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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부동산 키워드]④지금은 '월세시대'

  • 2014.12.25(목) 10:05

주택 임대차시장 패러다임 변화
과도기 전세난 풀어낼 연착륙 방안 '절실'

"임대차 시장 구조상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추세 변화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10월30일, 김재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

 

올해 주택 임대차 시장은 전세에서 월세로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해마다 깊어지는 전세난의 구조적 원인도, 정부의 서민주거안정 대책도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바야흐로 '월세시대'가 온 것이다.

 

◇ 월세 비중 4년만에 33%→41%로

 

▲ 연도별 전월세 거래량 및 거래비중 추이(자료: 국토교통부)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23일 기준)까지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6.24% 상승했다. 이는 작년 9.71%보다 낮은 상승률이지만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3%인 것과 비교하면 급등한 수준이다.

 

이 같은 전셋값 상승은 전세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집주인은 저금리와 낮은 집값 상승 기대감에 따라 전세로 세를 놓는 대신 세입자에게 월세 받기를 선호하는 반면 세입자는 같은 여건에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월세 신규 거래량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67.1%에서 14년 59%(11월말 기준)로 급격히 낮아진 반면 같은 기간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 비중은 33%에서 41%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전세의 월세 전환은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단독·다세대·다가구 등 비(非)아파트와 지방에서 더 빠르게 진행됐다.

 

지방의 비아파트는 이미 작년 초부터 월세가 전세 거래량을 초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도 월세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월세 비중은 2011년 1월 대비 10.3%포인트 높아져 3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 수도권 아파트 전세 및 월세 거래 비중(자료: 국토교통부)
▲지방 비아파트 전세 및 월세 거래 비중(자료: 국토교통부)

 

◇ 주거비용 부담늘어 서민 가계 '시름'

 

이 같은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는 세입자들의 주거비용 부담 증가 문제를 동반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만큼 세입자 가구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기 때문이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작년 서울 평균인 1억6156만원짜리 전셋집을 기준으로 전세 가구가 순수 월세로 전환할 경우 부담해야 하는 월 주거비용은 43만원에서 103만7000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전월세 전환율을 7.7%로 가정해 산출한 수치다.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 순수 월세로 넘어갈수록 세입자 부담은 커지는 셈이다.

 

국토부가 작년 공유형모기지를 출시하면서 제시한 집을 살 때와 전세나 월세로 살 때의 수지 비교에서도 전세와 월세의 비용 차이는 현격하다.

 

국토부가 사례로 든 주택은 매매시세 2억5000만원, 전세금 1억7000만원, 보증부월세 보증금 3000만원에 월 70만원 아파트였는데 최초 1년간 주거비용은 전세 817만원, 월세 988만원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전환율을 6%로 가정한 이 아파트는 전세에 비해 월세 거주비용이 20.9% 많다는 결론이 나왔다.

 

부동산114가 국토교통부의 2011년~2013년 6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 자료 37만건과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보증대출상품을 적용해 임대 세입자의 주거비용을 추정한 결과에서도 서울 월세 세입자는 전세 세입자보다 2년에 1000만원 가량을 더 쓰는 것으로 분석됐다.

  
▲ 서울 아파트 전월세 세입자의 주거비용 비교

 

◇ '월세시대' 획기적 연착륙 방안 나올까

 

정부가 제시한 주택임대차시장 안정화 해법도 월세 시대로의 변화에 맞춰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월30일 발표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은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2~4분위 사회취약계층이나 보증부 월세 가구를 보호하는 내용의 방안들이 담겼다.

 

하지만 월세시대로 가는 과도기에서 나타나는 전세난을 안정시킬 방안이나 월세 부담으로 가처분소득 감소를 겪고 있는 중산층의 주거비를 줄여주는 근본 대책은 담지 못해 '요란하기만 했지 먹을 것은 없는 잔칫상'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지난 3월에도 정부는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통해 월세 세액공제를 통해 세입자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세입자 주거안정을 이끌기는 태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히려 임대소득 과세에 대한 우려만 키워 민간 임대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역풍을 맞았다.

 

각계에서는 더욱 획기적인 임대차시장 구조 변화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초 민간임대사업자 육성을 포함한 임대주택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여기에는 공공이 임대주택 공급을 책임지는 구조에 대한 한계점을 인정하고 민간사업자를 중심으로 중산층도 거주할 수 있는 품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주택 임대차시장의 불안정 요인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절대적인 임대주택 숫자를 늘리는 것"이라며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공급 확대 방안과 함께 주택 바우처 확대, 정책 금융지원 등 다양한 정책들이 나와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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