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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1년 유예'의 허상

  • 2015.05.14(목) 08:37

[Watchers' Insight]

국세청과 관세청, 두 세무당국이 동시에 세무조사를 유예해주겠다고 한다. 무조건 세무조사를 안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규모로 신규 채용을 하면 세무조사를 1년 간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고용대책의 일환이다.

 

무시무시한 세무조사를 피할 수 있다는 소식은 기업이나 개인 납세자에게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책의 속을 들여다보고, 기존의 유사 정책들이 거둔 효과를 따져보면 과연 반가워할 만한 일인가 의문이 앞선다. 두 세무당국이 내놓은 정책에 대해 과대포장됐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유예라는 의미를 보자.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잠시 유보해두는 것이다. 세무조사 1년 유예는 세무조사를 1년간 하지 않을 뿐 그 다음 해에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모범납세자로 선정해 세무조사를 3년간 유예해 준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3년 후 세무조사를 벌여 거액의 세금을 추징하고 있다. 2009년 모범납세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세무조사에서는 925억원의 세금이 추징됐다.

 

이번 대책은 유예기간도 짧다. 이번에 일자리를 만들어 1년간 세무조사를 받지 않더라도 불과 1년 뒤에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 그나마도 탈세혐의가 있으면 유예중에라도 언제든지 조사를 받는다. 1년만 장사하고 접을 생각이 아니라면 딱히 큰 혜택을 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국세청은 일자리 창출사업자의 경우 사후검증에서도 제외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미 올초 업무계획에서 사후관리를 사전신고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일자리를 만들지 않아도 특별히 탈세혐의가 있지 않는 한 사후관리대상에서 벗어나게 돼 있는 셈이다.

 

국세청이나 관세청이 세무조사를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면 더 허무해진다.

 

국세청은 개인이나 기업세무조사를 전체 납세자의 1%도 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영세법인이나 영세사업자는 세무조사 선정과정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한다. 관세청도 마찬가지다. 관세청은 이미 수출입금액이 30억원 이하인 중소기업은 관세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은 이번에 굳이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일자리를 늘리지 않아도 세무조사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어차피 받지 않을 세무조사를 1년 유예하기 위해 사람을 채용하겠다고 일자리창출 계획서를 써낼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

 

실제로 관세청의 일자리 창출기업에 대한 관세조사 유예 혜택은 받아본 기업이 거의 없다. 관세청이 일자리창출 하는 기업에 세무조사를 유예해준 것은 지난 2012년부터인데 가장 최근인 2014년에도 고작 5개 기업이 신청했고 그나마도 1개 기업이 혜택을 보는데 그쳤다. 물론 그 회사 또한 올해는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 지난 1년간만 조사가 유예된 것이다.

 

정책 사각지대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극소수에게 돌아가는 정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상 효과가 크지 않은 대책을 대단한 혜택인양 납세자들에게 홍보하는 것은 납세자를 기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금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나오는 헛발질이다. 고용문제는 고용정책으로 해결하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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