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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 ⑨

  • 2016.11.29(화) 08:32

카산드라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회장에게 당하면서 배운 ‘모름지기 보고란’
회장이 모르는 협상의 법칙
자고 일어나니 작가가 되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불러온 최순실 게이트는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진 게 도화선이 됐다. 대통령 연설문이 중요한 것은, 연설문의 내용이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연설문 토씨 하나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 연설문 쓰기의 엄중함을 알려준 책 `대통령의 글쓰기`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8년 동안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은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2014년 2월에 펴냈다.   


저자는 같은 해 12월 `회장님의 글쓰기`도 발간했는데, 이에 앞서 비즈니스워치에 40회(2014년 7월~9월)에 걸쳐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를 연재했다.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는 `회장님의 글쓰기`의 초본인 셈이다.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반영,  2년 전에 게재했던 원고를 10회 분량으로 편집해 다시 싣는다. [편집자]

 

 

카산드라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설득의 기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고 회장이 묻는다. 나의 대답은 ‘글쓰기’였다.
회장의 답은 뻔하다. 남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 호주머니로 옮겨놓는 것이다.

 

내 생각은 다르다.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남의 머릿속으로 옮겨 놓는 글쓰기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설득력이 필요하다.

회장의 말과 글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면 다음 다섯 가지 중의 하나가 그 이유다.

당신이 완벽한 사람이거나, 그런 체를 해서 그렇다. 완전무결함은 본능적으로 도전의 대상이다. 어떻게든 이겨보고 싶다. 결코 설득당하기 싫다. 약점이 보여야 설득당해주고 싶다. 사람들은 허점과 실수에 호감이 간다. 잘못을 털어놓으면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힘 있는 사람이 힘을 쓰지 않고, 잘 알지만 아는 척하지 않는 게 보일 때, 직원들은 이미 설득당할 모든 준비를 마친다.

 

뭔가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렇다. 투명해보이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의심한다.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지는 않은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다. 그러므로 의도적으로 솔직할 필요가 있다. 자기 이익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설득은 그 다음 일이다.

 

당신이 주인공 행세를 해서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주인공이다. 설득당할 때 당하더라도 자기가 결정해야 한다. 윽박지른다고 읍소한다고 설득당하지 않는다. 최종 선택권은 내가 갖고 있고, 내가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스스로 설득당하는 명분이 선다. 조정당한다고 생각하면 방어 자세부터 취한다. 설득당해야 할 사람을 갑이 아닌 을로 만들 때 설득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다.

 

자기 신념이 분명해 보이지 않아서 그렇다. 따를 만한 사람이라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안서서 그런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부귀영화만이 아니라 직원과 회사의 장래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믿음이 생겨야 설득당할 수 있다. 그랬을 때 회장의 권력은 선한 영향력으로 발전한다. 설득하는 힘이 생긴다.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렇다. 사실 이것만 있으면 다른 건 모두 눈 감아 줄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여선 곤란하다. 내 편으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잘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비밀을 공유하고, 칭찬하고, 공감하고, 믿고 위임해주면 된다. 이렇게 일관되게 해나가면 인간적인 유대감이 확고해지고, 굳이 설득이 필요 없는 이심전심의 경지에 이른다. 다섯 가지를 장황하게 얘기했다.

직원을 설득하는 일은 작은 데서부터 시작한다.

회장이 사장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했다. 사장이 회사로 돌아와 부서장들을 모아놓고 회의 결과를 얘기한다. 부서장들 역시 사장에게 들은 얘기를 부서원들과 공유한다. 그런데 여기서 전달되는 얘기를 들여다보면 설명과 설득으로 나뉜다. 회장의 말에는 의도 같은 ‘배경’이 있고 ‘결론’이 있다. 어떤 사장은 결론을 9분 얘기하고, 배경을 1분만 얘기한다. 다른 사장은 배경에 9분을 할애하고 결론은 1분간 말한다. 전자는 설득이 아니라 설명이다. 아니 지시에 가깝다. 후자가 설득이다. 

