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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법

  • 2015.12.01(화) 10:13

[인사이드 아웃] 조정화 J코칭연구소 대표

 

'올해가 아직도 한 달이나 남았네. 시간아 좀 빨리 가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게 별로 없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야속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모든 것을 손아귀에 쥔 역사 속의 권력자들도 시간만은 어쩌지 못해 불로장생을 꿈꾸지 않았던가. 결국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말았지만 정작 현대인들은 그리 반갑게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시간은 부족해도 아쉽고, 너무 많아도 감당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고 믿고 철두철미한 계획으로 물샐 틈 없는 자기 관리를 하길 원한다. 그렇게 하는 사람은 유능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무능하고 게으른 사람으로 인식된다. 우리가 시간을 관리의 대상으로 여기게 된 까닭은 아마 시계 때문일 것이다. 숫자로 표시되는 구체적인 척도가 있기 때문에 마치 체중이나 돈처럼 줄이거나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신의 뇌 과학, 시간심리학 연구들은 시간이 사람의 감정이나 컨디션, 기억 등의 주관적, 심리적 조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어린 시절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한 해가 짧게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 시간을 잘 관리하고 싶다면 일상을 살아가는 나의 감정이나 에너지 상태를 잘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문서 상에 존재하는 완벽한 계획이나 목표는 그 바탕이 잘 깔린 다음에야 제대로 실행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매일 바빠 죽을 듯 하지만 시간은 참 무심히도 계속 흘러간다. 강물을 쪼개고 나눌 수 없는 것처럼 시간 역시 그러하다. 이 역동 앞에 인간이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시간을 거스르거나 앞당길 능력은 없지만, 시간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과 태도를 조정할 수는 있다. 특히 상상을 통해서 내가 존재하는 이 지점의 앞 뒤를 그려볼 수 있다. 바로 10분 뒤, 1시간 뒤, 그리고 하루 뒤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럼 20년 후는 어떨까. 그 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렇게 시간선을 옮겨가며 인생을 바라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시간 시야를 조정하는 것은 현실에 바짝 붙어있는 나의 의식을 떼어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집중해야 할 일들을 보게 해준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렇게 지옥철을 뚫고 일하러 가고도 마음 속으로는 늘 '뭐해 먹고 살지'를 고민한다. 생전의 스티브잡스는 아침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을 했다고 한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는 일을 할 것인가'. 이 역시 시간 시야를 오늘 하루로 조정한 것이다. 어떤 질문이 마음에 더 큰 울림을 주는가.

 

남은 삶이 한 달이라면, 나는 누구를 만날 것인가. 그리고 무슨 말을 꼭 전하고 싶은가. 우리는 그 얘기를 오늘도 할 수 있다. 지금의 비루해 보이는 나는 과거 10년전 혹은 20년 전의 내가 보면 어떻게 보일까. 분명 어딘가는 괄목할 만한 구석이 있을 것이다. 또는 인생에서 노련함과 지혜가 가득 쌓인 20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까. 다른 어떤 멘토보다도 가장 내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 진로 선택이나 결혼, 주택 구입 등의 아주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나의 결정이 향후 50년 동안 미칠 영향을 고려해보길 권한다. 북아메리카 인디언 이로쿼이족은 부족의 중대 사안을 정할 때 이후 일곱 번째 세대까지 고려해서 결정을 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시간 시야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내가 호흡하고 있는 이 순간의 느낌과 할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모든 것의 핵심이다. 우리들은 시간선을 따라가며 살지만, 개개인의 의식은 항상 조금 앞에 혹은 바로 뒤에, 더러는 현재에서 아주 멀리 가 있다. 다가올 일을 걱정하느라, 했던 일을 후회하느라 거의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산다. 모든 이가 자기 인생에서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을 산다면, 인생이 100년·200년으로 길어져도 그저 매 순간 충실할 수 있다면 무슨 걱정이 있을 것이며 어떤 시간 관리가 필요하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시간을 주무르는 최후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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