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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식 57조원 의결권 위임 가능…주총 영향은

  • 2019.01.11(금) 17:25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위탁주식 의결권 위임' 가능
계열사 주식 위임 금지…영업상 이해관계 보완책 필요
한진칼등 이슈 기업의 경우 국민연금이 직접 행사해야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민간 자산운용사에 위임할 수 있게 되면서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연금이 민간운용사에 의결권을 맡길 수 있는 국내 상장주식 규모가 이론적으론 57조원에 달하는데다 사모펀드가 경영참여를 선언한 한진칼 등 주요 이슈기업 주식도 잠재적인 의결권 위탁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은 한진칼처럼 논쟁이 있는 곳의 의결권은 맡기지 않고 직접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또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민간영리회사인 자산운용사들은 투자회사들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어 당장 전면적으로 의결권을 맡기는 것은 오히려 스튜어드십코드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보완책 마련 전까지는 의결권 위임이 전면적으로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위탁주식 57조 의결권 위임가능…영업상 이해관계 보완책 없어


정부는 지난 8일 국무회의를 열고 투자일임업자(위탁운용사)가 연기금·공제회로부터 투자일임재산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시행령 공포 후 1개월 이후부터 적용하기 때문에 올해 정기주총 시즌부터 당장 의결권 위임이 가능하다. 반드시 위임해야하는 의무조항은 아닌 국민연금 판단에 따른 선택조항이다.

 

의결권 위임이 가능한 주식은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하는 주식을 뺀 민간 자산운용사에 자금운용을 위탁한 주식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국내주식 123조9000억원(2018년 9월말 기준)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66조5000억원(53.7%)은 직접 운용, 57조4000억원(46.3%)은 32개 자산운용사에 위탁운용하는 주식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론 57조원의 위탁운용 주식이 의결권 위임 대상인데 일단 민간운용사와 계열관계에 있는 주식 의결권은 위임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가운데 한 곳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 의결권을 위임받을 수 없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계열관계는 아니지만 영업상의 이유로 이해관계가 발생하는 경우 의결권 위임을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

공적연기금인 국민연금과 달리 민간영리회사인 위탁운용사들은 상장회사들과 다양한 영업상 이해관계에 생긴다. 예컨대 자산운용사가 직접 퇴직연금 상품을 상장회사에 판매중이거나 앞으로 판매를 원하는 상황에서 이해상충이 발생한다. 자산운용사의 계열 증권사가 상장회사의 주식·회사채 발행에 관여하고자 할 때도 넓은 의미에서 이해관계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간 자산운용사들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더라도 독립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민연금 자문위원회인 기금운용발전위원회도 지난해 8월 공청회에서 "대부분의 위탁운용사가 투자대상 기업과 소유관계 또는 영업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 공정한 의결권행사를 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것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결권 통일안되면 무효…한진칼처럼 이슈기업은 직접 행사해야

한편 국민연금이 위탁주식 의결권을 위임하더라도 현행 상법상 의결권불통일 금지 조항(368조의2항)으로 인해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간 또는 자산운용사끼리 의결권 행사 방향이 다를 경우도 관건이다.

 

'의결권 불통일'이란 주주가 2주 이상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을 때 1주는 찬성표, 1주는 반대표를 던지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의결권을 통일하지 않고 행사하려면 주주총회 3일전 회사 측에 서면 혹은 전자문서로 이유를 설명해줘야한다. 이때 회사는 의결권을 통일하지 않는 행위를 거부할 수 있다. 해당 의결권 전부가 무효가 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국민연금이 직접·위탁주식 의결권을 모두 행사할 때는 의결권 통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직접운용주식은 국민연금, 위탁운용주식은 자산운용사가 각각 의결권을 행사하면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당장 대표적 사례는 한진칼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 7.34%(434만3217주)를 가지고 있는데 이 지분율에는 직접운용하는 주식과 복수의 자산운용사가 매입한 위탁운용 주식이 섞여있다.

국민연금이 한진칼 지분 중 위탁주식 의결권을 민간운용사에 맡긴다면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간 의결권 행사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한진칼 측에선 받아들이지 않아 무효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의결권 위임이 가능하더라도 결국 사회적 관심이 큰 상장회사 안건에 대해선 주식의 원소유주인 국민연금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18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한진칼 주총에서의 주주권 행사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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