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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 ④

  • 2016.11.28(월) 07:39

회장님 지지율은 얼마나 될까?
누군가를 콕 짚어서 말하라
직장인의 흥망성쇠가 보고서에 달렸다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보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불러온 최순실 게이트는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진 게 도화선이 됐다. 대통령 연설문이 중요한 것은, 연설문의 내용이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연설문 토씨 하나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 연설문 쓰기의 엄중함을 알려준 책 `대통령의 글쓰기`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8년 동안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은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2014년 2월에 펴냈다.   

저자는 같은 해 12월 `회장님의 글쓰기`도 발간했는데, 이에 앞서 비즈니스워치에 40회(2014년 7월~9월)에 걸쳐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를 연재했다.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는 `회장님의 글쓰기`의 초본인 셈이다.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반영,  2년 전에 게재했던 원고를 10회 분량으로 편집해 다시 싣는다. [편집자]

 

회장님 지지율은 얼마나 될까?
지지율은 대통령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과장 시절, 회장을 보좌할 때 세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들었다. 회장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할 것, 회장 마음을 편하게 할 것, 회장을 돋보이게 할 것 등이다. 

 

회장 주변에서 출세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라. 이 세 가지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말과 글을 다루는 솜씨가 좋은 사람들이다. 세 가지 모두 말하기와 글쓰기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를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있다. 바로 회장에 대한 임직원들의 지지율이다. 지지율은 보좌의 결과물이자 성적표 같은 것이며, 역으로 지지율이 높아야 회장 보좌를 잘 할 수 있다.

 

지지율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믿고 따르는 사람이 얼마인가는 중요하다. 많으면 많을수록 일을 추진하는 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회장은 임직원이라는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 순풍에 돛을 달면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역풍에는 돛대가 부러질 수 있다. 심지어 성난 파도는 배를 뒤집기도 한다.

 

회장의 사기를 위해서도 지지율은 중요하다. 회장은 회사 복도만 걸어 다녀 봐도 자신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를 알 수 있다. 회장과 마주치는 직원들 눈빛과 표정에 다 나와 있다. 거기서 회장은 기를 받기도 하고, 기가 죽기도 한다. 부정적 평가가 월등히 높은 회장은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무대에 홀로 선 배우와 다름없다. 내부직원의 지지와 응원은 자신감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다. 

 

다만, 지지율이란 숫자 놀음에 놀아나서도 안 된다. 그 결과는 소신 실종과 인기 영합이다. 회장 지지율 관리 포인트 일곱 개를 뽑아봤다.

 

1. 가장 중요한 건 회장 자신이다.
언행일치가 최선이다. 소통해야 한다. 자세까지 낮추면 감동이다.

 

2. 회장 정체성(PI, President Identity)을 확립한다.
이를 위해 이념(Ideology)과 의제(Agenda)와 프로젝트(Project)가 필요하다. 회장이 목표하고 지향하는 바가 이념이라면, 평소 주장하고 강조하는 것이 회장 의제다. 프로젝트는 회장의 중점 추진사업이다. ‘회장님’ 하면 바로 이러한 이념과 의제와 프로젝트가 떠올라야 한다. 

 

3. 주기적으로 선호도 조사를 한다.
절대 수치보다는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 상승과 하강추세, 변곡점을 찾자는 게 조사의 목적이다. 숫자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포커스그룹 인터뷰(FGI) 같은 정성조사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4. 핵심지지층을 관리한다.
산토끼 잡으러 다니는 것보다 집토끼 관리가 우선이다. 부서 단위 혹은 본부 단위로 대표선수를 뽑아 조직을 만들라. 명칭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차세대경영자회의도 좋고 소통위원 모임도 좋다. 다만, 하는 일은 회장의 지지율 관리다.

 

5. 필요하다면 이벤트라도 기획한다.
직원들이 박수를 보내고 회장이 점수 따는 거라면 무엇이든 좋다. 이런 이벤트를 통해 호감도가 형성 되고, 호감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충성도로 발전한다.  

 

6. 실패 책임을 회장에게 돌리지 않는다.
누군가 총대를 메고 ‘지지율 경호’를 해야 한다. 균열은 초기에 잡지 않으면 갈수록 걷잡을 수 없다.

