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란 단어 때문에 무척 시끄러웠죠.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합의로 지난달 30일 4개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는데요.
앞으로 4개 법안은 상임위원회(최대 180일)→법제사법위원회(90일)→본회의 상정(60일) 등 최대 330일 이내에 법안이 처리됩니다. 물론 이름은 '패스트'이지만 실제 법안처리는 300일이 넘게 걸리는 '슬로우'한 느낌을 지울 순 없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법안이 여·야 간 의견충돌 또는 논의 부족으로 조용히 사라지는 것에 비하면 패스트트랙은 법안 통과의 마지막관문인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만큼은 확실히 보장받은 것이란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20대 국회의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만큼 패스트트랙이 아무리 느리게 달리더라도 정당들이 중간에 급격한 변심만 하지 않는다면 20대국회 임기 내에는 본회의에 상정됩니다. 그 다음은 표결로 통과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죠.
여야 4당이 상정한 패스트트랙 법안은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는 선거법 개정,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신설, 검찰·경찰수사권 조정 등 시끌시끌한 쟁점 위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만 우리사회에 상당히 의미있는 내용 하나가 더 들어가 있습니다.
바로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등 각종 공직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선거권 연령을 현행 만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것입니다. 이 내용은 비례대표를 늘리는 내용의 선거법 안에 함께 포함돼 있는데요.
우리나라 학제에서 만18세는 고등학교 3학년을 의미합니다. 그동안에는 고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거나 대학에 진학한 이들부터 선거권이란 '특권'이 부여됐으나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고3 일부에게도 선거권이 주어집니다.
가장 빠른 선거는 내년 4월 15일 실시하는 국회의원 총선거인데요. 투표권이 주어지는 기준은 선거일 밤12시이며, 이를 기준으로 3월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선거명부를 작성합니다.
따라서 현재 투표가능 나이인 만 19세를 기준으로는 내년 총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사람은 2001년 4월16일 이전에 태어난 이들입니다.
반면 선거권 연령이 18세로 낮아지면 2002년 4월16일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도 투표할 수 있습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자 내년 3학년이 되는 학생들 중 일부도 선거권이 주어지는 것이죠.
선거권 연령 18세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세계적 흐름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6년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 자료를 보면,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만 선거권 연령이 19세이며 32개국은 18세, 1개국은 16세입니다.
일본도 2015년 법을 바꿔 선거권 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낮췄고, 범위를 넓혀보면 무려 147개국이 18세에게 선거권을 주고 있습니다.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문제는 여전히 우리나라 학제 특성상 고3 교실을 정치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긴 합니다만, 그보단 선거연령이 젊어지면서 발생하는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에서 비롯된 인위적 갈등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교육수준이 향상되고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가 발달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풍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18세에 도달한 청소년이 독자적 신념과 판단에 따라 충분히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까지 논란으로만 남겨둘 수 없는 문제입니다.
선거권 연령 18세 법안이 탑승한 패스트트랙 열차가 출발을 알린 만큼 최종적으로 어떠한 결말로 종착역에 도달할 지 관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