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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규제가 만든 아이스크림

  • 2014.08.01(금) 08:31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딸기나 초콜릿 시럽을 뿌린 후 체리나 과자를 얹어서 먹는 아이스크림이 있다. 카페에서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런 아이스크림을 통틀어서 선데이(Sundae)라고 한다. 

자칫 순대라고 잘못 읽을 수도 있겠지만 발음은 일요일(Sunday)이라는 뜻의 ‘선데이’와 같으며 어원도 사실은 일요일, 선데이에서 비롯됐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영어 이름이기에 아이스크림 선데이(Ice cream Sundae)라면 우리에게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또 자주 먹는 아이스크림이다.

이 아이스크림에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 담겨 있다. 이름이 생뚱맞게 ‘선데이’인 것처럼 엉뚱하게도 옛날 미국의 청교도적 분위기 때문에 생겼다. 아이스크림 선데이가 만들어진 계기는 교회와 깊은 관계가 있다. 아이스크림 선데이는 1890년대 초반에 처음 나왔고 이후 1900년대 미국에서 크게 유행을 한다.


미국에는 '청교도적 법률(Blue Laws)'이라는 말이 있다. 종교적 기준에 따라 생긴 법률 내지는 관습을 뜻한다. 일요일에는 술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법이나 조례 같은 것이다. 19세기 후반에는 각 주마다 이런 법률이 흔했던 모양이다.

 

예컨대 미네소타 주는 주일날에는 알코올음료는 물론 탄산음료, 사탕, 담배 등을 팔 수 없었으며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약국은 일요일에 문을 열 수 없다는 조례도 있었다고 한다. 다른 여러 주에서는 다양한 청교도적 법률이 시행되었는데 많은 주에서 일요일에는 탄산음료를 팔지 못하게 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말도 되지 않는 이상한 법이고 더욱이 술도 아닌 탄산음료조차 못 팔게 한 것이 이해도 안 가지만 당시 시각으로 보면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일요일은 안식일이니 교회를 다녀 온 후 집에서 가족과 검소하게 쉬어야 한다. 때문에 술집은 당연히 영업을 하면 안 되고 상점도 일요일에 문을 열고 요란하게 장사를 하면 안 된다. 경건한 마음으로 지내야 하는 주일이니 술이나 담배는 물론 자극적인 사탕이나 탄산음료도 금지했다.
 

일요일에 사이다(Soda) 같은 탄산음료를 팔지 못하도록 한 것은 톡 쏘는 자극적인 맛도 맛이지만 탄산음료를 주로 술집이나 약국에서 팔았기 때문이다. 특히 약국도 규제를 받은 이유는 당시 약은 물론이고 술이나 담배, 탄산음료, 사탕 등도 취급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선데이는 이렇게 일요일인 주일에 탄산음료를 팔지 못하게 한 청교도적 법률 때문에 탄생한다. 당시에는 탄산음료에 아이스크림을 넣어 먹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런데 일요일에는 탄산음료를 팔 수 없다고 했으니 탄산음료는 물론이고 아이스크림 영업도 크게 타격을 받게 됐다.

그래서 만든 대체품이 탄산음료 대신 아이스크림에 딸기나 초콜릿 시럽을 얹은 아이스크림 선데이다. 선데이(Sundae)라는 이름은 탄산음료를 팔 수 없는 일요일에만 팔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인데 처음에는 선데이(Sunday) 아이스크림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 이름이 신성한 주일의 명칭과 같을 수 없기 때문에 스펠링을 살짝 바꾼 것이 선데이(Sundae)라는 이름이 생긴 배경이다.

'나라에서 정책을 만들면 백성은 대책을 만든다(上有政策 下有對策)'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엉뚱한 관습과 규제가 아이스크림 발전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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