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이후 주택시장 과열의 핵으로 꼽혔던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지역은 거래가 두절되다시피 한 상태다.
서울에서 8월3일이후 계약한 것으로 실거래신고된 아파트는 총 522건, 강남4구만 추리면 99건에 불과하다. 7월에는 서울 1만185건, 강남4구는 2769건이었다. 실거래 신고기간이 '계약후 60일 내'로 정해져 있는 것을 감안해도 전월의 '20분의 1'도 미치지 못하는 매우 적은 숫자다.
드물게 나타나는 실거래 사례들 가운데서는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저가 매매거래도 적지 않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개업소들끼리 공유하는 매물 정보에 올라오지 않았던 아파트가 종전 대비 2억원 안팎싸게 거래된 독특한 경우가 간혹 보인다"고 말했다.
◇ 2억~3억원 가격 낮춘 거래..정체는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및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실거래 신고자료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07.47㎡는 지난 4일 종전 거래가격 대비 3억8000만원 싼 25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단지, 동일 주택형이 지난달 25일 28억8000만원에 거래된 재건축 추진 아파트다.
이 단지에서는 지난달 27일 35억원에 거래됐던 140.33㎡도 종전 거래가보다 2억8000만원 싼 32억2000만원에 지난 8일 거래됐다. 106.26㎡도 지난 7월 중순 동일 주택형 거래가 대비 1억7000만원 낮은 26억원에 매매계약을 맺었다.
같은 반포동에서는 지난 7일 '반포자이' 전용면적 84.94㎡ 16층 물건이 종전 거래가(7월26일, 10층) 대비 2억3000만원 싼 15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또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93㎡ 29층 물건도 지난 12일 직전거래(7월15일, 25층)보다 1억6500만원 낮은 18억2500만원에 매매계약이 이뤄졌다.
강남구의 경우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 84.95㎡ 18층 물건이 지난 10일 12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 7월17일 거래된 21층 물건보다 2억1000만원 낮은 것이었다. 지난 16일 거래된 도곡동 '개포한신' 52.73㎡의 매매가격은 대책 발표 하루전 거래된 가격보다 1억8750만원 낮은 8억2000만원이었다.
◇ '장외거래·통정매매'가 주택시장에…
강남권 일대 중개업소에서는 최근 이같은 저가매매가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반포동 J공인 관계자는 "2억~3억원씩 낮은 가격에 거래가 된 일부 사례는 가족, 친인척간이나 지인들 사이에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대치동 M공인 관계자도 "일선에서는 다주택 보유자중 향후 양도소득세 등이 과다하게 매겨질 것을 우려해 이를 피하기 위해 가족간 거래를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부는 중개업소에 매물로 올라오지도 않고 거래됐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장외거래' '통정매매'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가족간 주택매매 때 정상 거래가격보다 30% 혹은 3억원 이상 차이나는 경우 이를 증여로 간주한다. 하지만 해당 범위 안에 있을 경우에는 차액을 대해 증여재산가액에서 차감하고 매매로 인정한다. 자녀가 부모의 주택을 저가로 매수하면 증여보다 세부담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일부 자산가층이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일 수 있다는 게 세무업계 설명이다.
중개업소 일선에서는 8.2 대책 이후 강남권 재건축 등 고가아파트 시장은 이런 특이 사례를 제외하면 거래가 매우 정체된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이 쏟아지고 또 대기하던 매수 희망자들이 저가 매물을 채가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대부분 집주인들은 버티고, 사겠다는 이들도 더 호가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과열된 서울 아파트 시장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맞지만 정부가 기대했던 것만큼 매도자들이 매물을 내놓거나 매도호가를 내리지는 않고 있다"며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눈치보기 장세가 나타나고 있어 대책 효과는 가을 이사철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