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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협회, 길 위에서 길을 잃다

  • 2014.11.21(금) 14:36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달 24~30일 실시하기로 했던 자율 동맹휴업을 '잠정'(?) 연기했다.

협회는 지난 13일 비상대책기구인 ‘부동산 중개보수 개선 추진단 회의’를 열어 국토교통부 중개보수요율 체계 개선안에 반대해 자율 동맹휴업을 결의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18일 “협회 차원에서 동맹휴업을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것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제동을 걸었다.

 

협회는 "이번 사안을 놓고 정치권과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맹휴업 시기를 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동맹휴업 카드를 내려놓지 않았지만 이미 동맹휴업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정치권과 물밑 거래를 통해 ‘몇 푼’이라도 건져보겠다는 계산이다.

 

중개사협회가 꼬리를 내린 이유는 ①국토부의 압박 ②자율 동맹휴업 참여율 저조 우려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동맹휴업 강행으로 관계법령 위반 및 소비자 불편 등 피해 발생 시 관련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며 “협회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을 경우 시·도 등이 동맹휴업에 참여한 공인중개사에게 최대 6개월까지 업무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한발 더 나가 “동맹휴업에 참여하지 않은 업소 명단을 작성해 동맹휴업 기간 소비자에게 정보로 제공하고 참여 업소는 증거를 확보해 공정위에 신고할 방침”이라고 처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췄다. 이렇게 되면 동맹휴업에 참여한 중개업소만 일방적인 피해를 입게 돼, 중개업소 간 내부 분열로 자중지란에 빠지게 된다.

 

 

중개업소는 대부분이 생계형 개인사업자들이어서 휴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 휴업으로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치명적이다. 부동산 거래는 기한이 중요하기 때문에 약속된 거래 날짜를 바꾸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이해 관계도 다르다. 이번 중개수수료 인하 안은 ‘매매 6억~9억 원, 전세 3억~6억 원’에 한정된 것으로 서울 강남4구를 제외하면 해당되는 물건이 많지 않다. 단정적으로 말하면 중개업소의 80% 이상은 이번 사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강 건너 불’을 끄기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중개업자가 얼마나 될까.


이제 중개사협회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 지방의회에서 중개 수수료율 조례를 바꿀 때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정도다. 대다수 지자체는 내년 2월 첫 지방의회 정례회 때 조례 개정안을 상정,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협회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다. 국민들 대다수는 중개 서비스의 질에 비해 수수료율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손을 대지 않은 구간(매매 6억 원 이하, 임대 3억원 이하)의 수수료율도 낮춰야 한다는 게 수요자들의 일반적인 정서다.

 

중개사협회는 싸늘한 여론을 우호적으로 되돌려야 살 길이 열린다. 그러려면 문제를 밖이 아니라 안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달랑  계약서 한 장 써주면서 수수료율을 담합해 더 받고, 집주인보다 세입자에게 더 높은 요율을 매기는 나쁜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중개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예전엔 중개업소를 ‘복덕방’이라고 불렀다. 좋은 땅과 좋은 집을 찾아주니 복(福)을 주고 덕(德)을 쌓는 곳이라 여길만했다. 수요자들이 중개업소는 복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수수료를 깎아야 한다고 야박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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