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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민간임대]ⓛ전세난 해법 '중산층용 임대'

  • 2015.01.07(수) 09:33

민간 자금 손빌려 '전세난' 진앙지 공략
임대주택 라인업 확대로 월세시대 연착륙 유도

정부가 민간 임대주택 시장 활성화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전셋값이 서민층 뿐 아니라 중산층의 주거불안까지 야기하는 데다 전반적인 가계의 부채 증가,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내수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월세난의 근본 해법으로 제시된 민간임대 활성화 방안을 미리 들여다 본다.[편집자]

 

정부는 작년 10월 말 전월세대책 성격의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곧 이어 획기적인 임대주택 공급확대 방안 마련에 나섰다.

 

핵심은 민간이 적극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거드는 것이다. 정부나 공공부문의 공급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손실을 안고 공급을 도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민간 임대공급을 늘리는 게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 손 안대고 코 풀 묘수 나올까

 

이번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 방안의 한 축은 인지도 높은 아파트 브랜드를 가진 대형 건설사들이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에 땅값 할인, 자금 지원, 분양전환가격 인상 등의 유인책을 줘 민간 주도로 임대주택을 늘리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 주거복지 재원의 LH 개발이익 의존도 변화(자료: BCG)

'푸르지오' 'e편한세상' '자이' 등 브랜드를 가진 임대주택이 공급되면 임대주택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고 물량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2013년말 기준 전체 주택(1767만가구)의 4.4%를 차지하는 장기임대주택 비중이 15%선까지 올라야 임대시장 안정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종전까지는 LH가 신도시 개발, 택지개발로 거둬들인 이익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었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개발이익으로 임대주택 공급 재원을 대기가 어려워진 것이 정부가 민간의 손을 빌리게 된 배경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거복지 재원에서 LH 개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72%에 달했지만 2010년에는 44%로 줄었다. 금액도 2005년 5조6000억원에서 2010년 2조원으로 급감했다.

 

주택임대차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전셋값 상승을 상대적으로 비싼 아파트들이 이끌고 있는 것도 민간임대가 필요한 배경이다. 구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 사기를 꺼리는 중산층을 위한 민간 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돼야 임대시장 월세화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 중대형 '시프트'의 추억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은 이번 정부 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시가 SH공사를 통해 내놓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가 있었다. 2007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택에 대한 개념을 투기나 투자가 아닌 거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며 20년 장기전세주택 계획을 내놓고 이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다.

 

▲ 2009년 전용면적 84㎡ 시프트가 임대보증금 3억원에 공급된 서울 서초구 '반포 자이'(사진: sh공사)

시프트는 20년 거주를 보장 받는 것은 물론 주변 전세시세의 80% 이하로 공급받을 수 있고 보증금 인상도 매년 5% 이하로 엄격하게 제한된다. 기존 임대아파트와 달리 전용 85㎡이상의 중대형으로도 공급해 '임대=저소득층 아파트'라는 이미지를 벗는 데도 일조했다.

 

하지만 시프트는 사업주체인 SH공사의 분양수익을 줄여 사업수지 악화를 불렀고 결국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스스로 셋집 마련이 가능한 중산층에 시 재정을 투입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돌아가야할 주거복지 예산이 낭비된다는 비판도 샀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은 이번처럼 민간의 공급을 유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게 건설업계 안팎의 판단이다. 다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민간 사업자에 대한 지원이 너무 과할 경우 건설사나 중산층에 대한 특혜 시비 우려가 있고, 적을 경우 사업 활성화가 어려운 만큼 정부로서도 묘수가 필요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중산층 주택 임차수요를 흡수할 민간임대가 충분히 공급되면 임대주택이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게 돼 전월세 시장 불안이 감소할 것"이라며 "민간업체들이 임대주택 공급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을 만큼 금융 지원이나 세금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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