아폴론 신이 카산드라를 사모했다. 그러자 카산드라는 사랑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예언 능력을 달라고 한다. 아폴론은 예언 능력을 선물했다. 그러나 그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아폴론은 앙심을 품고 그녀의 말에서 설득력을 빼앗아 갔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후 사람들은 남의 말을 쉽게 믿지 않았다. 오늘도 회장들은 아폴론 신이 카산드라에게 내린 저주로 힘이 든다. 직원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렵다. 

설득은 화술의 문제가 아니다. 논리 싸움도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경영 활동 그 자체다. 직원들의 이해와 양보와 희생이 필요한가? 위 다섯 가지에 대해 먼저 자문해볼 일이다.

 

 

회장에게 당하면서 배운 ‘모름지기 보고란’
구두보고 요령


회장이 우스갯소리를 한다.

‘보고’ 느낀 것을 가감 없이 하는 게 보고다.
‘보고’도 못 본 체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안한 것이 아니라 허위보고를 한 것이다. 방관과 누락도 거짓보고다.
좋은 보고는 상사의 관점에서 ‘보고’ 말하는 것이다.
보고는 자기 세일즈와 문제 해결, 위기관리의 ‘보고(寶庫)’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주옥같은 얘기다. 모름지기 보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준다.

이밖에 회장에게 듣고, 당하면서 배운 보고의 기술이다.

- 축소와 확대의 유혹에 빠지지 말자. 더하거나 덜지 말고 있는 그대로 전한다. ‘귀로 들은 것과 눈으로 본 것을 빠짐없이 보고한다. 단 귀로 듣지 않았거나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일언반구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김훈의 『칼의 노래』에 나오는 이순신 장군의 지침이다.


- 보고는 타이밍이다. 그러나 늦은 보고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 상사가 기분 좋을 보고만 하지 말고 부정적인 보고도 자주 해야 한다. 대신, 문제점만 말고 해법도 함께 제시하자. 보고할 때 분위기는 안 좋아도 나중에는 고마워한다.


- 상사를 건너뛰고 싶은 생각을 버리자. 일일이 보고하는 것은 상사를 번거롭게 하고 일을 지체시키는 것이라고? 자기합리화다. 사실은 혼나는 게 두려워서, 상사와 한번이라도 덜 대면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다. 자기 선에서 해결할 일은 없다. 사고는 꼭 그런 데서 난다.


- 친절하게 설명한다고 섣불리 비유법을 남발하지 말자. ‘나를 뭘로 보냐.’며 짜증낸다.


- 상사는 간단한 보고를 최고로 친다. 간략하게 정리가 안 되면 미루는 게 좋다. 아직 이해가 덜 된 것이다.


-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확인하자. 상사라고 다 알아듣는 것은 아니다.


- 질문에 대비하자. 실컷 보고하고 본전도 못 건진다.


- 보고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크로스 체크한다고 마음 상하지 말자. 이중 삼중 확인은 상사의 의무다.


- 보고한 증거를 남기자. 나중에 딴소리한다. ‘당신이 언제 얘기했어!’

보고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연결’ 상태다.
보고하는 사람과 보고받는 사람과의 연결이 신뢰인가, 불신인가? 이것이 보고 내용 자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신뢰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보고 마감시한을 지키는 건 기본이다. 자주 물어보는 게 좋다. 지시받았을 때 ‘어떤 내용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도중에 궁금한 게 있으면 다시 찾아가 물어본다. 보고 내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방향이 맞는지’ 물어본다. 그런 연후에 보고하면 상사는 보고 전에 이미 수용한다. 보고 전에 상사가 ‘보고 준비는 어찌 돼가나?’ 먼저 물어보면 이미 늦다.

이런 보고는 상사와 불신을 키운다. △알맹이 빠진 보고 ‘이런 보고를 왜하지?’ △일한 티내는 보고 ‘고생했다 이거지?’ △애매모호한 보고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사실과 느낌이 혼동되는 보고 ‘당신 생각이야 뭐야!’ △요점 정리가 안 되는 보고 ‘결론이 뭔데!’

보고받는 사람은 연구 대상이다.
전체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는 상사인가, 조목조목 따지는 것을 좋아하는 상사인가. 듣는 것을 즐기는 청각형인가, 보는 것으로 내용을 잘 파악하는 시각형인가. 성향을 알고 거기에 맞춰 보고해야 할 대상이다. 결론부터 말하고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해서 말하는 게 무난하다. 세 가지 이점, 세 가지 중점사항… 이런 식으로. 강조할 것은 한 가지만, 비교나 대조를 할 때는 두 가지를 열거할 때는 세 가지를 하라 했다.

