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틀에 박힌 인간미 떨어지는 성냥갑이라고요? 뭘 모르는 얘기죠.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변신에 변신을 거듭, 이젠 매력덩어리로 다시 태어났답니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평면, 말 한마디로 다 되는 제어시스템, 자연을 닮은 정원, 삶에 여유를 주는 커뮤니티 공간 등 아파트의 새로운 모습을 들여다볼까요. [편집자]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이 새로운 평면 설계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공급물량이 쏟아지다보니 뻔한 설계나 디자인으로는 수요자들로부터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은 데다 시장의 눈높이도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약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돼 전용면적 85㎡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중대형(전용 85㎡ 초과)에 비해 인기를 끌면서 건설사들은 작은 공간을 오밀조밀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설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3면 발코니 확장이 적용된 '힐스테이트 태전' 전용 64㎡(자료: 현대건설) |
◇ 발코니의 마법
현대건설이 지난 5월 분양한 경기도 광주 태전동 '힐스테이트 태전'은 59㎡와 64㎡가 각각 2.37대 1, 2.3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다. 반면 72·84㎡는 2대 1을 넘기지 못했다. 지금도 59·64㎡의 계약률이 72·84㎡ 주택형에 비해 훨씬 높다.
이 아파트 소형 평형의 인기 비결은 발코니 확장에 숨어 있다. 64㎡형을 계약한 김 모씨는 "확장된 것을 보니 지금 살고 있는 전용 84㎡ 분당 아파트보다 넓어 보이고 가격도 적당해 청약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각 주택형별로 27~43㎡ 면적의 발코니가 제공된다. 현대건설이 종전 분양했던 같은 주택형에 비해 최대 16㎡의 서비스 면적이 주어진다는 게 분양 관계자 설명이다. 특히 64A㎡의 경우 4베이(방 3개와 거실 전면배치) 3면 개방형 설계로 발코니 면적만 41㎡다. 전용면적의 60% 이상이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는 서비스 면적인 셈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수원에서 분양한 주상복합 아이파크 5차 역시 전용 30~40㎡대 초소형 평면(왼쪽 45㎡형) 이 많지만 발코니를 확장해 1~2인가구뿐 아니라 아이를 둔 3~4인가구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게 특징이다.
45~58㎡에는 방 2개와 거실을 확보하고 세탁실을 별도로 설치했으며, 71~74㎡는 방 3개를 들였다. 전용 31㎡에서는 보기 드문 'ㄷ'자형 주방이 설치되고, 원룸형까지 모든 욕실에 욕조를 넣었다.
◇ 안방에 들어온 서재
▲ '운정신도시 롯데캐슬 파크타운' 84㎡에 적용된 쇼룸형 드레스룸(자료: 롯데건설) |
부부가 함께 사용하는 안방은 더 아늑하고 편리하게 탈바꿈하고 있다. 드레스룸은 기본이다. GS건설이 경기도 평택시 동삭2지구에서 선보이는 '자이더익스프레스'는 가장 작은 평면인 59㎡형의 안방 드레스룸을 기존 아파트보다 넓게 만들었다. 신혼부부나 어린아이가 있는 3인 가구를 배려한 설계다.
롯데건설이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 A27-1블록에 분양한 '운정신도시 롯데캐슬 파크타운'은 84㎡B형 안방에 '쇼룸형 드레스룸'을 설치했다. 안방 크기를 기존보다 0.5베이 가량 확대해 선반과 화장대 및 서랍, 전신거울을 설치한 것으로 발코니 확장시 제공된다.
