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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허들을 넘으려면

  • 2014.03.14(금) 10:22

우리나라는 지난번에는 경제성장률 7%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곧 선진국에 진입할 것 같은 감상에 젖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낮아지는 잠재성장률을 4%로 끌어올려 선진 경제권으로 다가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성장률 제고와 잠재성장률 확충 전략은 어떻게 다를까?​​

경제성장이란 생산 활동이 활발해져,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성향상 없이도 노동과 자본을 더 많이 투하하면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게 하여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을 저부가가치 산업에 과다, 집중 투입할 경우 성장률은 오히려 낮아지고 갖가지 피로증후군만 더해진다. 소위 4대강 사업이 하나의 예가 될지 모른다.


성장잠재력은 생산요소들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이동하게 하여 산업구조고도화를 진행시키는 사회적 능력이다. 상품을 `더 좋게, 더 싸게, 더 빨리` 만들 수 있게 공급능력을 배양하는 성장잠재력은 경제발전의 핵심요소다. 물론 (양적)성장은 (질적)발전을 이끌고 (질적)발전은 (양적)성장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경제성장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딱 잘라 구분하기는 어렵다.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요만 있다면) 한계수익이 제로가 될 때까지 투자를 확대하여 생산량을 높여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경제 차원에서는 당장의 총생산량을 높이는 것보다 중장기 총공급능력을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 성장잠재력 배양에 힘쓰지 않고 억지로 성장률을 높이려다 보면, 고비용·저효율 구조 같은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제1차 산업혁명 이후 수백 년 동안 세계 각국은 경제성장 내지 경제발전에서 현저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오래된 일이지만, 스탠포드 대학의 에이브람오비츠 교수(Moses Abramobitz)는 그 원인을 "성장잠재력 배양을 위한 사회적 수용능력(absorptive capacity)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하였다.

 

당장에는 기술적으로 낙후되어 있더라도 사람들의 의식구조나 문화적 토대가 단단하여 `사회적 수용능력`을 갖춘다면 선진기술을 용이하게 흡수하여 성장잠재력을 빠르게 키워 나갈 수 있다. 사회적, 문화적 수준이 뒷받침되어야 기술습득능력이 빠르게 배양되어 성장잠재력이 높아지고 경제적 성과를 크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산주의 국가들이 장기적으로 좋은 경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동기부여」시스템 결함으로 기술습득과 근로의욕을 자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지런 한 사람이나 게으른 사람이나 엇비슷한 대우와 똑 같은 후생복지를 누린다면, 누가 기를 쓰고 일하겠는가? 

 

동남아와 중남미 일부 국가의 경우 한정된 자원의 배분이 시장신호기능(Market Signaling)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질서보다는 정치적 동기에 따라 좌우되는 힘의 질서가 우세하게 작용한다. 이에 사회적 수용능력이 낙후되고 인적자원의 축적이 어려워져 경제 성장과 발전이 더뎌졌다. ​

우리나라의 경우, 고속 내지 졸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배태된 황금만능주의로 말미암아 경쟁질서가 저해되어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해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높은 성장률과 함께 소득수준이 앞서가고 있다 하더라도, 구성원간의 연대감은 오히려 결여되고 공동체의식은 뒷걸음치고 있는 모습이 어른거린다. 중진국 함정 내지는 선진국 허들(huddle)에 걸려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본주의 질서는 부가가치 증대에 기여한 만큼 보상 받는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상을 받을 사람이 상을 받고 벌을 받을 사람이 벌을 받는 사회보상체계가 발달하여야 한다. 누군가는 불로소득을 얻게 되고 다른 누군가는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면 사회적 수용능력은 그만큼 약해진다.

 

생각건대,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고도의 기술이 없어도 생산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사회적 수용능력이 취약하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성장이 거듭될수록 의식구조와 문화적 토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허들을 뛰어 넘으려면 무엇보다도 경제규모의 성장에 대응하는 사회적 수용능력이 확충되어야 한다. 선행적으로 사회적 보상체계를 정상화하는 작업이 깊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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