 

7. 회사 밖 여론에도 신경 쓴다.
회장 평판은 회사 안에서 만들어져 밖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회사 밖 여론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바로 그런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홍보 업무다.

대부분 회장들은 직원들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존경한다고 느낀다. 천만의 말씀이다. 오늘이라도 임직원 대상으로 지지율 조사를 해보라. 30% 넘게 나오면 참으로 훌륭한 회장이다.

 

 

누군가를 콕 짚어서 말하라
"모두에게 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안한 것"

 

회장은 세 가지 방식을 놓고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혁신 방안 공모에 보다 많은 직원을 참여시킬 것인가.

 

1.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장 명의의 독려 서신을 발송한다.
2. 전 계열사 임원을 모아놓고 직원들의 참여를 당부한다.

3. 사장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회장이 전화한다.

 

폼 나는 것은 1번이다. 직원과의 직접 소통이라는 민주주의 냄새도 난다. 그러나 효과는 없다. 2번도 마찬가지다. 임원들은 참여할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에게까지 전파가 될까? 3번이 '막고 품기'지만 가장 효과적이다.    
   
회사는 예비군 훈련장 같은 곳이다.

자발성을 과신하면 안 된다. 사람을 콕 짚어서 얘기해야 한다. "거기 뒤 돌아보는 친구. 그래, 바로 너!" 회사에서 구경꾼은 필요 없다.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

 

어느 마을에 '모두(everybody)'와 '누군가(somebody)', '아무나(anybody)', 그리고 '아무도(nobody)'라는 네 사람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마을에 중요한 일이 생겼다. '모두'는 '누군가'가 틀림없이 그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았다. 이를 보고 '누군가' 매우 화를 냈다. 왜냐하면 그건 '모두'가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아무도' 하지 않고 말았다.

 

'길거리 살인 사건'도 마찬가지다. 뉴욕 한복판에서 20대 여성이 괴한에게 살해당했다. 38명의 목격자가 있었다. "구해 달라" 소리쳤지만 단 한사람도 도와주지 않았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 나오는 얘기다.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도 같은 맥락이다. 줄다리기에 참여하는 사람 수가 늘어날수록 1인당 공헌도는 떨어지게 되어 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하겠지' 하는 게 사람 심리다.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에 가깝다. 이를 탓해선 안 된다. 회사원 모두는 주변인이다. 책임은 분산될수록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회장의 존재이유다.
 
회사는 머릿수가 중요하지 않다.
눈사람을 뭉칠 때 들어가는 작고 단단한 돌멩이 하나가 필요하다. 열의에 찬 불씨 하나가 소중하다. 오히려 다수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우왕좌왕함으로써 혼란에 빠트린다.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할 때 묻어가려는 심리가 발동하여 '다수의 무지'에 빠지게 한다. 변화를 도모하려고 할 때에도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싫어하는 '다수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다수가 되면 더 무책임하고 무지해지는 게 사람이다.

 

회사는 '착한 회장 코스프레' 하는 곳이 아니다.
모두를 만족시키고 모두에게 동의 구할 필요 없다. 욕심이다. 3000명 회사도 제대로 된 30명만 뭉치면 변화시킬 수 있다. 300명 회사는 3명만 의기투합하면 바꿀 수 있다. 고인이 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도 목숨 건 '거사'를 앞두고  "똑똑한 놈 세 명만 데려와라."고 했다지 않는가. 번화가 건널목에서 세 사람이 한 방향을 보고 손가락을 가리켜보라. 지나던 사람 모두가 일제히 멈춰서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게 돼 있다.

 

'최초의 펭귄'을 만들어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편지 쓰지 말고 선택된 몇 사람에게 은밀하게 써라. 전 직원을 상대로 연설하지 말고 몇 사람만 불러서 조용히 얘기하라. 특별히 선정된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 속에 뛰어들 것이다. 그러면 주저하던 펭귄 모두 일제히 그 뒤를 따를 것이다.

 

직장인의 흥망성쇠가 보고서에 달렸다
회장이 궁금해 하는 일곱 가지

 

회장이 무릎을 탁 쳤다. '바로 이거야. 모름지기 보고서는 이래야지.'