부부가 서재나 취미 공간으로 쓸 수 있는 '룸 인 룸(room in room)형태의 별도 방도 등장했다. 반도건설이 김포 마산동에서 분양한 '김포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3차'는 주로 중대형에만 제공되던 서재를 84㎡ 일부 타입에 넣었다. 포스코건설의 '광교 더샵' 84㎡B형은 안방에 가변형 벽을 설치해 드레스룸이나 서재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 '김포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3차' 84㎡형 일부에 적용되는 안방 내 서재(사진: 반도건설) |
◇ 집밥을 편하게
주방은 벽을 보고 일을 하는 'ㅡ'자형 구조에서 벗어나 주부들의 동선을 최소화하고 작업 편의성을 고려한 'ㄱ'자형, 가족들과 대화하기 편하도록 거실을 바라보는 대면형 구조인 'ㄷ'자형 설계가 대세가 됐다.
주방기구나 식재료 등을 보관할 수 있는 펜트리(대형 수납고), 아일랜드 식탁 등도 평면 설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됐다. 과거에는 중대형 평면에서 옵션으로 설치되는 경우로 한정됐지만 요즘은 84㎡ 이하 아파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는 11월 입주하는 대우건설의 '아현역 푸르지오'는 84㎡이상에 펜트리와 함께 3구형 쿡탑을 빌트인으로 제공해 주방의 공간활용도를 높였으며, 온풍과 자외선(UV)램프를 이용한 건조·살균 기능의 수세미 살균건조기를 설치해 주부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 '아현역 푸르지오'에 설치된 주방 대형 수납장(사진: 대우건설) |
두산건설이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서 선보인 '녹천역 두산위브' 117㎡는 주방을 'ㄷ'자형으로 설계하고 주부들이 책을 보거나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맘스오피스' 공간을 갖췄다. 주방은 주부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 때문에 책상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 '녹천역 두산위브' 전용 117㎡ 주방(사진: 두산건설) |
◇ 생활의 +α(알파)
활용도가 낮아 '죽은 공간'이 될 수 있는 곳은 '알파(α)룸'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크기가 애매해 창고로나 사용될 공간이 옷방, 놀이방 등 독립 공간으로 태어난 것이다.
롯데건설의 '운정신도시 롯데캐슬 파크타운' 84㎡A형 현관 옆에는 4.8㎡(전용면적 기준) 크기의 알파룸이 만들어진다. 이곳은 서재, 다용도실, 놀이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반도건설의 '의정부 민락2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84㎡B형은 '침실 2개+거실+안방' 등의 기본 설계에 부엌 옆과 안방 맞은편에 각각 알파 공간을 넣어 방을 최대 5개까지 만들 수 있도록 설계했다.
▲ 힐스테이트 서산 부분임대형 84㎡A형 평면도(자료: 현대엔지니어링) |
최근에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가족이 함께 살거나 일부를 임대할 수 있는 '부분임대형' 평면도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한라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의 119㎡의 경우 개별 현관을 갖춘 부분임대형으로 설계됐으며 '아현역 푸르지오' 109㎡B형과 '힐스테이트 서산' 84㎡A, GS건설 '서울역센트럴자이' 84㎡E 등도 부분임대형으로 나왔다. 다만 부분임대형은 대학가나 도심 인근이 아니면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차 한잔의 여유
▲ 올 초 분양한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 4층 복층형 테라스(자료: GS건설) |
본래 연립주택이지만 아파트의 특화 설계를 접목해 주거 효율성을 개선한 '테라스하우스'가 인기를 끄는 것도 주목할 만한 추세다. 정원에서 채소를 기르고 화초를 가꿀 수 있고, 야외 의자에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의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는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최고 407.2대 1, 평균 20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테라스 면적은 전용면적 기준 14~94㎡이며 최상층은 다락방과 연계한 옥상 테라스가, 1층 일부 가구에는 테라스와 함께 주거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하층이 제공된다.
GS건설도 이달 '광교파크자이 더테라스'라는 이름의 테라스하우스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1층~지상 4층, 전용 84~115㎡ 268가구 규모다. 옥상과 지하층을 활용하는 방식은 e편한세상과 비슷하다.
▲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 조감도(자료: 대림산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