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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아파트]③숲 속에 삽니다

  • 2015.08.06(목) 11:10

단지내 조경의 진화
자연에 더 가까운 힐링 쉼터
분수대에 텃밭, 캠핑장까지

아파트가 틀에 박힌 인간미 떨어지는 성냥갑이라고요? 뭘 모르는 얘기죠.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변신에 변신을 거듭, 이젠 매력덩어리로 다시 태어났답니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평면, 말 한마디로 다 되는 제어시스템, 자연을 닮은 정원, 삶에 여유를 주는 커뮤니티 공간 등 아파트의 새로운 모습을 들여다볼까요. [편집자]

 

#경기 용인 수지의 한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정지훈(가명)씨는 퇴근 후 아내와 단지 내 산책을 즐긴다. 산책로를 따라 심어진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단지 내 분수대에서 살다시피한다. 매일 같이 옷을 적셔오지만 아내는 굳이 피서를 가지 않아도 된다며 싫지 않은 표정이다.

 

녹음이 짙어진 여름 아파트 단지는 싱그럽다. 오솔길을 따라가면 실개천이 나오고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느티나무에서 울려퍼지는 매미 울음 소리와 물놀이터에서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는 여름 한낮의 적막을 깬다.

 

고층 아파트 동과 동 사이에 널찍하게 조성된 정원은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힐링 공간이 되고 있다. 인공적인 시설과 조형물은 줄어들고 좀더 자연에 가까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웰빙 라이프'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입주민들이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조경 콘셉트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 힐링 공간으로 변모

 

올 초부터 입주를 시작한 동탄2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에선 이처럼 새로운 조경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동탄2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는 단지 정문에서부터 녹색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소나무 사이로 꽃나무와 관목들이 우거져 있고 잔디밭도 펼쳐져 있어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아파트 동들은 녹지로 둘러싸여 있어 집으로 들어갈 때면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 동탄2신도시 센트럴 푸르지오 내 조경수 모습

 

특히 조경의 꽃인 소나무는 위용을 뽐낸다. 건설사들은 조경 설계 시 조경수에 많은 공을 들인다. 단지에 심어진 나무가 단지의 조경 수준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입주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건설사 조경팀은 가장 대표적인 조경수인 소나무의 수량과 품질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런 만큼 나무 한 그루에 담겨 있는 정성과 이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애착도 크다.

 

제일모직 건설사업부 조경디자인그룹 관계자는 "단지 중심 및 주요 공간에 대형목을 심고, 탄소저감수종이나 조류유치수종, 지역향토수종 등 경관 뿐 아니라 기능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조경수를 계획한다"고 설명했다.

 

또 숲이 우거진 조경 공간은 입주민들의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 곳에서 장터나 바자회를 열고 공연 장소로도 사용한다. 이 관계자는 "최근 마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조경 공간이 이웃과 소통의 장소로 활용돼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 호반베르디움은 각 동 사이에 정자를 설치해 입주민들이 쉬거나 모일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 테마파크 안 부러워

 

한 때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낮았던 연못과 실개천도 장점을 살려 다시 등장하고 있다.

 

센트럴푸르지오 조경 중에선 단지 중앙에 마련된 '아쿠아 가든'이 단연 인기다. 이 곳은 한여름 무더위를 잊을만큼 시원하다. 서너살 정도의 아이를 둔 주부들은 오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이 곳에서 피서를 즐긴다. 

 

▲ 동탄2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 단지 중앙에는 '아쿠아 가든'이 마련돼 있어 입주민들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이곳에서 피서를 즐긴다.

 

이 단지에 사는 주부 박모(38)씨는 "처음 분양 받을 때만해도 조경이 계획대로 될지 의문이었는데 입주해보니 기대 이상"이라며 "특히 아쿠아 가든은 아이와 함께 놀 수 있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용인수지 신봉마을 5단지 '동부 센트레빌'과 동탄 예당마을 '롯데캐슬', 광명시 하안동 'e편한세상 센트레빌' 등에도 단지 안에 물놀이터가 있다. 이 곳 입주민들은 한여름 집 앞을 워터파크 삼아 피서를 즐긴다.

 

센트럴푸르지오 이웃 단지인 '롯데캐슬 알바트로스'의 조경도 화려하다. 단지 중앙에는 연못과 함께 작은 공원이 조성돼 있다. 특히 켜켜이 쌓아올린 바위들은 깊은 계곡에 온 듯한 착각을 준다. 그 옆에는 운동기구와 벤치가 있어 여유로움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이 단지 인근의 L공인 관계자는 "단지를 둘러보고 온 방문객들은 공원과 맞닿은 동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아이를 둔 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 동탄2신도시 롯데캐슬 알바트로스 단지 내에는 실개천이 흐르는 공원이 조성돼 있다.

 

굳이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단지 내에서 텃밭을 가꾸고,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입주민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 또한 새로운 조경 트렌드다.

 

GS건설이 김포 한강신도시에 짓는 '한강센트럴자이' 단지 안에는 가족 텃밭(자이팜)과 캠핑공간이 조성된다. 평택 동삭2지구에 들어서는 '자이 더 익스프레스'와 한라가 짓는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 2차' 주민들 역시 단지 안에서 여유로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아파트는 단순히 거주 목적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기고 재충전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각 단지만의 특화된 조경과 공원 등 장점을 갖춘 곳은 준공 후에도 수요가 많아 좋은 가격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경의 꽃, 소나무

요즘 아파트 단지의 대표 수종은 소나무다. 사철 푸른 데다 키도 6~7층 높이나 돼 고층 아파트의 조경수로는 딱이다. 높은 건물은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는데 소나무가 완충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아름드리 적송은 주로 강원도에서 가져오고, 모양이 예쁜 굽은 소나무는 남쪽 지방에서 공수해 온다. 키가 큰 낙락장송은 단지 입구나 중앙공원에 심고. 휘어진 소나무는 관목들 사이에 심어 조화를 꾀한다.

 

보통 소나무 한 그루 당 몸값은 400만~500만원 정도다. 품종과 연령 등에 따라 고가의 소나무는 1000만원 대를 훌쩍 넘고 비싼 건 1억원 짜리도 있다. 경기 일산 '일산자이 위시티'의 경우 100년 이상된 적송을 포함해 1500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는데, 소나무 한 그루 당 평균 1500만원을 호가한다. 소나무 값만 200억원 넘게 쓴 셈이다.

 

▲ 일산 자이 위시티 조경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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