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과장 허 모(40)씨는 지난달 경기도 파주 아파트를 팔고 출퇴근이 좀 더 쉬운 일산신도시 아파트를 계약했다. 급매물을 비교적 싸게 잡아 기분좋게 집을 샀지만 이달 말 잔금 지급을 앞두고는 고민이 크다.
그는 "8.28대책에서 취득세를 인하한다고 해 기대를 갖고 집을 샀는데 아직 적용 시점이 결정되지 않았다. 적용 시점에 따라 한 달치 월급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어서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 지방세수 탓 부처간 이견..국회 통과도 난망
정부가 8.28 전월세대책에서 내놓은 주택 취득세 영구인하 방안이 시행 및 적용 시기를 두고 갈팡질팡하며 주택 수요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소관 부처별로 의견이 다른 데다 국회 처리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8월 정부는 대책을 통해 현행 9억원 이하 1주택 2%, 9억원 초과·다주택자 4%인 주택 취득세율을 ▲6억원 이하 1% ▲6억~9억원 2% ▲9억원 초과 3%로 영구인하하는 정부안을 확정, 발표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차등 부과도 폐지해 보유 가구수에 상관없이 동일한 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시행 및 적용 시점을 두고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부동산 경기 부양으로 방향을 잡은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거래 공백을 우려해 대책 발표 시점으로 취득세 인하안을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소관부처인 안전행정부는 올해 지방세수 보전을 위해 취득세 인하를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지난달 말 여당에 의원입법 형태로 내년 1월1일로 적용시점을 정한 지방세법 개정안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책 발표 전 박근혜 대통령이 "취득세 문제로 부처간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 뒤 각 관련 부처가 정부안을 확정해 내놓으며 부처간 합의를 이룬 것처럼 보였지만, 시행 시기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봉합하지 못한 것이다.
▲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신제윤 금융위원장(왼쪽) 등이 지난 8월28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월세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적용시점 따라 구입비용 '수백만원 差'
새누리당은 부동산 경기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8월28일 대책 발표일로 소급적용하자는 입장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장인 김태환 의원(새누리당)은 안행부가 의원입법을 요청한 안(내년 1월1일부터 적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간 의견조율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취득세 인하안 뿐 아니라 4.1부동산대책 등으로 내놓은 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영,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페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이 여야간 이해관계에 얽혀 실타래처럼 꼬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책 발표 후 집을 산 사람들은 취득세 인하 적용시점에 따라 납부해야 할 취득세가 수 백만원씩 차이가 나게돼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주택시장이 살아날까 싶어 집을 사려던 사람들은 다시 매수 시점을 늦추며 저울질만 하고 있다.
4억원짜리 주택을 살 경우 지금은 취득세로 800만원을 내지만 취득세 감면이 시행되면 400만원만 내면 된다.
서울 동작구 사당2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취득세 영구인하가 언제부터 적용될 지가 불투명해지면서 최근에는 잔금 납부나 입주 기일을 최대한 늦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며 "주택 구매 시점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소급 적용 여부를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