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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롯데를 생각한다면

  • 2016.03.11(금) 10:38

인류 역사상 가장 이상적인 슈퍼 파워(초강대국)였던 로마 제국. 로마 내부의 갈등을 다룬 대목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이야기 한다. "내전(內戰)은 언젠가 끝난다. 내전이 끝난 뒤 사회를 재건할 때, 원한 만큼 해독을 끼치는 것은 없다. 따라서 이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원한을 남기지 않고 이겨야 한다. 그것이 내전의 어려운 점이다."(로마인 이야기 8)

▲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지난 6일 일본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누르고 승리했다. 신 전 부회장이 요구한 이사 해임 안건 등은 불과 30분만에 모두 부결되고 말았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으로 인해 오히려 조직 장악력의 부재(不在)를 스스로 증명하고만 셈이다.

재계나 M&A시장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조직장악력과 임직원 간의 신뢰가 공고하고 이를 흔들기에는 신 전 부회장의 능력이 역부족이라는 것. 하지만 신 전 부회장측은 "오는 6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같은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혀 여전히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신 전 부회장의 `입`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도 임시 주총이 끝난 하루 뒤 일본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경영권 분쟁을 지속할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들은 왜 싸우기 시작했는가. `경영권`이 이 싸움의 목적이라면 주총에서 패배한 신 전 부회장과 측근들은 이미 싸움을 멈춰야만 했다. 하지만 그럴 의사가 엿보이지 않는다. 이번 싸움은 이미 롯데그룹과 임직원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

`살아 있는 경영의 신(神)`이라 불리는 교세라 사(社)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한 마디로 이렇게 설명한다. "달걀을 원하면 암탉을 보살펴라." 기업 경영자들은 종종 당장 필요한 `달걀`에만 집착하다 이를 생산해내는 `암탉`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는 "모든 직원들이 물심양면의 행복을 달성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경영의 대의(大義)라고도 했다.

좋은 기업, 높은 매출, 브랜드 가치 등 기업활동의 모든 결과물은 해당 기업 구성원에게서 시작된다. 훌륭한 기업 구성원이, 가치 있는 브랜드가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브랜드가 곧 존경받는 기업이 된다. 롯데를 위해 형제간 싸움도 주저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롯데그룹과 그 구성원들을 위해 분쟁을 멈추고 미래를 준비해야한다.

분쟁의 종식을 위한 필수조건은 이번 싸움을 시작한 신 전 부회장의 `깨끗한 승복`이다. 싸움의 목적인 롯데그룹을 위해 용단을 내릴 때다. 이제는 누가 경영을 맡게 되든 롯데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아야한다. 신동빈과 신동주 중 누가 그 역할에 더 적합한지는 직원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 그 결과는 주주총회의 결과가 이미 말해주고 있다.

우리 경제가 점점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바로 롯데가 처한 영업환경이다. 헤쳐나가려면 흩어진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적전분열(敵前分裂)은 가장 큰 적(敵)이다. 신 전 부회장은 현실을 겸허히 받아 들이고 롯데그룹과 직원들을 위한 자신만의 역할을 고민해주길 바란다. 지금은 `암탉`을 보살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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