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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미분양에 대처하는 자세

  • 2019.02.25(월) 14:45

부적격자 및 자금사정·저층가구 등 계약포기 속출
초기계약률 60%대도 양호…입지 좋은 '잔여가구' 관심
반포자이·레미안퍼스티지 미분양 수모…지금은 '대장주'

불과 한두달입니다. '억' 소리나며 로또를 방불케 했던 청약시장의 기류가 완전히 바뀌기 시작한게 말이죠. 이제 미분양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러울 정도입니다.

최근 검단신도시에서 1군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분양에 나섰던 대우건설의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는 1순위에서 대거 미달이 나왔는데요. 2순위 청약 결과에서도 283가구가 미달됐습니다. 일반분양 총 1439가구 가운데 19.6%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정당계약 과정에서 부적격자나 계약포기자들이 상당 수 나올 가능성을 생각하면 미분양물량은 더욱 늘어날 테지요.

앞서 검단신도시에서 1월초 분양한 우미건설의 '우미린더퍼스트'는 경쟁률 2.69대 1로 마감했지만 실제 계약률은 67%에 불과했습니다. 다행히 계약후 보름 만에 완판하면서 한시름 놓았지만요.

작년 연말 뜨거웠던 판교 대장지구에서도 미계약 물량이 대거 나왔습니다. 힐스테이트판교 엘포레와 판교더샵포레스트는 잔여물량 추첨 이후에도 물량이 남아 여전히 접수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는 지난 22일 미계약분 추첨을 했고요.

서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올해 1월 분양한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도 20% 가량의 미계약분이 나왔고,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도 미분양 됐으니까요.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 견본주택 모습

◇ 10년 사이클서 초호황은 1~2년뿐

하지만 의외로 건설사들은 (겉으론) 덤덤합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0년 사이클에서 작년과 같은 초호황기는 길어야 2년 될까요"라고 얘기하더군요. 지금이야 1순위 마감, 완판이 당연해 보이지만 그래야 1~2년이라는 것이죠. 불과 4~5년 전만해도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심심치 않게 나왔고요.

사실 높은 경쟁률로 마감을 해도 정당계약을 하면 초기계약률은 80% 안팎 수준입니다. 최근들어 잦은 청약제도 변경으로 부적격자가 많아지고, 자금 마련에 문제가 있거나 저층세대의 경우 계약포기자들도 생기기 때문인데요.

이를 고려하면 요새 같은 분위기에 초기 계약률 50~60%만 넘겨도 양호한 성적이라고 건설사들은 하나같이 얘기하더군요. 물론 이런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선 걱정이지만요. 아직은 이 정도의 성적만 내도 짧게는 1~2달, 길게는 6달 정도 시간을 두고 팔면 된다는 겁니다.

◇ 한때 미분양아파트, 대장주로 거듭나기도

한때 미분양이 무려 16만 가구를 넘는 때가 있었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습니다. 집을 다 지은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준공후 미분양'도 심각했고요.

이제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된 강남과 서울 중심권의 아파트들도 당시 미분양이란 흑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 기억하시나요?

금융위기 한파가 한창 매서웠던 2008년 6월 서초구 '반포자이'는 2.02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지만 당첨자의 40%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단지는 공정률 80%에서 분양한 후분양 아파트로 입주시점인 그해 연말까지 분양가 전액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컸던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같은해 10월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는 1순위에서도 미달이 나왔습니다. 당시 GS건설과 삼성물산은 각각 이 아파트들의 주인을 찾기 위해 미국에서 교포를 상대로 투자설명회 등을 열기도 했는데요.

그랬던 이 아파트들은 지난해 전용 59㎡의 경우 각각 19억2000만원, 20억원에 실거래됐습니다. 대형평형은 모두 40억원이 넘었고요.

2008년 3월 한화건설이 분양한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역시 대거 미분양이 났던 단지이고요. 강북권에선 요새 왕십리뉴타운으로 잘 나가는 텐즈힐2차 역시 2011년 미분양이었습니다. 이 단지는 20% 할인판매에 들어갔고 이는 2015년까지 이어졌습니다. 2014년 GS건설이 분양한 경희궁자이도 미분양이 났고요.

◇ '잔여가구'에 관심…결국 입지, 입지, 입지!

지금은 모두 강남을 대표하는 초고가 아파트 혹은 강북권 대장주로 거듭났습니다. 이러니 건설사들도 입지 좋은 단지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실수요자들도 마찬가지이겠죠.

요새들어 부동산 시장 전망을 가장 어둡게 보는 전문가들 중 한명이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인데요. 고 원장은 그럼에도 실수요자들은 청약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고 원장은 "인구구조를 볼때 2030년까지는 집값이 오를 수 있다"며 "다음 상승국면이 남아 있기 때문에 분양을 받아 내집마련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청약통장이 없거나 거주지역에 상관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잔여물량을 잡는 것도 한 방법일 테고요. 이달부터 규제지역에서는 잔여가구라 하더라도 청약시스템(아파트투유)을 통해 추첨을 해야 하는데요. 경쟁률이 셌던 단지는 이 역시 많은 신청자들이 몰립니다.

반면 인천 검단신도시처럼 비규제지역에선 기존처럼 건설사의 판단에 따라 선착순 접수도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저층세대 당첨자들은 계약을 포기하고 잔여세대 물량중 선호하는 동이나 호수로 골라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앞으로 공급물량이 많은 지역에선 이처럼 선호하는 층 등을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선 메리트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바꿔 생각하면 이런 지역의 경우 잔여물량의 상당 수는 동·호수 선호도가 떨어지는 물량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 때 주의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시장이 좋거나 입지가 좋은 곳은 선호도가 조금 떨어져도 시세차익을 볼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조정기이거나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는 이 역시 고려해야 할 사안입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낮아졌기 때문에 고분양가나 공급이 많은 지역의 물량은 부담스럽다"면서 "실거주나 장기투자 목적을 제외하고 단기적으로 시세차익을 보거나 감당할 수 없는 분양가라면 더 위험하다"고도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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