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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 ⑩

  • 2016.11.30(수) 09:41

글쓰기를 위한 필살기
말하기·글쓰기의 출발점은?
독자에 대한 배려가 좋은 글을 만든다
그럼에도 추천하는 글쓰기 책 10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불러온 최순실 게이트는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진 게 도화선이 됐다. 대통령 연설문이 중요한 것은 연설문의 내용이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토씨 하나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대통령 연설문 쓰기의 엄중함을 알려준 책 `대통령의 글쓰기`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8년 동안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은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2014년 2월에 펴냈다. 

 

저자는 같은 해 12월 `회장님의 글쓰기`도 발간했는데, 이에 앞서 비즈니스워치에 40회(2014년 7월~9월)에 걸쳐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를 연재했다.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는 `회장님의 글쓰기`의 초본인 셈이다.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반영, 2년 전에 게재했던 원고를 10회 분량으로 편집해 다시 싣는다. [편집자]

 

글쓰기를 위한 필살기
독서, 토론, 학습, 관찰, 메모

“너 베스트셀러 작가도 되고... 잘 나간다며?”
출판사 오기 직전까지 다니던 회사의 회장 전화다. 그럴 줄 몰랐다는, 뜻밖이라는 목소리였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정말 운이 좋았다. 책 쓰려고 출판사에 간 것은 아니었다. 100세 인생이란 소리에 솔깃했다. 남은 50년은 뭘 하면서 살지? 글 만지는 일로 보내고 싶었다. 아니, 선택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돌아보면 글 쓰는 일로 잘 먹고 잘 살았다. 글을 써서 25년 간 월급 받고 살고, 지금은 이곳저곳에서 글쓰기 강의도 한다. 과분한 호사다. 내게도 염치란 게 있을 터. 누군가 ‘당신이 글에 대해 뭘 알아?’라고 물으면 ‘나도 이 정도는 노력했다.’고 대답할 말이 필요했다.

글쓰기는 생각 쓰기다. 생각은 저절로 나기도 하지만, 자극이 필요하다. 독서와 토론과 학습과 관찰이 생각을 촉발시킨다.

첫 번째, 독서다.
쇼펜하우어가 그랬다. 독서는 다른 사람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사색의 대용품이 독서라고 했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하지만 책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 때 아버님이 사주신 제목 미상의 글짓기 책 한권을 닳도록 읽었다. 독후감, 일기 등 종류별로 잘 쓴 글을 모은 책이었다. 그 책 덕분에 글짓기 대회가 기다려졌다. 중고교 때는 이모 집에서 살거나 입주과외를 했다. 이모부는 시인이셨고 입주한 곳은 서점이었다.

둘째, 토론이다.
‘100분토론’ 같은 거창한 토론이 아니다. 수다도 좋다. 횡설수설 주정도 나쁘지 않다. 사람은 말하면서 생각한다. 들으면서 생각이 난다. 토론은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키운다. 설득력을 키우는 데도 토론이 최고다. 대학 다닐 때 거의 매일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학교 건너편 관악산 입구에서 파전에 막걸리를 마셨다. 술이 얼큰해지면 예외 없이 신림 사거리로 진출했다. 격렬한 토론과 논쟁이 벌어졌다. 내가 밀렸다 싶은 날은 집에 가 칼을 갈았다. 얘기할 거리를 미리 준비하고, 다음날 술자리에서 먼저 얘기를 꺼냈다. 그러는 사이 나도 모르게 생각하는 힘이 커져 갔다.

셋째, 학습이다.
수업은 등한시했다. 자기주도 학습을 했다. 세미나와 심포지엄을 구석구석 찾아다녔다. 거의 매일 학내 시위를 참관(?)했다. 대자보를 읽으며 공부했다. 종교행사도 기웃거렸다. ‘도를 아시냐’고 물으면 어디서 배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체험학습을 했다. 나중에 보니 이 모두가 글을 쓰는데 필요한 자양분이었다.

