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처럼 계절이 바뀔 때면 옷을 사고 싶어진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직접 가는 것도 좋겠지만 핸드폰을 들어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들을 한 번에 찾아볼 수 있는 패션 버티컬 애플리케이션(앱)을 켜본다. 특별히 찾는 옷이 있는 건 아니라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이 뭔지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른다.
하지만 이렇게 온라인으로 옷을 사다 보면 고민에 빠질 때가 많다. 이 아우터 사이즈가 나한테 적당할까? 사진 속 모델이 입은 건 예쁜데 실제로 내가 입은 모습도 예쁠까?
패션은 고객의 취향, 체형, 스타일이 다양하게 반영된다. 그런 만큼 각 고객의 니즈도 다양하다. W컨셉은 이런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술과 숏품을 내세운 '콘텐츠 커머스'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숏폼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12월에는 앱 UI·UX(사용자 환경·경험)를 전면 개편해 '초개인화' 추천 서비스도 확대했다.
W컨셉에서 검색 서비스 고도화와 AI 기술 개발을 맡고 있는 배영준 검색&데이터 개발팀장, 중장기 전략과 신성장동력을 담당하는 김현구 Biz Dev.팀장을 만나 W컨셉이 그리는 패션 쇼핑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검색이 곧 경쟁력
일반적으로 고객들의 쇼핑 행태는 '검색형'과 '발견형' 두 가지로 나뉜다. 검색형 쇼핑은 특정 상품을 구입하겠다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매장이나 쇼핑 앱을 찾는 경우를 말한다. 발견형 쇼핑은 특별한 목적 없이 살만한 게 있는지 매장과 앱을 둘러보며 찾아보는 경우다.
AI 기술은 검색형 쇼핑의 편의성을 크게 개선하는 역할과 함께 발견형 쇼핑을 하는 고객을 위한 큐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이즈 등 더 상세한 상품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 AI가 활용된다. 일부 셀러들은 상품 정보를 누락하기도 하고 일부는 이미지 형태로 상품 정보를 올려 상품 검색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배영준 팀장은 "이미지에서 텍스트 등의 정보를 추출하는 OCR 기술을 활용해 사이즈, 색상 등의 상품 정보를 입력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의류, 신발의 상품 정보 입력률이 5% 수준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70%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렇게 추출된 정보가 활용되는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지난해 3월 강화한 '사이즈 추천'이다. W컨셉 추천 사이즈는 구매하려는 상품을 누르면 고객에게 최적화된 사이즈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할 때 사이즈를 알기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W컨셉의 AI는 고객의 체형, 과거 구매 이력, 리뷰 등의 데이터를 종합해 상품별로 최적의 사이즈를 제안한다. 또 AI를 통해 리뷰에서 추출한 다른 고객들의 평가까지 합쳐 사이즈를 추천한다. 지난해 3월 서비스 도입 당시에는 약 17만건의 누적 데이터를 활용해 약 50만개 상품에 이 서비스를 적용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는 104만 건의 누적 데이터를 사용해 58만개 상품의 사이즈 추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더 정밀한 사이즈 추천이 가능해졌다. 이 서비스 도입 후 고객이 구매 전 망설이는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와 함께 반품률도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W컨셉의 설명이다. 실제로 서비스 도입 이후 고객의 사이즈 관련 문의 건수는 30% 가량 감소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추천까지
이와 함께 W컨셉은 상품 정보 등록을 위해 AI 기반의 이미지 속성 자동 추출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 패션 버티컬 앱은 일반 이커머스와 달리 특정 색상의 상품만 검색하고자 하는 고객이 많아 검색 시스템 내에 색상 필터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상품 색상 등록이 필수적이지만 일부 셀러들은 색상 정보 입력을 하지 않기도 한다. 문제는 색상 정보가 없으면 색상 검색 필터를 적용한 검색에서 결과가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셀러들은 고객들에게 노출될 기회가 없어지고 고객들은 다양한 상품을 살펴볼 기회를 잃는다.
이에 W컨셉은 생성AI를 활용한 멀티모달 분석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멀티모달 시스템은 색상 정보를 자동 추출하는 데 활용된다. 이 시스템 도입 후 여성 의류 카테고리의 색상 정보 미등록률은 2021년 67%에서 지난해 기준 6.7%까지 감소했다. 또 W컨셉은 AI에게 다양한 패션 스타일을 학습시켜 스타일 검색 기능도 강화했다. 페미닌룩, 파티룩, 프레피룩, 놈코어룩 등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하면 이에 맞는 상품이 검색 결과에 노출된다.

