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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공화국

  • 2014.05.06(화) 17:52

언제부터인가 우리 나라는 재벌공화국, 자살공화국, 사고공화국 같은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마피아공화국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대형 참사, 지저분한 사건의 배후에는 도덕이나 윤리 같은 「공동체 질서」는 실종되고,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힘의 질서」가 어른거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힘이 있으면 이웃이나 사회에 봉사하기 보다는, 어깨에 힘을 주고, 누군가를 괴롭히고 뜯어 먹으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식민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인가? `노예근성`이란 채찍을 든 강자에게는 자발적으로 복종하면서도, 자기보다 약한 대상을 괴롭히며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마피아 생태는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하여 상대방이 저항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권을 탈취하는 구조를 이룬다. 힘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재량 범위가 클수록 시장에서나 정부에서나 으레 「마피아 질서」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지 끼리끼리만 살겠다는 의식구조가 팽배한 사회일수록 마피아형 군상이 창궐하기 마련이다.

심리학자들은 남의 아픔이나 불행을 공감하지 못하는 병리현상을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라고 정의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마피아 본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먹`들이 힘없는 상인을 괴롭히며 갈취하는 자릿세, 대기업과 부품업체 또는 대리점 간에 형성되는 주종관계, 홈쇼핑업체와 중소기업 간에 벌어지는 「갑을관계」 모두 사이코패스 형 마피아 문화가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조직이나 업계에는 예외 없이 전직 공직자들이 출신에 따라 `성골`과 `진골`로 나뉘어 크고 작은 자리를 독·과점하고 있다. 집행하는 예산의 규모가 크거나 인·허가 종류가 많은 부처일수록 `기회`는 많아진다. 어느 `진골`출신 인사는 낙하산을 번갈아 타고 공기업, 협회, 사기업 등 무려 5곳의 사장, 회장을 거친 다음에도 계속하여 고문과 사외이사를 중복하여 맡고 있다.

문제는 그의 경력이나 지식과 아무 관련 없는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마당발`이라고 불리는 그가 머물다 간 조직의 직원들은 그를 `쥐x끼`라고 부른다. 그가 하는 일은 그저 유력인사들과 유대관계를 쌓는 일이다.

마피아의 원조격인 시칠리아 마피아(Sicilia Mafia)에게 부탁하면 대부분 문제를 해결해 주는데, 불문율은 언젠가는 반드시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점이다. 영화 `대부 2`에서 마피아세계의 잔혹성을 상징하는 대사가 있다.  "우리 아버지는 그가 거부하지 못할 제안을 했어." 말을 듣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없애버리겠다는 뜻이다.

강자가 힘을 자랑할 때 대항할 힘이 없는 약자들의 공포감은 가중된다. 예산을 집행하고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그들에게 업자들이 정면으로 맞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원조 마피아`들은 목숨을 내거는 등 행동의 대가를 그들 자신들이 직접 치르지만, 소위 관료 마피아들이 특정인이나 특정기업에 베푸는 `시혜`는 국가와 사회가 대신 부담한다. 원조 마피아들은 주는 만큼 받으려 하지만, 부패한 공직자들은 큰 것을 주고, 작은 것을 받는다. 받는 것은 제 것이 되지만, 주는 것은 개인이 아니고 공공의 것이다.

원조 마피아가 저지르는 행패는 그 피해의 범위가 그들이 점찍은 몇몇 개인이나 패밀리로 제한된다. 그러나 관료 마피아가 저지르는 소극적 직무유기나 적극적 직권남용은 불특정 분야, 사회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때로는 국가적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끝이 없다. 단적인 예로, 무더위에 전 국민을 떨게 했던 블랙아웃 공포를 생각해보자.

우리 사회 고질병 중 하나는 사건이 터질 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몰려다니며 야단법석을 떨고 대책을 마련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해진다는 점이다. 그럴 때마다 기회주의, 복지부동 같은 나쁜 내성만 쌓여가기 마련이다. 예로부터, 소나기가 쏟아질 때는 처마 밑에 들어가 관망하다가 비가 그칠 만하면 재빨리 움직이는 것이탐관오리들의 처세방법이다.

선량하고 능력 있는 공복(civil servant)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소명의식(召命意識)을 가지고 신성한 의무를 다하도록, 뿌리 깊은 마피아 문화를 발본색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머리를 맞대고 나라를 위해 깊이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서두르면 또 다시 도로아미타불이 될 우려가 있다.

▲ 영화 ‘대부Ⅱ’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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