세 가지를 열거할 때는 보고받는 사람이 관심 갖는 것부터, 간단한 것부터 천천히, 확실하게, 구체적으로 말한다. 나아가 단순한 전달에 그치지 않고, 보고받는 사람이 무언가를 연상하고,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게 해주면 좋다. 보고만 잘해도 직장생활 문제없다.

 

 

회장이 모르는 협상의 법칙
협상의 성공 조건


카터와 레이건의 협상 자문을 했던 허브 코헨은 세상의 8할이 협상이라고 했다. 그렇다. 주고받는 모든 것은 협상 대상이다. 가정, 학교, 회사 등 모든 곳이 협상 테이블이다. 이익을 중심으로 모인 회사 조직은 특히 그렇다.

회장은 협상의 규칙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상사와 부하 간에, 부서와 부서 간에, 우리 회사와 다른 회사 간에 지금 이 시간에도 이뤄지고 있는 협상의 룰을 만들고, 협상 지침을 주는 게 회장이다. 그것이 회장 역할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다.

회장에게만 협상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 요구하는 말하고 읽고 셈하고 쓰는(話讀算書) 능력도 협상에서 배울 수 있다. 협상에는 상대를 파악하는 능력, 설득, 경청, 논박의 기술이 모두 동원된다.

협상 고수답게 회장은 어떻게 해야 협상을 잘할 수 있는지 수시로 얘기한다. 그렇다고 회장의 말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회장은 감정을 앞세우지 말라고 한다.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래서는 큰 것을 얻을 수 없다. 기교는 한계가 있다.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진다. 인간적 신뢰를 줘야 한다.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게 맞다. 말콤 글래드웰은 『블링크-첫 2초의 힘』에서 의료사고가 났을 때 법적 다툼을 벌일 확률을 밝혔다. 의사가 얼마나 큰 과실을 범했는지 보다는 진료시간이 얼마나 충분했는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제대로 설명을 들으면서 신뢰를 쌓은 환자는 똑같은 결과에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성보다는 인간적 신뢰가 협상의 관건이다.

회장은 쉬운 것부터 협상하라고 한다.
소위 선이후난(先易後難) 전략이 실용적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껄끄럽고 타결이 어려운 사안을 뒤로 미뤄두면 대부분 타협하고도 협상 마무리에 가서 어려움에 봉착한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한 꼴이 된다. 그러나 어려운 것을 먼저 해결하면 거기에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쉬운 것은 서로 양보하며 결론을 내게 돼 있다.

회장은 입장을 바꿔 생각하라고 한다.
흔히 말하듯이 역지사지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입장을 중심으로 협상하지 말라고 한다. 이해관계를 근거로 협상하라고 한다. 입장을 중심으로 거래하게 되면 입장이 자존심이 되어 난항을 겪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의 이해를 분명히 하고 상대방의 숨겨진 이해를 찾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장은 히든카드를 준비하라고 한다.
‘밀당’과 포커페이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스’를 받아내기 위해 ‘노’를 연발하라고 한다. 양파 껍질 벗기듯 은밀하게 하나씩 하나씩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 툭 까놓고 말하는 게 낫다. 이쪽에서 비밀을 가지면 저쪽도 비밀을 만든다. 감춤의 상승작용은 협상의 장애물이다. 내 카드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본격적인 협상이 가능하다.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취할 수 있는 대안, 즉 배트나(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도 공개하는 게 좋다.

회장은 비장함을 강조한다.
배수진을 치라고 한다. 이 말에는 협상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것이라는 전제, 협상은 승부를 겨루는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렇지 않다. 협상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서로 원하는 것을 거래를 통해 얻는 게 협상이다. 고려 서희 장군의 담판이 그 얘다. 거란은 국교 회복을, 고려는 강동 6주를 얻었다. 서희 장군이 이기고 소손녕이 진 담판이 아니다. 윈-윈 협상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작가가 되어 있었다
책을 써라

나이 쉰에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억대 연봉에 차량도 지급되었다. 회장을 보좌하고 있었으니 나름 힘도 있고 괜찮은 자리였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자리에 얼마나 더 있을 수 있지? 기껏해야 3년 아닐까? 한두 살이라도 젊었을 때 나가서 30년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낫지 않을까?

