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틀에 박힌 인간미 떨어지는 성냥갑이라고요? 뭘 모르는 얘기죠.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변신에 변신을 거듭, 이젠 매력덩어리로 다시 태어났답니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평면, 말 한마디로 다 되는 제어시스템, 자연을 닮은 정원, 삶에 여유를 주는 커뮤니티 공간 등 아파트의 새로운 모습을 들여다볼까요. [편집자]
#2018년 어느 무더운 여름. 위례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한 지 3주째인 주부 김태희(가명) 씨는 장을 보러가려고 월패드(Wall Pad)를 통해 엘리베이터를 불렀다. 앱을 통해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차 위치를 확인한 김씨는 마트로 향한다. 그러던 중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집 안 가스차단 장치를 확인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 집 안 에어컨을 작동시킨다.
아파트가 첨단 정보통신(ICT) 기술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월패드(Wall Pad)을 이용해 방문자를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는 것은 기본이고 집 안 온도를 조절하고 엘리베이터를 부를 수도 있다. 또 사물인터넷이 확대되면서 외부에서도 집 안 곳곳을 컨트롤하는 게 가능해졌다.
건설사들은 자체적으로 스마트 시스템과 앱(App)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통신사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정부 역시 스마트홈 시장을 키우기 위한 정책 마련에 돌입했다.
◇ 에너지 잡아주고
스마트홈의 가장 큰 특징은 집안 전체를 손 안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안 조명과 온도 등을 조절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다. 외출 시에는 엘리베이터를 미리 부를 수 있고, 사용한 전력량도 체크할 수 있다.
대림산업은 경기 화성 반월동에서 분양할 예정인 ‘e편한세상 화성’에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한다. 집 안에선 터치스크린 방식의 월패드로 에너지 사용량 등을 조회할 수 있고, 외출시에도 휴대폰을 통해 가스밸브차단과 거실조명, 난방 제어가 가능하다.
GS건설은 경기 김포 장기동에 짓는 ‘한강센트럴자이 2차’에 다양한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도입한다. 전력 절감 효과가 좋은 LED 조명을 가구 내 현관과 복도, 공용부 지하, 엘리베이터 홀 등에 설치한다. 주차장 조명은 차량과 사람을 스스로 감지해 제어하는 시스템이 갖춰진다. 엘리베이터 작동 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해 재사용하는 전력회생형 승강기를 통해 공용 관리비도 줄일 수 있다.
현대건설은 자체 개발한 앱인 'HAS'를 이용해 집안 내부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 분양한 '창원 감계 힐스테이트 2차'와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부터 적용한 설비다.
현대건설은 나아가 궁극적으로 에너지 제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연구개발본부에서 ‘그린스마트 기술개발’을 위해 무인주거시스템을 탑재한 주거 연구시설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입주민들의 생활패턴을 분석해 에너지 소비 성향을 파악,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저장 및 분배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다.
◇ 도둑 막아주고
각종 범죄가 늘면서 건설사들은 보안에도 신경 쓰고 있다. 각 단지마다 외부인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거나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분양한 단지에 보안시스템인 ‘파이브존 시큐리티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를 안과 밖, 엘리베이터, 세대 현관과 내부 등 5개 구역으로 나눠 단계별로 보안을 체계화했다. 사각 지역에 200만 화소의 CCTV를 설치해 사람 얼굴과 차량 번호판을 식별하고, 적외선 기능을 추가해 야간에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스마트 도어 카메라를 설치해 일정거리에 사람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사진이 찍히도록 했다. 이 사진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차별화된 보안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새로운 보안 시스템이 단지 내 범죄 및 사고 발생률을 크게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범죄 예방 환경 설계인 셉테드(CPTED) 인증을 받는 단지도 늘고 있다. 셉테드는 아파트 단지 내 범죄 위험 요인과 환경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부여하는 범죄 안전 인증이다. 삼성물산이 오는 10월 서울 영등포 신길동에서 분양하는 '래미안 영등포 프레비뉴'은 다양한 범죄 예방 시설과 보안수단을 적용해 셉테드 인증을 받았다.
◇ 같이 놀아주고
스마트폰에 담긴 사진과 동영상, 음악 등을 집안 곳곳에 설치된 화면과 스피커를 통해 가족과 함께 즐기는 것도 가능해진다.
삼성물산은 서초동 서초우성3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서초’에 홈네트워크 시스템 ‘스마트 네트워크 하스(Smart Network HAS)’를 설치한다. 이 시스템은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12인치의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고, 스피커를 통해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주방에는 미러링 기능(스마트폰에 뜨는 화면을 TV나 태블릿 PC 등 다른 영상기기로 볼 수 있게 하는 화면 전송기술)이 탑재된 ‘스마트 미러링 주방 TV'가 설치된다. 스마트폰에 있는 음원이나 영상, 사진을 거실은 물론 주방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설계나 수납 등 평면 특화를 넘어 입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IT 장치와 첨단기술을 결합한 '커넥티드 하우스' 개념을 적용했다"며 "이를 통해 입주민들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하고 브랜드 차별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삼성물산의 스마트 미러링 주방 TV(좌)와 스마트 네트워크 하스(우) |
■스마트홈 시장 키우는 정부
정부도 스마트홈 시장을 키우기 위한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개방형 스마트홈 기술개발 및 실증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올해 예산 28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스마트홈 제품과 서비스가 호환·연동되는 개방형 통합 플랫폼 개발 및 실증 환경 구축·운영을 통해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우선 미래부는 다양한 스마트홈 제품 및 서비스가 상호호환 및 연동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개방형 연계 모듈(Open API)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제품 개발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표준화 전략 연구를 추진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가전사와 이통사, 건설사, 관련 중소기업 등 스마트홈 분야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스마트홈 표준화협의처(가칭)’를 운영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표준화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스마트홈 시장은 지난해 480억 달러(약 49조원) 규모에서 연평균 19%씩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는 사업자에 따라 기술방식이 달라 성장속도가 느리고 중소업체들은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