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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만큼 자극적인 케이준 스타일

  • 2014.04.25(금) 08:31

케이준 치킨, 케이준 샐러드, 케이준 버거, 케이준 소스…

요즘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 메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들인데 케이준이 도대체 무엇일까? 보통 양념 맛이 강한 음식을 케이준 스타일이라고 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미국 남부에서 발달한 음식으로 마늘, 양파, 후추 등이 들어가 맛과 향이 자극적이고 화끈한 것이 특징이다.

케이준 요리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인 것은 잠발라야로 흘러간 팝송 제목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혹자는 잠발라야를 사람 이름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미국식 볶음밥이다. 닭고기와 햄, 피망, 토마토 등에다 마늘과 허브, 후추 등을 듬뿍 넣기에 맛이 자극적이면서 동시에 매운 것이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 특히 재즈의 고장인 뉴올리언즈의 명물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런데 정열의 나라 스페인이나 쌈바의 나라 브라질도 아니고, 미국 그것도 촌스럽고 보수적이기로 소문났던 남부 사람들이 왜 이렇게 화끈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을까?

케이준(Cajun)이라는 말 자체에 비밀이 담겨 있다. 지금은 주로 요리 스타일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지만 케이준은 원래 미국 북동부, 메인 주에 있는 아카디아 국립공원 북쪽에서부터 캐나다 퀘벡 아래에 살았던 프랑스 이민의 후손을 부르는 말이었다. 인디안 말로  아카디아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런 케이준이 왜 엉뚱하게 미국 남부 요리 이름으로 둔갑했을까?

18세기 중반, 북미에서 영국계와 프랑스계 이민사회가 모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전쟁을 했다. 영국이 승리했기에 당시 프랑스 이민자들이 개척한 오하이오 주를 비롯해, 케이준이 살고 있던 미국 메인주 캐나다 노바스코샤 주의 아키디아 지역이 영국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아카디아 지방의 프랑스 후손, 케이준들은 영국정부에 대해 충성을 거부했고, 그 결과 약 1만 명에 이르는 케이준이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 등지로 강제 추방을 당했다.

케이준이 추방당한 곳은 남부의 광활한 늪지대로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에서 쫓겨난 이들은 농사를 지을 수도, 가축을 키울 수도 없었던 낯선 늪지에서 닥치는 대로 먹고 살아 남아야 했다. 어쩌다 사냥에 성공하거나 죽어있는 들짐승, 날짐승을 발견하고, 물고기를 잡아서 먹었는데. 상하기 직전의 고기, 거친 야생의 작물을 그대로 먹을 수는 없었다.

강하고 화끈하며 자극적인 맛을 내야 썩은 재료의 맛을 지우고 야생의 냄새를 제거할 수 있었다. 그래서 들판에서 자라는 갖가지 야생 허브를 따다가 음식에 몽땅 집어넣었던 것이다. 지금도 레스토랑에서 케이준 스타일 음식을 주문하면 허브를 비롯해서 갖가지 향신료가 듬뿍 뿌려져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터전을 잃고 쫓겨난 프랑스계 후손이 살아남으려고 먹던 음식에 더해 이후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노예 음식, 그리고 백인에게 이리저리 쫓겨 다니던 아메리카 원주민 음식이 더해져 완성된 것이 바로 지금의 케이준 스타일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케이준 스타일은 이렇게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아 다시 일어서겠다는 케이준의 처절한 생존 의지와 인내심이 담긴 음식이다. 자극적인 맛은 아픔을 딛고 일어선 표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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