언젠가 본 ‘솔개의 선택’이란 영상이 떠올랐다. 새들 중에 수명이 가장 길다는 솔개. 태어난 지 40년이 되면 부리는 구부러지고 발톱은 닳고 날개는 날수 없을 만큼 무거워진다. 솔개는 고민한다. 이대로 살다가 죽을 것인가, 아니면 각고의 노력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할 것인가?

솔개는 결단한다. 바위산 정상으로 올라가 낡은 부리가 다 닳아서 없어질 때까지 바위를 마구 쫀다. 그 자리에 튼튼한 새 부리가 자란다. 새로 나온 부리로 발톱을 뽑기 시작한다. 새 발톱이 나오면 이번에는 깃털을 하나씩 뽑아버린다. 그 자리에 새로운 깃털이 나온다. 이렇게 다시 태어난 솔개는 80년의 수명을 누린다. 물론 사실이 아닌 이야기다.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말했다.
회장이 뭘 할 거냐고 물었다.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일로 인생 후반전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나마 그것 밖에 자신 있는 일이 없었다. 회장은 잘 안 될 거라며 언제든지 돌아오고 싶으면 오라고 했다.

학원에 등록을 했다. 편집 기초과정인 교정교열 강좌였다. 열심히 배워 출판사에 출근했다. 당연히 말단이었다. 대걸레를 잡고 사흘 걸러 한 번씩 야근도 하면서 세 사람의 책을 편집했다. 하나는 다섯 권짜리 삼국지 세트였으니 모두 7권의 책을 냈다. 그렇게 8개월을 보냈다.

 

그사이 페이스북에 입문했다. 출판 일을 하려면 정보 수집과 책 홍보를 위해 반드시 페이스북을 해야 한다는 말에 시작했다. 처음으로 내 글을 쓰는 것이 재밌었다. 반응도 괜찮았다. 나도 책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두 달간 휴직했다. 매일 집 앞 도서관에 나가 책을 썼다. 『대통령의 글쓰기』란 책이다.

책을 내고 나서 여러 가지가 바뀌었다.
아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이미 책을 쓸 때부터 대접이 달라졌다. 매일 술만 먹고 다니던 사람이 글을 쓰고 있으니 좀 그럴싸해 보였나 보다. 거기다 책까지 잘 팔렸다. 집에서 무시 못 할 존재가 되었다. 이전에는 과일이나 치킨 먹을 때 아들이 먹다가 남으면 먹었다. 이젠 같이 먹는다. 아내가 그러라고 하니까.

밖에 나가니 호칭도 바뀌었다. 나를 ‘작가’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 부르는 줄 알았다. 책이 잘 팔리니 그 앞에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다. ‘베스트셀러 작가’. 나는 지금도 ‘작가’라는 호칭이 쑥스럽다. 그래서 부러 ‘나는 베셀 작가’라고 하고 다닌다.


글쓰기 강사도 한다. 불과 일 년 전 분당 한겨레문화센터의 수강생이었던 나다. 지금은 신촌 한겨레문화센터 강사가 됐다. 수강생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외부 특강에도 자주 불려 다닌다. 책을 내고 100회 가까운 강연을 했다. 외부 강연에 가면 ‘교수님’이라고도 부른다. 이 또한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기분은 좋다. 대학 다닐 때, 언젠가 교사를 하기 위해 교직을 이수했다. 이제와 그 꿈을 이룬 것이다.

책을 쓰라고 권하고 싶다.
솔직히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누구나 자기 안에 쓸 거리를 가지고 있다. 얼마나 팔릴 것이냐 하는 것은 차후 문제다. 책을 내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책을 쓰는 과정 자체가 공부이고 자기 수련의 장이다. 또한 책은 자기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지난 삶이 정리되고 기록으로 남는다. 나아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저서는 자격증과 같다. 전문가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호구지책 수단도 된다.

한 마디로 인생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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