넷째, 관찰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다. 보여야 생각하기 시작한다. 관심이 생각의 출발점이다. 나는 신문 부음을 열심히 본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부음이다. 돌아가신 분이 무엇을 했고, 그 자녀들이 뭘 하고 사는지 알아보는 게 흥미롭다. 기사 중에는 인터뷰 기사가 가장 재미있다. 술을 마시면서도 옆자리 얘기가 궁금하다. 그 사람들 얘길 듣는 데 정신이 팔린다. 이 때문에 아내에게 자주 핀잔을 듣는다. 길을 걷다가 50대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혼자 편의점에 앉아 퍽퍽하게 보름달을 먹고 있는 남자다. 초점이 없는 눈동자가 슬프다. 눈물이 핑 돈다.

끝으로, 메모다.

써놓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써놓지 않은 것은 모두 다 잊어버린다. 생각나는 것은 무조건 써놓아야 한다. 써놓아야 비로소 자기 생각인 것이다. 어릴 적부터 메모하는 걸 좋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쯤 형과 함께 부여에 갔다. 수첩을 챙겨온 걸 보신 아버지가 칭찬하셨다. 대신, 형에게 미움 받았다. 그래도 꿋꿋하게 메모했다.

눈을 씻고 찾아보니 나름 준비 많이 했다. 거저 공짜로 주어진 25년은 아니었다. 내 인생 날로 먹지 않았다.

 

 

말하기·글쓰기의 출발점은?
‘매너 꽝’에서 ‘매너 짱’까지 매너 5단계


직장에서 말과 글은 ‘분위기’라는 바다 위에 떠있는 배와 같다. 같은 말과 글이라도 분위기가 좋으면 순풍에 돛 단 배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폭풍우를 만난 난파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조직 구성원들의 태도, 즉 매너가 결정한다. 다시 말해 분위기는 각자의 매너에 달려 있고, 이런 분위기를 좋게 만들지 않으면 거기서 떠다니는 말과 글을 아무리 다듬어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매너는 중요하다.

‘매너 짱’이라고 하는 사람과 ‘매너 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 차이를 가장 기본적인 단계에서부터 고차원적인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섯 단계로 구분해 보았다.

1단계 : 상식 단계
그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단계다. 초등학교 도덕책에서 배운 공중도덕과도 같은 것이다. 기초적인 예의범절, 혹은 기본 룰을 지키는 단계? 이것을 제대로 안 하면 욕먹거나 왕따 되기 십상이다. 이것은, 지켰다고 남을 기분 좋게 하거나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안 지키면 남에게 폐를 끼치고 불쾌하게 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 문제가 있으면 보통 ‘몰상식, 몰염치하다.’ 혹은 ‘매너가 출장 갔다.’는 소리를 듣는다.

2단계 : 에티켓 단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매너’와 가장 가까운 단계다. 화장실 문을 노크하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으로서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문을 두드릴 때 점잖게 세 번을 두드리느냐, 아니면 쾅쾅 소리를 내며 두드리는가 하는 것은 ‘에티켓’ 차원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릴 때는 여자가 먼저 내릴 때까지 기다리고, 회의시간에 늦게 오지 않는 등 작은 일 같지만 이런 매너는 상대에게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며, 관계를 원만하고 부드럽게 만든다. 이 단계를 잘 못하면 ‘버릇이 없다.’, ‘사람을 무시한다.’, ‘예의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3단계 : 배려 단계
본시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매너의 핵심이다. 내 생각을 고집하기 이전에, 나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 달리 말하면, 매너는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생각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앞의 '에티켓 단계'와의 차이를 설명해보면 이렇다. 인도에 가면 식사를 하기 전에 손 씻는 물이 나온다. 그런데 인도에 처음 온 손님이 그 물을 마셨다. 그러자 인도 주인이 그 물을 같이 마셨다. 물 마신 사람이 머쓱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에티켓에는 어긋났지만 배려는 굿인 경우다.

