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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분양시장은]①청약자들 더 깐깐해졌다

  • 2015.06.02(화) 10:08

30대가 청약 주력군..38.4%
입지별로 경쟁률 '극과 극'

아파트 분양시장이 초여름 뙤약볕처럼 뜨겁다. 건설사들은 인기 있는 택지지구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뿐 아니라 땅을 확보해두고도 시장 형편 때문에 묵혀뒀던 물량까지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수요자들은 옥석가리기에 여념이 없다. 돈 될만한 아파트는 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미분양 물량도 나오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요즘 분양시장의 속살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

 

"발코니 확장 가격이랑 필수적인 옵션까지 더하면 절대 싼 게 아니네요. 중도금 무이자 지원도 없으니 대출금 이자비용은 따로 계산해야 하고요. 당첨만 되면 기본 5000만원은 웃돈이 붙는다지만 손에 쥐는 게 얼마나 될지 다시 계산해 봐야겠네요."(위례신도시 'W 주상복합'모델하우스 방문객 주 모씨, 39·남)

 

"거실 바닥은 뭘로 시공되는 거죠? '강화마루'가 아니고 '강마루'가 맞는거죠?. 전용 59㎡는 발코니 확장을 해도 장롱이 들어갈 데가 없네요. 드레스룸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옷은 어디다 놓으라고…"(경기도 광주 'H' 아파트 모델하우스 방문객 김 모씨, 38·여)

 

아파트 청약에 나서는 수요자들이 더 깐깐해졌다. 내 집 마련을 목적으로 한 실수요자든 향후 전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확보하려는 투자형 수요자든 분양 주택의 상품성을 제대로 따지는 게 정석(定石)으로 자리잡았다. 건설사들의 신규 공급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더욱 세심한 내 집 마련 '선구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30대, 이 참에 내집 마련

 

분양시장에는 신규 아파트 물량이 그야말로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이달 건설사들의 분양예정 물량은 전국 5만6711가구로 지난 3년 평균 6월 분양물량(3만184가구)보다 87.9% 많다. 이런 추세라면 연내 40만 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물량을 받아주는 주 수요층으로 1970년대 후반~1980년대 후반 출생의 30대층이 떠오르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입주자모집 신청을 받은 수도권 18개 단지 당첨자 9959명 중 30대 비중은 38.4%(3824명)로 조사됐다. 40대는 27.7%, 50대는 16.9% 등으로 30대에 크게 못 미쳤다. 20대가 9.6%였고 기타 연령대가 7.4%를 차지했다.

 

분양대행사 이삭디벨로퍼의 김남이 팀장은 "평일에 유모차를 앞세우고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는 30대 주부들과 주말을 이용해 유니트를 둘러보는 30~40대 맞벌이 부부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50대 이상 내방객이 주류였던 작년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전했다.

 

분양시장에 젊은 층이 늘어난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전셋값이 집값을 위협할 정도로 높아진 것과 분양가가 오르면서 내 집 마련 계획에 불안감이 커진 것이 큰 이유다. 또 저금리로 대출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 묻지마 청약은 옛말

 

젊은 층이 적극적으로 가세하면서 분양 상품을 보는 수요자들의 안목은 더욱 까다로와졌다. 귀동냥으로 '묻지마' 청약에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분양 일선 관계자의 전언이다.

 

위례신도시 한 견본주택의 상담실장은 "젊은 층 수요자들은 1순위 청약통장을 사용할 때 전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으면 좋고, 그렇지 않다면 직접 거주하는 것까지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입지나 분양가는 물론이고 옵션비용, 인테리어까지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주로 '상비군' 역할을 하고 있다. 2순위나 선착순 분양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집을 한 채 이상 가진 유주택자이거나 1순위 자격조건을 채우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이들은 주로 전매제한 기간이 없거나 짧은 곳에서 '로열층' 동호수를 계약한 뒤 일정 기간 후 프리미엄(웃돈)을 얹어 파는 방식을 주로 활용한다.

 

 

▲ 지난달 29일 경기도 일산 대화동에 문을연 '킨텍스 꿈에그린' 견본주택에는 주말 사흘 간 4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사진: 한화건설)

 

◇ 분양시장 양극화 심화 

 

이처럼 수요가 받쳐주면서 올해 아파트 분양시장의 청약경쟁률은 예년보다 크게 높아진 상태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올 1~4월까지 전국 분양 완료단지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9.6대 1로 작년 한 해 평균 5.5대 1의 2배에 가깝다.

 

하지만 지역이나 단지별로 청약 성적은 크게 엇갈리는 게 요즘 시장의 특징이다. 사람이 몰리는 곳은 수백 대 1의 경쟁률이 나타나고 전망이 불투명한 곳은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청약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 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 진행된 '동대구 반도유보라' 1순위 청약에는 387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0만6020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273.8 대 1, 최고 584.4 대 1(84㎡A)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4월에는 '부산 광안더샵'이 평균 379대 1로 올해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도권에서도 '동탄 린스트라우스 더 센트럴'이 평균 38.2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반면 지난 달 4700여가구 공급이 몰린 경기 광주 태전지구의 경우 지난달 분양한 3개사의 분양 단지가 모두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부영주택의 남양주 '월산 사랑으로 부영'은 10년 임대의 경우 2292가구 모집에 청약자가 22명에 그쳤고 639가구의 일반분양에는 청약자가 1명도 없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은 "작년보다 올해 청약경쟁률이 평균적으로 높아지긴 했지만 단지별로 들여다 보면 성적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며 "입지나 분양가에 따라 선별 청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향후에도 지역에 따라 분양가 대비 시세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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