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정책 十年大計]②아이디어로 稅上을 바꾸다

  • 2013.06.07(금) 11:42

신용카드·현금영수증 도입 세원투명성 높여
근로장려금 서민 세제 안착..고용 유인 신호탄

어지러운 조세 환경 속에서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세금 제도가 있었다. 1999년부터 시작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국민들의 생활에 깊숙히 파고 들어 정착됐고, 세원 확보 측면에서도 성공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2005년에는 현금영수증 제도가 도입됐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연말정산에서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이 늘어났지만, 실제로는 베일에 쌓여있던 자영업자의 장부를 국세청이 들여다본다는 취지였다.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이 활성화되고 자영업자의 소득이 노출되면서 만연했던 탈세 관행이 상당부분 자취를 감췄다.  

 

자영업자의 탈세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선진국형 조세 제도인 근로장려세제(EITC)도 등장했다. 정부는 2009년부터 열심히 일을 하지만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가구에게 근로장려금을 지급했다.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근로장려세제는 엄두도 내기 힘든 제도였다.

 

근로장려세제는 저소득층의 근로 의욕을 높이고 소득을 재분배하는 효과도 있다. 과세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 않으면 부정 수급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부 선진국들만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조세제도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 탈세 막아준 '신용카드·현금영수증'

 

자영업자의 탈세 관행은 과세 당국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음식점에서 손님이 현금 5만원을 냈는데, 이를 주인이 장부에 적지 않고 뒷주머니에 챙기면 5만원 어치의 탈세가 손쉽게 이뤄진다.

 

소득을 줄이면 내야 할 세금도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탈세의 유혹에 빠져들기 쉬웠다. 반면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는 사업자는 누군가의 탈세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된다. 그만큼 나라 곳간은 덜 채워지고 사회적 혜택은 성실한 납세자나 탈세자나 똑같이 나눠 갖는다. 조세 형평성에 금이 가는 것이다.

 

정부가 1999년 신용카드가맹점 가입을 확대하고,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와 신용카드영수증 복권을 도입하면서 탈세 관행은 서서히 허물어졌다. 2005년 도입된 현금영수증 소득공제 제도는 신용카드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까지 메워냈다.


[출처: 한국조세연구원]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민간소비지출에서 신용카드(직불·체크·선불카드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22.4%에 불과했지만, 2010년 75.6%로 크게 늘었다. 현금영수증까지 합하면 88%에 달한다. 국세청은 최소한 이 비율만큼 자영업자의 소득을 파악할 수 있다.

 

정부는 점점 신용카드 공제율을 줄이는 대신, 현금영수증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이미 정책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고, 현금 거래로 새고 있는 세금을 더욱 촘촘하게 검증할 방침이다.

 

아직도 숨어있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해 과거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처럼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지도 관심이 쏠린다. 과세당국이 모든 사업자를 세무조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제도적인 기반을 다지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 선진국만 할 수 있는 '근로장려세제'

 

참여정부 공약이었던 근로장려세제는 5년이 넘는 준비기간을 거쳐 2009년 시행됐다. 2004년 당시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이 공청회와 법안 발의를 통해 시동을 걸었고, 2005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직속으로 근로소득지원세제(EITC) 추진기획단을 만들어 법안을 다듬었다. 국세청도 2007년 본청 직속의 근로소득지원국을 출범시켜 실무를 준비했다.

근로장려세제의 성패는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에 있었다. 근로자는 월급을 원천징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득이 투명하게 노출되지만, 자영업자의 소득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저소득층을 상대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의 특성상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부정 수급 가능성이 컸다.

 

정부는 우선 2009년부터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고,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2015년부터 혜택을 주기로 했다.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제도를 통해 자영업자의 과세 베이스도 어느 정도 기반을 다졌다는 분석이다.


[출처: 국세청]



근로장려세제는 서민 지원과 고용 유인이라는 매력에도 불구, 부정수급 문제 때문에 과세 기반이 탄탄하지 않으면 시행하기 어려운 제도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만 시행하고 있다.

 

한국형 근로장려세제는 소득 수준과 재산, 부양가족 등을 감안해 최대 200만원까지 받도록 설계됐다. 올해 100만명이 근로장려금을 받을 전망이다.

 

◇ 十年大計 Point☞ '아이디어 발굴'

 

박근혜 정부는 근로장려세제를 더욱 키운다는 방침을 내놨다. 국가가 세금을 걷어가기만 하지 않고, 돌려준다는 개념이 정부의 복지·고용 정책과 맞물리면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선진국형 조세제도가 우리나라에도 통한다는 사실은 미래의 정책 설계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현금영수증이나 근로장려세제를 뛰어 넘는 아이디어로 지하경제 양성화와 조세 정의로 가는 지름길을 마련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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