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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간직한 동네

  • 2017.12.01(금) 11:38

[페북 사람들]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창덕궁 담벼락을 따라 걷다 보면
원서동(苑西洞)을 만나게 된다.


조선시대 왕실을 돌보던
나인과 하인이 살던 동네라고 한다.


창덕궁 후원의 서쪽이란 뜻을 가진
원서동은 일반 고궁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이 숨어있다.

 


창덕궁 담벼락을 따라 가정집이
나란히 자리 잡은 모습은 낯설다.


담벼락 주변엔 텃밭도 보인다.
마치 조선시대 생활 풍경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듯하다.

 

 

원서동엔 빨래터 흔적도 남아 있다.


창덕궁 신선원전 외삼문 우측 담벼락 아래로
흐르던 소하천 근처에 있던 빨래터란다.


소하천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물이 흘러
궁인과 일반 백성이 함께 이용했다고 한다.


고단했던 삶을 뒤로하고 수다로 아픔을 달래던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원서동은 문화재 보호지역으로 묶여있다.
덕분에 많은 것들이 옛 모습 그대로 멈춰있지만


최근엔 장인들의 공방촌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현대인들의 쉼터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롱별 예술공간의 김양훈 대표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이곳을 운영한다.


"5년 전인가 처음 왔는데 별천지였어요.
몇 분만 걸어 나가면 종로잖아요.


복잡한 시내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다른 시대로 날아온 느낌이었죠.
이젠 창덕궁이 우리 집 앞마당 같아요."(웃음)

 


"아롱별 예술공간은 모임 대여공간입니다.
벌써 연말 모임으로 스케줄이 꽉 찼어요.


서울 시내 한복판인데도 
서울 같지 않은 분위기가 가장 큰 장점이죠.

전엔 카페였는데 폐업 후 비어있었어요.


이 공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모임 대여공간을 시작했는데
많은 분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됐어요."

 


임성민 피브레노(Fibreno) 대표는
4년 전 이곳 원서동에 자리 잡았다.


당시엔 카페 하나 없었고
사람들도 많이 오가지 않았다. 
그런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다.


"홍콩의 유명백화점 체인에
제 제품이 들어갈 정도로 많이 성장했죠.


저의 천천히 미학과 이 동네가 잘 맞았어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더 좋아요."

 


"제 제품은 주로 컬러풀한 아이템인데
흑백 배경의 원서동과 너무 잘 어울려요.
제 매장만 컬러를 입힌 듯한 느낌이죠.


또 하나 장점을 꼽는다면 
창덕궁을 따라 외국인이 많이 찾아와요.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해 전략을 짰죠."

 


오현주 대표는 우리나라 도자기 모양의
친환경 향초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누(noo) 매장에서는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우리나라의 도자기를 향초로 재현했어요.


가격은 조금 높은 편인데
장식용으로도 많이 팔리고 있어요."

 


"도예과를 졸업했는데
나만의 경쟁력이 필요했죠.

그래서 찾아낸 아이템이 전통 도자기 향초예요.


작업실 겸 매장을 어디로 할까 고민하다가
찾아온 동네가 바로 원서동입니다.


매장 제품과 주변 환경이 너무 잘 어울리고 
외국 관광객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금상첨화죠."

 


원서동에 가면 꼭 들러봐야 할 집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 서양화가 고희동 화백이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해인 1918년
직접 설계해 지은 목조 개량 한옥이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 중인데
고 화백의 숨결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과거와 현대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원서동은 서울 같지 않은 서울이다.


원서동에 오면 분주하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느려지고 여유로워진다.


몸과 마음이 모두 바쁜 연말연시
고즈넉한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원서동을 거닐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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