 

더 이상 넣을 것도, 그렇다고 뺄 것도 없는 보고서였다. 회장의 가려운 곳은 구석구석 박박 긁어줬다.

 

첫째, ‘근본적인 문제의식’이다.

고민의 깊이가 보여야 한다. 아주 뿌리를 캐려고 달려들었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구석구석 다 쑤셨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이게 가장 어렵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다. 그랬을 때 회장은 안심한다. 다른 데에 더 좋은 게 없나 기웃거리지 않는다. 이것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끝’이다.

 

둘째, ‘전제’가 중요하다.

모든 일은 전제 위에 서 있다. ‘~하다면’ 혹은 ‘~한 상태에서’에서로 시작한다. 조건이 붙는다. 이걸 먼저 파악해야 한다. 깔아 둔 바탕이 무엇이냐에 따라 가는 방향이 달라지게 때문이다. 전제야말로 회장의 의중이다. 어설픈 추측은 금물이다. 물어봐라.

 

셋째, ‘이익과 혜택’이다.

회장은 늘 묻는다. ‘그래서 내게 돌아오는 게 뭔데?’ 기대하는 효과가 뭔지, 뭐가 이롭고 좋은지 답해야 한다. 베네피트(benefit), 어드밴티지(advantage) 같이 영어로 쓰면 더 그럴싸하다. 대놓고 이익이라고 하면 너무 장사꾼 같으니까. 아무튼 이게 없으면 꽝이다.

 

넷째, ‘근거’를 대야 한다.

보고서란 별 게 아니다. 윗분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서 잘 긁어주는 게 보고서의 본질이다. 그런데 그냥 긁어주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윗분이 무안하다. 이유를 대서 긁어줘야 한다. 윗분 생각이 옳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윗분 자신도 자기 생각이 괜찮은 방향인지 걱정한다. 괜찮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고서는 ‘왜’라는 물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쟁점’을 넣어줘야 한다.

내 얘기만 하면 신뢰가 덜 하다. 매수만 권유하는 증권사 보고서는 속보인다. 내 주장의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 나와 다른 생각, 다른 의견을 넌지시 집어넣자. 그러나 그것은 반박을 위한 재료일 뿐이다. 결론은 내가 이긴다. 치고받기를 치열한 고민의 증거로 보여라. 그러면 신뢰는 기본이고, 덤으로 긴장감과 재미도 있다. 세상에 싸움 구경이 가장 재미있다고 하지 않는가.

 

여섯째, ‘선택지’를 줘라.

고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옵션(option)이다. 실제 고르는 것은 보고하는 사람이다. 그런 판단이 없다면, 그리고 그런 내용이 보고서에 스며있지 않다면 그런 보고는 하지 말아야 한다. 형식만 취하는 것이다. 회장 대접을 해주는 것이다. 책임은 윗분이 지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회장을 과신해선 안 된다. 선택지마다 성공 확률을 넣어줘라. 그래야 고르기 쉬우니까.

 

일곱째, ‘대안과 대비책’이다.

문제가 없는 문제는 없다. 늘 걸림돌이 있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해줘야 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얘기한다. 심각성의 본질을 정의한다. 해법을 제시한다. 해법의 실현가능성을 말한다. 혹시라도 있을 부정적인 결과도 언급해준다. 물론 이것은 구색 맞추기일 뿐이다. 

 

보고서는 답을 찾는 과정이다.

답하기 위해 스스로 물어야 한다. 끊임없이 의문을 가져야 한다. 회장은 무엇이 궁금할까. 그래야 숨어 있는 디테일을 찾을 수 있고, 회장에게 안 깨진다. 헤밍웨이가 좋은 말은 다 해놓았다. 불필요한 것은 찾아볼 수 없고, 필요한 것은 빠진 게 없어야 좋은 글이다. 이것은 보고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보고서는 보고서 자체로만 평가받지 않는다. 회장은 그 보고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에 관심이 있다. 구두나 포스트잇으로 보고서가 얼마나 치열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넌지시 말하라. 어쩌면 이게 보고서 내용보다 중요하다. 혼자 만들었다고도 하지 마라. 설사 그렇더라도 많은 사람의 머리를 쥐어짠 결과라고 말하라. 그래도 회장은 당신을 기억한다. 더 좋은 이미지로 기억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믿음을 갖고 보고서를 읽기 시작한다.

