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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근심이 아니라 희망이다

  • 2015.05.18(월) 11:32

물가연동으로 현재 가치가 보장되는 국민연금보험은 `승자독식, 공급과잉, 수명100세 시대`에 노후를 의지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며 희망이어야 한다. 소득대체율 상승 같은 연금보험기능 확충은 복지사회 토대를 구축하는 동시에 소비수요를 안정시켜 내수기반을 안정시키는 순기능을 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설계 당시부터 보험료납입 소득상한선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한 미완성 작품이었다. 2007년에는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내려 노후생활자금이 아니라 용돈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당초에는 국민연금이 노후를 보장할 것이라는 과잉홍보로 과도 소비를 유도하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연금고갈이라는 불안감이 조성되며 고령사회에서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

미래사회에서는 기술혁신으로 공급과잉, 승자독식 경향이 갈수록  가속되면서 경제력 집중과 고용불안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세계화로 불확실성이 다른 나라로 전염되고,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항상 어른거린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승자도 어느 순간에 패자로 전락할지 몰라, 어느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점증하는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면 소득이 많고 적음을 떠나, 꾸준히 저축하는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국민연금은 유일하게 현재가치를 보장한다는 크나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치가 보장되는 자산만이 미래를 담보하는 최후의 안전망으로 작용할 것이다.

고령화시대 노후세대의 생활안정은 소비수요를 확보해 내수기반도 안정시키게 될 것이다. 빈부격차로 내수가 부진하고, 투자가 줄고 다시 일자리가 감소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국민연금 확충은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지 취약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먹이사슬이 튼튼하여 플랑크톤이 풍부하면 정어리도 많아지고 고래도 먹잇감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국민연금개혁논의를 보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광경들이 펼쳐진다.

먼저, 현재 408만원인 소득상한선을 철폐하거나 올리자는 의견이 어디에도 없다. 현재 국민연금은 연소득 4896(408×12)만원 근로자나 수십억, 수백억 고소득자나 동액의 연금보험료를 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소득상한선을 올리기만 하면 연금고갈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된다는 점을 왜 외면할까? 연금 설계나 개혁에 참여한 정치인, 관료, 학계 지도층 인사들 모두가 국민연금보험료 소득상한선을 넘는 소득계층이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시민정신 내지 공동체의식이 실종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느낌이다.

다음, 보험료납부기간 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인 소득대체율 50%가 미래세대와의 갈등을 넘어 `도적질`이라는 해괴한 발상이다. 소득대체률 40%의 의미는 무엇인가? 2014년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이 223만원이라고 하는데, 평생 동안 연금을 납입하면 노후에 89만원(223×0.4) 정도를 연금으로 받게 된다. 실직으로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연금액은 더 낮아진다. 국민소득 3만 달러 국가에서 결코 어울리지 않는 금액이다. 향후 빈부격차가 가속될 것을 예상할 때, 소득대체율 40% 집착은 복지국가 건설을 미리부터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2015년 현재 국민연금 평균 지급액은 안타깝게도 1인당 32만원에 불과하다.

연금 개혁은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고 그에 따른 숫자를 차근차근 정리하고 고쳐나가야 하는데, 중장기 미래상(未來像) 없이 숫자에만 매달리다 경제적, 사회적 효과를 외면하고 있다. 거시구조를 설계할 때는 사적이해를 뿌리치는 미래지향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당장엔 연금에 `목매지 않을` 형편일 수 있지만 자손들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생각건대, 건국 이래 정부가 서민중산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기울인 진정한 노력은, 국민연금 도입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최악인 까닭은 국민연금제도가 뒤늦게 도입되었기 때문이다"라는 OECD 지적은 하루 빨리 연금제도를 확충하여야 한다는 메시지다.

`노인의 과거는 청년이고, 청년의 미래는 노인이다.` 청년들이 자신들의 미래가 보장된다고 생각하여야 비로소 희망이 있고 행복한 사회의 길이 열린다. 국민연금보험은 노후안전장치를 제공하면서 선진국으로 가는 왕도(王道)로 국민들의 근심이 아니라 희망이 되어야 한다.

근로자들은 누구나 연금고갈을 의식하지 말고, 다른 저축에 우선하여 국민연금보험료를 납입하여야 한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납부한 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일은 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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