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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vs 재계]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 2014.01.20(월) 13:29

법원, 김승연 회장 3차례 구속영장 발부
2월 6일 판결에 한화그룹 명운 달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조원대 사기성 채권과 어음을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현 회장은 수의를 입고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2천억원대 기업어음을 사기로 발행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LIG그룹 구자원 회장과 장남 구본상 부회장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구회장이 여든 가까운 고령인데다, 재벌기업 오너의 부자가 동시에 법정구속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최근 법원이 대기업 오너들에 대해 '무관용' '무예외'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오너 부자 뿐 아니라 오너 형제(SK), 오너 모자(태광)까지 법정구속하고 있다. 과거에는 재벌회장님들이 저지른 경제범죄에 대해 불구속 재판, 집행유예 선고, 특별사면 등의 수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대기업의 경제범죄를 엄벌하겠다는 사법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판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재계는 법원의 이런 분위기에 적잖히 당황하면서도 예전에는 시늉내기에 그치던 준법경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말그대로 '법대로 경영'을 화두로 삼고 있는 것이다. 최근 법원의 변화가 재계에 미치는 영향, 갈등과 긴장의 모습을 그룹 별로 살펴본다. 첫 회는 총수가 세 차례 구속된 한화그룹이다.[편집자]


◇ 피고인석…병상 위의 호소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 법정 피고인석. 재계 서열 10위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병원 침대에 누운 채 마이크를 잡았다. 하늘색 마스크에 환자복을 입은 초췌한 모습의 김 회장은 힘겹게 피고인 최후 진술을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애쓰신 변호사님, 검사님, 재판장님과 판사님들에게 감사하다. 앞으로 (한화그룹이) 좀 더 나은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게 선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 1심에서 실형을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항소심 선고 공판을 받기 위해 지난해 4월 15일 구급차에 탑승한 채 서울 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위사진). / 지난 2102년 8월 16일 서울서부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김승연 회장. 당시 재판부는 징역 4년에 벌금 50억원을 선고하고 김 회장을 법정구속했다. (아래사진).


김 회장은 최근 4년 동안 검찰 수사, 법정구속, 장기간 입원 등으로 인생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차명 소유 회사의 채무 약 3000억원을 계열사들에게 불법으로 지급보증 하게 한 뒤 계열사들의 부동산 거래를 통해 이 채무를 정리하게 한 혐의, 계열사 보유 주식을 가족들에게 싼값으로 매각해 600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지난 2011년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김 회장의 피고인 최후 진술은 장장 4년에 걸친 법정 다툼의 최종 단계인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의 결심(선고를 앞둔 마지막 재판) 자리에서 이뤄진 것이다.

◇ 법정구속…재계 충격

검찰의 불구속 기소 후 한화그룹과 김 회장은 비록 액수가 3000억원대로 크지만 배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었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기 때문에 법원의 선처를 기대했다. 그룹 법무팀과 초호화 변호인단의 능력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배임죄는 집행유예 판결이 대부분이었던 이전 판례를 볼 때도 그랬다.

그러나 이 기대는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2012년 8월 1심 재판부는 징역 4년, 벌금 50억원을 선고하고 김 회장을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서 절대적 지위를 이용해 차명회사를 부정 지원해 계열사에게 거액의 손해를 끼치고 가족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에 손해를 입힌 점 등이 인정된다"면서 "최대 수혜자인데도 계열사에게 잘못을 떠넘긴 점 등에 비춰볼 때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곧바로 한화그룹은 물론 재계 전체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판결은 재벌총수의 경제범죄를 어물쩍 넘어가지 않겠다는 법원의 강한 의지, 그 첫 신호였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판결 난 부분 중 일부를 무죄로 보고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으로 감형했다. 계열사 부당지원 피해액 중 1186억원을 공탁한 점을 참작한 결과였다. 나아가 대법원은 '계열사를 통한 다른 부실계열사의 금융기관 채무에 대한 부당한 지급보증행위중 단순 만기연장에 불과한 지급보증은 배임이 아니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구치소 측의 건의로 법원에서 첫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고, 이후 만성폐질환, 낙상 등을 이유로 3차례에 걸쳐 구속집행정지연장을 신청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채 재판을 받아왔다.

 



◇ 배임으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 인정

이런 가운데 김 회장에게 불리한 또 다른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한화 소액 주주들이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된 한화S&C 주식 저가매각건과 관련해 김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경제개혁연대와 한화 소액주주가 김 회장과 한화그룹 경영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김승연은 원고들에게 89억6880만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회장 등이 한화S&C의 지분을 김 회장의 큰 아들에게 저가에 매각해 손해를 끼쳤다"는 소액 주주들의 주장을 재판부가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이처럼 법원이 대기업 총수들에게 경제범죄에 대한 형사적인 책임 뿐 아니라 민사적인 부분까지도 까칠하게 판단하고 있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 세 번 구속, 법원과 악연

만 29세인 1981년 한화그룹의 2세 수장에 오른 김 회장은 1993년 처음 법원과 악연을 맺었다. 당시 검찰은 외화를 밀반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저택을 구입한 혐의(외국환관리법 위반)로 김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그 후 법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김 회장이 징역을 살지는 않았다.

2007년에는 이른바 '아들 보복폭행 사건'으로 법원은 또 한번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회장 둘째 아들이 술집에서 폭행을 당하자 가해자들을 청계산으로 끌고 가 마구 때린 사건이었다. 이번에도 법원은 김 회장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풀어줬다.

이번 배임 사건으로 세번째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김 회장에게 재판부가 선고일인 2월 6일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한화그룹의 미래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2750억 달러에 달하는 이라크 전후 재건사업이 관건이다. 김 회장이 수주했던 80억 달러 규모의 신도시 건설공사에 이어 1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신도시 공사 입찰이 달려 있다. 이와 함께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태양광 사업도 김 회장이 언제 경영에 복귀하느냐에 명운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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