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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젖은 빵을 나누다

  • 2016.04.29(금) 13:21

[페북사람들] 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무언가를 기다린다. 한 시간 전부터 때로는 두 시간 전부터.

 

지금은 그나마 날씨라도 따뜻해서 다행이다. 한겨울에는 찬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기다린다.

 

 

때가 되자 동서남북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영등포역 철로 곁에 자리 잡은 무료급식소 이야기다. 이곳에선 노숙자와 독거어른, 홈리스센터에서 사는 분들까지 400명 정도가 함께 점심을 먹는다.

예전에는 하루 세끼를 모두 제공했는데 지금은 점심과 저녁에만 무료급식을 운영한다. 

  


정병창 홈리스센터 부장은 16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초창기 천막 시절부터 지금까지 노숙인들과 동고동락이다.


"노숙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이미지는 물론 좋지 않습니다. 일부는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구요.

 

하지만 시설에서 생활하는 분들은 이곳에서 숙식만 해결할 뿐 대부분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분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면서 일상으로 복귀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사막에 길을 내는 사람들'은 88년부터 이곳에서 홈리스센터와 함께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야학도 운영하고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친다. 2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다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자활도 돕고 있다.

사랑방은 최근에 만들어진 공간이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분은 물론 하루 종일 갈 곳이 없는 노숙인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박남균 씨는 2013년 홈리스센터에 들어왔다.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중장비 임대사업체의 어엿한 대표였다.

 

하지만 부도를 맞으면서 가정이 깨졌고, 그 이후 노숙생활을 하다 홈리스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가장으로서 가정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크다. 가끔 두 딸과 전화통화를 하긴 하지만 그게 전부다. 바람이 있다면 두 딸이 시집갈 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이다.

 

간 경변으로 건강이 좋지 않지만 새벽 4시에 일어나 영등포 주변 재활용품을 수거한다. 수입은 하루 만 오천원 정도. 두 딸을 위해 그렇게 꼬박꼬박 돈을 모으고 있다.

 


영등포 쪽방촌엔 500명 정도가 산다. 생활 환경이 좋지 않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우리의 이웃으로 대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많은 이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막에 길을 내는 사람들'은 30년 가까이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하고 있다. 

 

양극화에다 금수저 논란까지 우리 사회가 시끄럽지만, 잘 보이지 않는 곳곳에선 여전히 따뜻한 온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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