 

보고서 작성에는 논리학이나 수사학보다는 심리학이 필요하다.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보라
숫자에 관한 회장과 직원의 동상이몽

 

“뭐야? 당신, 직무유기야. 숫자를 안 챙기는 것은 계기판 안 보고 비행기 조종하겠다는 심보라고. 당신 감이 그렇게 좋아?”

 

‘숫자에 약해서 감을 믿는다.’며 솔직함을 빙자하여 자랑질을 시도한 사장에게 회장이 쏘아붙인 말이다. 여러 사람 앞에서 무안당한 사장은 만회의 기회를 엿본다.

 

“회장님, 수치는 본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이미 지나간 과거의 것이고요.”

 

“누가 숫자를 보고만 있으래? 분석하고 독려해야지. 왜 이런 숫자가 나왔는지, 반성할 것은 무엇인지,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따져봐야지. 그리고 과거의 것이라고? 숫자는 위험을 방지하고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등대 같은 거야. 도대체 당신, 경영할 생각은 있는 거야!”

 

본전도 못 건졌다. 숫자에 관한 회장과 직원의 생각은 다르다. 회장은 기본적으로 계량화하는 걸 좋아한다. 주먹구구는 싫다. 직원들을 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숫자에 매달린다. 숫자를 믿고 신봉한다. 모든 가치는 수치로 따진다. 그러면서 피터 드러커를 갖다 댄다.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직원들에게 숫자는 스트레스다. 벗어나고 싶은 감옥이다. ‘어린 왕자’처럼 “왜 회장은 숫자를 좋아하느냐.”고 따지고 싶다. 회장은 피터 드러커만 알지, 더 유명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은 모르는가. “숫자로 셀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소중한 것은 아니며, 소중한 모든 것이 숫자로 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회장은 숫자로 숨통을 조이고, 직원들은 숫자 맞추기에 허덕이는 게 경영이고 회사생활이다. 숫자에는 마력이 있다. 심리학에 ‘프레이밍 효과(Framming effect)’라는 게 있다. 같은 사안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느냐’를 좌우할 수 있는 게 바로 숫자다.

 

예를 들어보자. 300명이 위험에 처해 있다. A라는 방법을 쓰면 100명이 살 수 있다. B라는 방법으로는 300명이 다 살 확률이 1/3, 아무도 못 살 확률이 2/3라고 할 때,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결과는 똑같다.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은 A를 선택했다. B는 왠지 불확실해 얼마든지 늘이거나 올릴 수 있다. 일명 숫자놀음이 가능하다. 판단의 근거로서 숫자만큼 들이밀기 좋은 것도 없다. 객관적이라고 우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숫자는 만드는 사람의 의도나 목적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질적으로 나빠진 것도 양적으로는 하고 있는 부서가 힘을 쓴다.

 

숫자,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어차피 경영은 수치다. 매출액, 순이익, 점유율 모든 것이 숫자다. 세상엔 숫자로 판단할 수 없는 게 많다고 항변해봤자 소용없다.

 

느낌으로 말하지 말고 숫자로 말하자. 뜬구름 잡는 소리 쓰지 말고 수치가 많은 글을 쓰자. 그래야 디테일에 강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목표의식이 분명하다고 칭찬받는다. 찾아보면 유리한 숫자는 얼마든지 있다. 불리한 숫자는 굳이 쓸 필요 없다. 화장과 덧칠, 왜곡과 과장이 가능한 게 숫자다.

 

회장도 숫자만 보면 실패한다. 숫자는 경영의 출발점일 뿐이다. 목적지는 사람이다. 숫자는 본질이 아니다. 숫자 뒤에 숨어 있는 피눈물을 봐야 한다. 숫자에 울고 웃는 사람을 봐야 한다. 사람의 창의와 꿈은 숫자로 파악할 수 없다. 감정과 정서는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숫자는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

 

숫자에 질식해 죽어가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을 보는 것이 진짜 경영이고, 회사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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