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들자 시장에서는 가장 먼저 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분양시장은 상한제 시행 전 조금이라도 높은 값을 받으려는 단지들의 속도전으로 분양 물량이 전년보다 넘친다. 관련기사☞ [분양가상한제 D-?]밀어내기 분양, 더 심해졌다
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일반분양 등의 사업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다수의 사업장이 있어 단기간 주택공급 위축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다. 정부는 과거 공급 위축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잠재우려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부정적 견해가 우세하다.
◇ 66개 단지 '울며 겨자먹기' 분양 불가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 중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는 66곳이다. 이곳에서 공급될 주택 수는 약 6만5000가구(조합원+일반분양)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관리처분계획인가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분양공고와 분양신청 등의 절차를 거쳐 관리처분계획을 세우고, 이에 대해 인가를 받는 단계다. 이 과정에는 분양 방법과 감정평가를 바탕으로 한 예상 분양가(조합원분양가 및 일반분양가) 책정 등이 포함된다.
정비사업 절차 상 관리처분인가를 획득한 단지들은 소송 등의 이유로 사업이 회귀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인 일반분양에 들어간다. 이번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 단지→최초 입주자모집승인 신청한 단지)으로 이들 단지 역시 일반분양을 진행할 때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조합원이 애초 기대했던 수준보다 낮은 가격으로 일반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들 단지에서 가장 큰 반발이 나오고 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이같은 규제를 피할 뾰족한 수가 없다. 일반분양 대신 고급화에 초점을 맞춘 일대일 재건축과 임대 후 분양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성은 크지 않다. 정부 정책이 바뀌기를 기대하며 마냥 사업 시기를 늦추기에는 금융조달비용 등 부담이 커진다.
이런 이유로 적어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66개 단지에서는 내년까지 일반분양을 통한 주택공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비용 등을 고려하면 사업 속도를 계속 늦추기 힘들어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단지들은 일반분양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조합원들이 예상했던 분양가와 분양방법 등이 (분양가상한제로)실제 분양과 차이가 있더라도 사업 추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면 이 부분도 문제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 '66개 단지' 이후가 관건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단지들 중심으로 일반분양이 이뤄지면 향후 1년 정도는 서울 주요지역에서 공급 부족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정비사업 준비 혹은 시행 초기 단계인 사업장들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 자체를 원점으로 돌리거나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단지들과 달리 사업 속도 조절이 가능한 까닭이다. 이들 사업 초기 단계 사업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에 분양가상한제까지 더해지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에서는 도시환경정비를 포함한 정비사업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이 43개 사업장, 사업시행 단계는 64개 사업장이 있다. 이곳에서 주택 공급이 지연된다면 시장에는 상당한 파급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는 단기적 관점이 아닌 상한제가 시행되고 난 2~3년 후 정비사업에서 공급되는 주택 물량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정비사업의 경우 사업 진행에 오랜 시간이 걸려 필요한 시기 주택 공급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점이 상한제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토부는 과거 상한제 시행 이후에도 정비사업 인허가 물량은 연평균 2만1000가구로 시행 이전보다 많았고, 수도권 주택 공급계획에 의한 주택공급도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주택 부족 현상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