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묘시장은
낭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동묘시장은 벼룩시장, 구제시장으로도 불린다.
새 제품보다는 중고 물품을 주로 팔고 있어서다.
1980년대 하나둘씩 생긴
노점상들이 지금에 이르렀다.
오귀택 씨는 8년째 동묘시장에서
만물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가게엔 없는 것 빼고 다 있어요.
처음 가게를 열 당시만 해도
세계 각국의 희귀한 물건들이 가득했어요.
2차 세계대전 때 썼던 무전기도 있었다니까."
"이곳은 불황일수록 장사가 잘돼요.
중고물품인 데다 가격도 싸다 보니
주말에는 발 디딜 틈이 없어요.
요즘엔 연령대도 다양해져서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아요."
최혜인 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이곳을 찾는다.
마침 이날은 전라도에서 서울을 찾은
친구 김동빈 씨와 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친구가 23년 만에 서울에 왔는데
어디를 데리고 갈까 고민하다가
이곳이 너무 재미나고 좋아서 데리고 왔어요.
여기에선 보통 50~80% 정도 싸게 살 수 있어요.
유통기한이 다가올수록 많이 깎아주는데
학교 MT 때나 한꺼번에 많은 음식이 필요할 때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중고 레코드 가게에 들어서자
가수 최백호 씨의 '낭만에 대하여'가 흘러나온다.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임석재 어르신은 일흔 한살이다.
연세가 믿기지 않을 만큼 멋쟁이 낭만파다.
손에 든 검정비닐 속에는
3천원을 주고 산 구두와
2천원을 주고 사신 모자가 담겨 있었다.
어르신이 직접 리폼을 하신단다.
"젊을 때 내 사진인데
학창시절엔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였어.
내 고향이 여기 동대문이거든.
한 번도 이 주변을 떠나 본 적이 없어.
일주일에 두 세 번은 꼭 이곳에 오는데
여기에 오면 힐링이 돼.
뭐라고 설명하긴 어려운데 그래서 자주 와."
동묘시장에만 있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낭만이 아닐까 싶다.
2017년 동묘시장은 여전히 과거와 공존한다.
황태국밥 2천원에 이발비 3천원
여기에다 필요한 물건 한두 개 더
이곳에선 만원이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지나간 그 시절 낭만이 그립다면
동묘시장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