이런 경지의 매너를 갖추기 위해선 단지 겉만 치장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내면의 생각하는 방식까지 바꾸어 나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마음이 향하도록 해야 한다. 상대가 나와 다를 수 있고, 옳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매너의 기본정신은 ‘역지사지’라고 할 수 있다. 이 단계 매너는 거의 ‘인품’ 수준이며, 가히 이 정도가 되면 매너는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4단계 : 존중과 포용 단계
앞의 '배려 단계'가 약간 소극적인 것이라면, 이 단계는 좀 더 적극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관심과 배려의 수준을 넘어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존중의 단계에 가면, 사람들은 감동한다. 존중이 스며있지 않은 ‘에티켓’은 가식적으로, 존중이 밑바탕에 없는 ‘배려’는 형식적인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

약자에 대한 ‘노블레스 오블리제’, 즉 포용도 여기에 해당한다. 본래 매너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경쟁사회에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단계를 갖추게 되면 ‘의리 있는 사람’, ‘진짜 멋있는 사람’이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남들한테 존중 받고 싶은 만큼, 내가 먼저 남들을 존중하면 된다.

5단계 : 책임 단계
어느 조직이나 작은 것보다 큰 것, 부분보다 전체, 현재보다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한마디로 책임의식이 높은 사람이다. 대개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되고, 조직을 이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상황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때로는 오지랖이 넓다고 핀잔을 받기도 하지만 사실은 용기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그리고 존경의 대상이 된다. 기업이나 조직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반드시 이런 매너를 갖춰야 한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MBA 과정에서 유수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당신이 성공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놀랍게도 응답자의 93%가 능력, 기회, 운이 아닌 ‘매너’를 꼽았다고 한다.

 

 

독자에 대한 배려가 좋은 글을 만든다
욕심내지 말고 욕망하자.


나그네가 어두운 밤길을 더듬고 있었다. 그 때 먼 곳에서 등불이 반짝였다. 등불을 향해 반갑게 나아갔다.

“아니, 이럴 수가!”

등불을 든 사람은 앞을 못 보는 장님이었다.
“당신은 장님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등불을...”
“예,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앞이 보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오. 하지만 등불 덕에 사람들이 나와 부딪치지 않으니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요.”

글쓰기가 왜 어려울까?
읽을 사람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멋있게 쓰려고 한다.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이런 욕심은 두 가지 폐단을 낳는다. 글이 표현상 느끼해진다. 내용면에서는 공허해진다. 결국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읽을 사람을 의식은 하되 극복해야 한다. 넘어서야 한다. 그들에게 구걸하지도 주눅 들지도 않아야 한다. 당당하게 중심을 잡고 독자와 마주하는 것이다.

독자를 따뜻한 눈으로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독자는 빨간 펜 선생님이 아니다. 나의 글을 재단하는 검열관이 아니다. 독자는 나와 한 편이고 내 글쓰기의 참여자다. 같이 호흡하고 함께 공감하는 친구다.  

독자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게 문제다. 우리는 일기를 쓸 때 귀찮기는 해도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독자가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자를 과도하게 의식하면 두려움이 생긴다. 잘 보이고 싶은 욕심이 과하면 두려움이 된다. 두려움은 글쓰기에 하등의 도움이 안 된다. 

내가 먼저 정직해야 한다.
자기 검열부터 하지 않아야 한다. 독자의 마음을 잡으려면 자기 마음부터 열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야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글이 생생하고 자연스럽다. 글에 꾸밈이 없다. 글에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찾아들게 하기 위해서 그래야 한다.

독자를 잊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
고독한 시간, 자기 내면에 잠겨 있는 것을 끌어올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글쓰기는 3단계다. 첫 번째 준비 단계에서 철저히 독자를 염두에 둔다. 파악하고 연구한다. 두 번째 쓰는 단계에서는 잠시 잊는다. 나에 몰두해 쓴다. 세 번째 고쳐 쓰는 단계에서는 나 스스로 독자가 된다. 독자는 이렇게 나의 글쓰기와 함께 하는 존재다.  

