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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있을 때 들리는 소리..'2015년이 내게 묻다'

  • 2015.12.18(금) 14:25

[인사이드 아웃] 조정화 J코칭연구소 대표

어렸을 때는 크리스마스가 참 멀게 느껴졌다. 받고 싶은 선물은 정해져 있는데 달력은 더디게만 가니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어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신호다. 부지불식 간에 또 한 해가 지나간 것을 알려주는 신호. '올해도 별로 이룬 것 없이 지나가는구나' 처럼 허무한 마음은 왁자지껄한 송년회 릴레이 속에 묻힌다. 12월은 모든 것을 잊는 달, 술의 계절이니까.

 

하지만 어쩐지 술자리와 모임들도 이제는 별 의미없게 느껴진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올 한 해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걸까. 내년은 올해와 또 무엇이 다를까. 12월31일과 1월1일 사이에 천지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결국 며칠 지나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도 내일 같은 익숙함이 다시 번져올 텐데 이상하게 연말 연시가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연말은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교차하면서 내면의 자아가 계속 질문을 던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난 그동안 뭐 했지, 잘 살고 있는 걸까, 내 인생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사실 그 내면의 소리는 평소 출퇴근 길에도,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언제 어디서든 울린다. 일상과 의무에 갇혀 우리가 듣지 못할 뿐이다. 그런데 연말이 되면 그 질문이 확성기처럼 마음에 번진다. 그래도 우리는 그 질문에 답할 여유가 없다. 연말까지 마무리할 일, 만나야 할 약속이 꽉 차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느 해와 같은 새해가 다시 시작된다.

 

 

한 해를 마치며 정말 만나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다. 힘들 때도 기쁠 때도 늘 나와 함께 있었던, 아주 작은 데시벨로 늘 나에게 속삭여 왔던 내면의 자신이다. 하루 일과와 매일 느끼는 감정, 심지어 해가 바뀌어도 내 인생이 늘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 해야 할 것과 그만해야 할 것,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과 죽었다 깨어나도 자기와 맞지 않는 것이 무언인지 마음 속 깊은 곳의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너무 크면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묻히기 마련. 정답은 내 안에 있는데도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따라가느라 길을 잃고 만 것이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자아를 밖으로 꺼낼 수도 없는데 어떻게 나 자신과 소통을 시작할 수 있을까. 일단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의 일상은 외부의 소리에 응해서 만들어진 일정으로 꽉꽉 들어차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 그냥 사색하는 시간,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기쁨을 얻는 시간은 내 일과에서 빠져 있다. 그럴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일찍이 알지 못한 까닭도 있지만, 사실 사람들은 혼자 있는 것을 대부분 낯설어 한다. 혼자 있으면 잉여, 외톨이 라는 무의식적 판단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 사람들이 혼자 있다 해도 사실은 스마트폰과 항상 같이 있다. 어쩌다 혼자 있을 시간이 주어져도 결국엔 5인치 안 세상을 헤매다 잠이나 자지 않던가.

 

의도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해지면 묘하리만치 자유로워진다. 불필요한 연결고리가 끊어진 지점에 서서 과도하게 나를 욕망하게 한 것과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근심케 한 것들을 바라본다. 세상에 그리 간절히 원할 것도 엄청나게 두려워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따금 불현듯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비로소 외부의 소음이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시간은 조용히 나에게 머무르는 이런 시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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