멀티모달 시스템을 통해 '방금 본 상품'과 비슷한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도 더 고도화 했다. 방금 고객이 클릭한 상품과 유사한 디자인, 색상의 상품을 다시 추천할 수 있어 구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배 팀장은 "멀티모달 기술을 통해 이미지와 텍스트뿐만 아니라 추후 동영상에서까지 정보를 추출하고 검색이 가능하게끔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W컨셉 AI의 핵심 역할은 '추천'에 있다. W컨셉에는 현재 1만200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데 이 많은 상품을 고객이 다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패션의 경우 각 고객의 취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맞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다. 배 팀장은 "과거에는 고객들을 연령, 성별에 따라 그룹으로 나눠 상품을 추천했지만 최근에는 개인의 성향과 선호도에 맞는 '초개인화' 추천을 하기 위해 AI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W컨셉 앱 리뉴얼은 이 초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과거에는 패션 버티컬이 추천하고 싶은 상품을 앱 메인에 일방적으로 노출했다. 반면 W컨셉은 이번 개편을 통해 고객이 탐색했던 상품을 바탕으로 비슷한 상품을 추천하는 등 앱 메인에 개인화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고객이 '좋아요'를 눌러놨던 상품만 따로 볼 수 있는 '마이하트' 페이지를 앱 하단의 별도 탭으로 만들어 언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패셔니스타의 놀이터
W컨셉이 최근 강화하고 있는 숏폼 역시 콘텐츠 커머스의 핵심이다. 숏폼은 1분 내외의 짧은 시간의 동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김현구 팀장은 "W컨셉은 이전부터 감도 높은 패션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오면서 콘텐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며 "최근 고객들은 직접 검색을 하기보다는 콘텐츠, 특히 더 짧아진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면서 정보를 탐색하고 있어 숏폼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패션 이커머스들은 이미지를 통해 상품 정보를 제공한다. 이미지는 훨씬 더 직관적이기 때문에 빠르게 상품을 살펴볼 수 있다. 영상은 이미지만큼 직관적이지 않은 대신, 입체적으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W컨셉은 패션 커머스에 숏폼을 결합한 '콘텐츠 커머스'로 나아가고 있다.

W컨셉은 지난해 말 앱을 전면 개편할 당시 숏폼 콘텐츠를 전면 배치한 '발견' 탭을 신설했다. 발견 탭에서는 브랜드 스토리와 스타일링 콘텐츠를 피드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마치 여가 시간에 SNS에서 피드를 넘겨가며 다양한 정보를 살펴보듯이 W컨셉에서 다양한 패션 스타일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한 코너다.
고객은 다양한 패션을 보고 싶을 때마다 W컨셉 앱을 켜고 여러 숏폼 콘텐츠를 넘겨가며 살펴볼 수 있다. 이런 행위는 SNS에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SNS에서는 관심이 가는 패션 상품을 보더라도 이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W컨셉에서는 숏폼 시청과 구매까지의 시간이 짧다는 점이 다르다.
김 팀장은 "고객이 자발적으로 올린 숏폼을 다른 사람들이 보고 '좋아요'를 누르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면서 "이렇게 콘텐츠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과 구매가 이뤄지면서 생산과 소비에 참여하는 것이 '콘텐츠 커머스'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커머스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숏폼 콘텐츠를 단시간에 많이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W컨셉은 MD들이 숏폼을 자체 제작하는 한편 일반 고객들의 숏폼 제작을 유도하기 위해 '스타일클립 챌린지'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일반 고객들의 참여율도 높다. SNS의 '셀럽'들처럼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앱 내 등록된 숏폼 콘텐츠 수는 처음 모집을 시작한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지난 3월 96% 증가했다. 페이지뷰(PV)도 44% 늘었다. 특히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숏폼을 등록한 400여 개 브랜드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242% 늘어났다. 숏폼 영상이 실제로 브랜드 매출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W컨셉은 올 상반기까지 숏폼 콘텐츠에도 AI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숏폼도 각 고객의 취향에 맞춰 추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숏폼도 개인 맞춤형으로 노출되게 되면 W컨셉 앱의 메인 화면은 각 고객마다 완전히 달라지게 될 전망이다. 마치 W컨셉이 '나만의 룩북'이나 '나만의 패션 매거진'처럼 진화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김 팀장은 "숏폼은 고객이 어떤 영상을 빨리 넘기고 어떤 상품을 구매하는지, 어떤 상품에 하트를 남기는 지 등의 데이터를 통해 고객 개인의 취향을 학습할 수 있다"며 "고객의 시청 데이터가 쌓일수록 개인화 시청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콘텐츠를 통해서 고객의 선호를 학습하면 W컨셉 플랫폼 전반으로 고객의 취향에 맞는 초개인화 큐레이션을 강화할 수 있는 선순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