독자는 때로 좌절감을 안겨준다.
경청하되 의기소침하지는 말자. 니체의 말대로 ‘풍파는 전진하는 자의 벗이다.’라고 생각하자. 어차피 진공상태에서 글을 쓸 순 없다. 중력의 부담 정도는 기꺼이 감수해야 할 터. 무관심하지 않은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독자를 배려하자.
배려는 자기를 중심에 두지 않는 것이다. 거창한 것을 써서 멋있게 보이고 싶은 것은 자기를 중심에 둔 것이다. 그래서 욕심이라고 한다. 그러지 말고 욕망하자. 글쓰기에서 욕망은 독자에게 전달할 좋은 내용을 찾고 싶은 마음이다. 또 그것을 좀 더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간절함이다. 나아가 독자 가슴에 꽂히게 하기 위해 고민하는 열정이다. 이 모두가 자기가 아닌 독자를 중심에 둔 것이다.  

글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 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독자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그런 글은 독자를 불안하게 한다. 자신 있게 써서 부담감을 주지 않는 게 독자에 대한 배려다.  

자신이 많이 안다는 것을 글에 드러내면서 우쭐해 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 알기 쉽게 써서 그것을 단번에 이해한 독자들이 우쭐하게 만들어야 그게 배려다. 장황하게 써서 독자들의 시간을 빼앗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써서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배려다. 

온갖 수식어와 수사법을 동원해서 독자에게 감동을 주려는 시도는 배려가 아니다. 느끼함으로 고문하는 일이다. 담담하고 소박하되 전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한 것이 독자를 배려하는 것이다.  

책임감(Responsibility)은 반응(Response)과 능력(Ability)의 합성어라고 한다. 그러니까 타인에 대해 반응할 줄 아는 능력, 즉 독자에 대한 배려가 글 쓰는 사람의 책임감이다. 잘 쓴 글은 독자의 마음에서 나온다. 내가 잘 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거든 독자를 향해 ‘장님의 등불’을 먼저 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추천하는 글쓰기 책 10권
글쓰기 책 읽고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고등학교 2학년 국어 첫 수업시간. 대학을 막 졸업하고 우리 학교에 부임해 오신 선생님이 참고서 소개로 수업을 시작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가 아무 생각 없이 한마디 했다. “책 잘 파시네.” 수업시간 내내 맞고 교무실에 끌려가 종일 맞았다. 학부형도 소환됐다.

책 소개하는 게 부담스럽다. 글쓰기 강연에 가면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고등학교 2학년 국어 수업 첫 시간이 떠오른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쓰면서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족히 50~60권은 될 듯싶다.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저자가 다르다고 글쓰기의 본질과 원리가 다를 수 없다. 그 가운데 국내서 6권, 번역서 4권을 골라봤다. 여기 소개한 10권만 읽으면 글쓰기에 관한 모든 것을 섭렵할 수 있다고 감히 자부한다. 책 팔려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뺐다.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김영사, 2002)
스토리에 빠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글쓰기를 ‘연장통’에 비유하면서 글을 잘 쓰려면 연장을 골고루 갖추고 그것을 들 수 있는 팔심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토리에서 출발해 주제로 나아가라.’ ‘지옥 가는 길은 수동태와 부사로 뒤덮여 있다.’ ‘글은 쓰고 나서 10%쯤 줄여라.’ 이 책을 읽고 나면 글 쓰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돌베개, 2007)
글쓰기 고전답게 인상적인 대목이 많다. ‘글쓰기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정말로 힘들기 때문이다.’ ‘많은 글을 접하고 자기 글을 많이 써보는 게 정답이다.’ ‘첫 문장을 읽고 그 다음이 궁금하지 않으면 죽은 글이다.’ ‘초고가 완벽하지 않을 확률은 100퍼센트에 가깝다.’ ‘문장에 문제가 있을 때 그 부분을 빼버리기만 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글 고치기 전략』 (장하늘, 다산초당, 2006)
처음부터 잘 쓴 글은 없고, 잘 고친 글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책. 퇴고의 정석이라 할 만한다. △많은 생각이 담긴 문단 △여기저기 박혀 있는 접속어 △지루하게 반복되는 어휘 △애매한 지시어 △겹치는 조사 △군살 붙은 문장 △힘없이 긴 문장 △국적 없는 번역체 표현 △한자어 추상접미사 ~적, ~화, ~성은 고치기 대상이다.

