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주택시장 최대 변수로 꼽혔던 아파트(공동주택) 공시가격(예정)이 공개됐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상승률은 두 자릿수에 달한다. 고가아파트뿐 아니라 9억원 이하 중산층과 서민보유 아파트 공시가격도 큰폭으로 오르면서 올해 세금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시장에 주는 여파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보유세 부담에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거래가 지금보다는 늘어날 수 있지만 최근과 같은 거래절벽을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집값 흐름도 마찬가지다.
◇ 서울 14% 상승…전반적 부담 커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 변동률은 5.32%를 기록, 전년보다 0.3%포인트 확대되는데 그쳤다. 올 초부터 정부가 공언한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표준단독주택과 표준지 공시지가 인상폭이 예년보다 컸던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 공시가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역별로 보면 다르다. 지방의 경우, 지난해보다 공시가격이 떨어진 곳이 많았고 낙폭도 확대됐다. 울산은 10.5% 떨어져 전국에서 하락폭이 제일 컸는데, 이는 전년보다도 7.4%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이외에 충북(-2.91%→-8.11%)과 충남(-3.04%→-5.02%), 경남(-5.3%→-9.67%)과 경북(-4.94%→-6.51%) 등도 낙폭이 커졌다. 부산(4.63%→-6.04%)과 전북(2.4%→-2.33%), 제주(4.44%→-2.49%)와 강원(4.73%→-5.47%) 등은 전년과 비교해 하락 전환했다.
이에 반해 서울은 14.17% 올랐다. 최근 12년 가운데 가장 큰 폭이다.
수도권인 경기는 4.74% 상승해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하지만 경기 내에서도 지역 편차가 크다.
경기 과천은 23.4%로 시·도 단위 기준 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컸고, 성남시 분당구는 17.84%, 광명시와 하남시도 각각 15.11%와 12.13%로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외에 성남시 수정구(12.01%)와 중원구(11.82%), 용인시 수지구(11.53%)와 안양시 동안구(11.5%) 등도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이 전년 수준을 유지한 것은 공시가격이 하락한 곳이 많았음에도 서울과 경기 남부권 등 특정 지역의 공시가격이 급등한 까닭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격 변동률 하락 지역이 작년보다 많아졌지만 전국 평균은 소폭 상승했다"며 "이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특정 지역 공시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 떨어진 지역을 상쇄했기 때문으로, 이들 지역에서는 9억원 이하 주택의 공시가격 인상률도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 집값, 폭락 아닌 완만한 하락세 유지
아파트 공시가격은 상반기 수도권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꼽혀왔다.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됐고, 이 여파로 보유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기 시작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공시가격 발표 후 관망세가 짙었던 주택 매매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하면 집값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번 공시가격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거래량 역시 일부 급매물을 중심으로 이전보다는 늘어나겠지만 여전히 예년에 비해서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공시가격 인상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 일부 다주택자가 급매물을 내놓으면 거래가 하나 둘 씩 이뤄질 수 있다"며 "그럼에도 예년과 비교하면 많지 않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갭투자와 다주택자 등 집을 팔려는 사람이 늘겠지만 가격을 크게 내릴 만큼의 상황은 아니다"라며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는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도 위축돼 거래량이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집값 역시 공시가격 인상 등 단기적 이슈보다는 여전히 대내외 경제 환경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가격을 낮춘 일부 매물이 나오겠지만 아파트 공시가격이 집값에 영향을 줄 만큼 큰 이벤트라고 보기는 힘들다"라며 "집값은 글로벌 경기와 내수 경기 침체, 대출 규제 등 여러 하방 압력의 영향이 더 커 당분간 지금의 하향 안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