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삼성물산 3대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삼성물산을 비롯한 국내 건설사들의 주당순자산배율, PBR(price bookvalue ratio)이 도마에 올랐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PBR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을 근거로 "이번 합병에서 삼성물산의 가치가 과소평가됐고, 합병 조건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건설업계 최근 상황이 반영된 것일뿐 합병과정에서 고의로 저평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기준 삼성물산의 PBR은 0.67로, GS건설(0.66배), 대림산업(0.58배) 등에 비해 높고 대우건설(1.26배), 현대건설(1.03배)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PBR은 기업의 주가 대비 순자산가치를 나타내는 배율이다. 일반적으로 이 배율이 1미만이면 주가(시가총액)가 순자산(총자산-부채)에도 미치치 못할 정도로 싸기 때문에 저평가된 것으로 인식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PBR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지난 몇 년 간 건설 경기 침체와 업황 회복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작년 말까지만 해도 대형사 가운데 PBR 1을 넘는 기업이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PBR이 낮은 것은 삼성물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내 대형건설사들에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것. 실제로 이들 5개 상장 대형건설사의 평균 PBR은 2011년말 1.25배에서 점점 낮아져 작년 말 0.72배까지 떨어졌다.
2012년부터 해외 사업의 손실 우려가 불거지고, 2013년부터 어닝 쇼크가 현실화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이 건설업종 PBR이 낮아진 배경이다.
▲ 5대 상장 대형건설사 PBR 추이(자료: 와이즈에프엔) |
다만 GS건설, 대림산업은 2013~2014년 수 천억대 영업손실을 보는 과정에서 주가와 PBR이 하락한 반면 삼성물산은 같은 기간 큰 실적 충격 없이 PBR이 낮아진 것이 특징적이다.
5개 건설사들의 평균 PBR은 올 들어 해외 현장 손실 우려가 줄어들고 주택경기 회복 효과가 나타나면서 0.84배까지 오른 상황이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비교적 견조하게 유지돼 온 실적이 지난 1분기 급격한 악화를 겪으면서 주가 변동성이 심해졌다. 여기에 주택사업을 비롯한 외형 성장의 둔화 흐름까지 나타나며서 주가 부진이 업계 평균보다 오래 지속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미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합병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내고 효율을 제고해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것이 주주들을 위해 더 바람직하고 봤다"며 이번 합병이 합리적 경영 판단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반면 엘리엇은 소송 카드까지 꺼내들며 삼성 측을 압박하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9일 삼성물산과 이사진을 대상으로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절차에 돌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