『글쓰기 훈련소』 (임정섭, 경향미디어, 2009)
기본기 익히기에 적합한 실용적인 책. 멋진 글 대신 쉬운 글, 감상 대신 줄거리, 거창한 것 대신 일상, 장문 대신 단문을 쓰자고 제안한다. 중복 불가, 과잉 수식과 수사 금지, 불필요한 말의 축약 법칙도 소개돼 있다. 글쓰기 방법으로 P(포인트)-O(아웃라인)-I(배경 정보, 근거)-N(뉴스, 사례)-T(생각, 느낌, 의견)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글 바로쓰기』 (이오덕, 한길사, 2009)
유시민 전 장관이 글쓰기 강연할 때마다 언급하는 책. 중국어와 일본어에 오염되어 있는 말과 글을 보기를 들어 바로 잡아준다. ‘경험한 일을 솔직하고 쉽게 멋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쓴 글이 좋은 글’이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전 5권으로 되어 있다.

『글쓰기 만보』 (안정효, 모멘토, 2006)
분량에 비해 쉽게 읽힌다. 알차다. 영감보다는 철저한 준비와 꾸준한 훈련을 중시한다. ‘지나치게 장식을 하면 티코에 안테나를 6개 달고 다니는 모습과 다름없다.’ ‘집을 다 지으면 남이 들어가 살 듯, 작품도 다 쓰고 나면 다른 사람이 읽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발 ‘것’, ‘있다’, ‘수’, ‘~같다’를 최소화하라고 명령한다.

『글쓰기의 전략』 (정희모·이재성, 들녘, 2005)
글쓰기 교재에 가깝다. 발상에서부터 구성, 서두, 결말 쓰기 방법을 좋은 예문을 들어 설명한다. 기본전략으로 △초고는 가볍게 작성 △상세한 개요 △첫 문장 준비 △앞 문장 읽어가며 쓰기 △발상과 개요작성 때 가졌던 감각 유지 △좋은 글 참고를 제시.

『하버드 글쓰기 강의』 (바버라 베이그, 에쎄, 2011)
약간 원론적인 글쓰기 매뉴얼 같은 책이다. 할 말을 찾아내는 핵심 기술로 ‘프리라이팅(마음가는대로 쓰기)’이 눈길을 끈다. 편한 마음으로 아무런 부담 없이 10분간 써보라는 것. 글쓰기에는 네 가지가 필요하다. △담길 내용 찾기 △독자 헤아리기 △장르나 형식 정하기 △내 마음속 생각을 독자 마음에 넣기 위한 언어사용 능력이다.
 
『문장강화』 (이태준, 창비, 2005)
크게 도움은 안 되지만 한번쯤 읽어야 할 글쓰기 교본. ‘시는 지용, 문장은 태준’이란 말 대로 촌철살인의 문장이 돋보인다. ‘마음과 생각과 감정에 가까운 것은 말이니 글을 죽이고 말을 살려야 한다.’ ‘언어는 철두철미 생활용품이다.’ ‘문체란 사회적인 언어를 개인적이게 쓰는 것이다.’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너그러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서 없애는 신경질이 글쓰기에선 미덕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한문화, 2013)

글쓰기는 발견의 기록이라고 규정한다. 문법에 얽매이거나 편집하고 생각하고 마음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손을 움직이며 더 깊이 파고들라고 한다. 자기 안에 흐르고 있는 내면의 소리를 말하지 말고 생생하게 보여주라 한다. 이를 위해 첫 생각을 밀고 나가라, 시간을 정해 멈추지 말고 써라, 한계를 넘어 계속 밀어붙이라고 조언한다.
 
글쓰기를 책으로 배울 수는 없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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