 힘입어 에너지 자급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점, ▲생산성 향상으로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중국과 같은 이머징마켓은 ▲무역흑자가 고성장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고, ▲막대한 외환보유액이 금융안정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 역시 알게 됐으며, ▲중국은 저축에서 소비로, 수출에서 내수로 경제를 재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지금까지 나타난 미국의 경상수지 개선은 두 가지 배경을 갖고 있다. 첫째는 금융위기를 전후로 한 저성장 시기의 일시적인 수입수요 위축 현상이고, 둘째는 셰일가스 혁명에 힘입은 석유 자립도 향상 효과다. 그런데 첫째 요소는 그야말로 일시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 출처 : 미국 상무부


위 그래프는 지난 1999년 이후 14년간의 미국 상품수지 추세를 다섯 국면으로 구분하고 있다.


(1)국면은 '글로벌 불균형 심화' 시기다. 미국의 과소비가 극에 달하면서 수지가 급격하게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국면은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미국이 리세션에 돌입한 시기다. 원자재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석유류 무역수지 악화속도가 대폭 빨라진 반면, 미국의 전체 경상수지는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 석유 이외 상품의 무역적자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원자재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의 실질 구매력이 약해진데다 리세션으로 인해 수입수요가 둔화된 결과다.

 

(3)국면은 금융위기 직후의 디플레이션 시기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폭발적으로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 폭락을 반영해 석유류 적자가 대폭 줄었고, 경기침체에 따라 석유제외 상품수지 적자도 급격히 감소했다.

 

(4)국면은 대략 2011년말까지 이어졌다.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한 경기회복기다. 되살아난 수입수요를 반영해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전반적으로 확대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향해갔다.

 

(5)국면은 지난 2012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기다. 미국의 무역수지가 다시 개선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국면을 좀 더 부각시켜 보면 아래 그래프와 같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 개선은 거의 전적으로 석유류 수지개선에 기인하고 있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미국의 석유류 수입이 대폭 감소한 반면 석유류 수출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류를 제외한 상품수지는 2009년 하반기 이후의 적자확대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국제수지 균형 회복은, 엄밀히 말하자면, 중국보다는 산유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 출처 : 미국 상무부

 

▲ 출처 : 미국 상무부


위 그래프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상수지 추이를 보여준다. 금융위기 직후 잠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이후로는 꾸준히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에 비해서는 확대 속도가 더뎌졌다는 점, GDP와 비교한 적자폭은 다소 줄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은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라 하겠지만, "불균형이 끝났다"고 선언할 정도는 아니다. 중국이 경상흑자를 대폭 줄이긴 했어도 그 혜택을 미국이 얻은 것은 아니었다. 미국과 중국간의 불균형은 단지 약간 개선됐을 뿐이다.

 

 

▲ 출처 : 미국 상무부


산업수출국 중에서 미국과의 불균형 개선에 가장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곳은 일본이다. 일본에 대한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지난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칼럼에서 "GDP의 6%에 달하는 독일의 경상흑자는 유럽자체의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글로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독일에 대한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 미국에 대한 독일의 상품수지 흑자는 급증하고 있다. 독일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대미흑자 역시 증가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 출처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미국과 중국을 대표로 하는 글로벌 불균형 국면은 대략 셋으로 나눌 수 있다.

 

(1)2006년말까지 중국의 경상흑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미국의 경상적자는 꾸준히 대폭 악화됐다. 미국 내수부문의 과소비 시기이며, 그 배경에는 미국의 완화적인 거시정책이 있었다.

 

(2)2007년부터는 반대양상이 나타났다. 미국의 경상적자는 줄고 중국의 흑자도 감소했다. (1)국면동안 중국에 축적된 해외로부터의 과잉 유동성이 중국의 부동산 붐을 일으켜 수입수요를 대폭 증가시킨 것이다. 반면 미국의 부동산 경기는 빠르게 꺾이기 시작해 수입수요가 위축됐다.

 

이후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 추세를 더욱 빠르게 진행시켰다. 수출경기가 악화된 중국은 강력한 내수부양 드라이브를 걸었고 부동산 투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입수요 역시 대폭 늘어났다. 이는 경상수지 흑자의 감소를 낳았다. 반면 미국의 경상수지는 횡보했다.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았던 탓에 수입수요는 제한적으로만 증가한 탓이다.

 

(3)새해부터 추세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가속도를 내면서 수입수요는 좀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가스 효과로 전체 경상수지가 과거처럼 급격하게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석유제외 부문의 적자 폭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은 그 동안의 '과잉'을 시정하는 작업에 착수해 있다. 이 작업은 아이켄그린 교수가 말한 '수출에서 내수로의 전환'이 아닌 '투자 중심의 내수에서 소비 중심의 내수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사실은, 내수로 떠받쳤던 지난 수년간의 고성장 유지 정책에서 탈피해 경제성장 속도를 늦추는 내수억제 정책으로의 전환이다. 내수의 구성을 투자에서 소비로 돌린다는 것은 그 과정의 충격을 완충하려는 것일 뿐이지, 과거와 같은 내수 성장속도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는 볼 수 없다. 이는 중국의 저축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경상흑자 확대 추세가 재개된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화 이후 글로벌 경제는 불균형과 재균형의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 선진국의 경기가 좋을 때는 이머징이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해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의 적자가 증가하고 이머징은 흑자가 누적됐다. 선진국의 경기가 하강할 때에는 이머징이 내수 붐을 일으키며 재균형 양상을 보였다. 이머징은 불균형 당시에 누적된 흑자(해외로부터의 유동성)를 기반으로 수출 침체를 완충했다.

 

지금은 다시 선진국 경제가 상대적 호조를 보이는 사이클이다. 이머징은 다시 저축을 늘리며 유동성 향연 때 쌓인 후유증을 치유하는 과정에 들어가 있다. 글로벌 자금흐름의 유턴은 이러한 과정을 촉진한다. 이머징의 금융환경은 긴축되고 선진국의 환경은 완화된다.

 

따라서 현 국면은 글로벌 불균형이 다시 확대되는 전환점으로 판단된다. 관건은 불균형이 다시 발생할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이번 불균형 사이클의 정도와 양상이 어떠하냐는 점이다.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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