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 디에이치 더로얄'이 대한민국 최고 아파트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윤영준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 겸 부사장이 단상에 올라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외쳤다. 공사비 약 2조원, 사업비 약 7조원의 '공룡급 재개발' 한남3구역을 품에 안은 직후였다. 현대건설 직원들은 기쁨의 눈물을 닦아내거나 서로 얼싸안으며 축하를 나누느라 한동안 총회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이로써 장장 10개월의 시공사 선정 레이스가 마무리됐다. 한남3구역은 지난해 1차 입찰 때 서울시와 국토부의 눈 밖에 난 탓에 이번 재입찰은 조합과 시공사 모두 잔뜩 숨을 죽인 채 진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시공사를 선정한 한남3구역 조합도 개운해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정비사업 중 '대어'인 한남3구역을 품에 안으면서 도시정비사업 총 수주액 3조5000억원을 넘기게 됐다. 한남3구역이 한남뉴타운(2~5구역) 중 가장 사업 진행이 빠른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수주 사다리'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 접전 끝 활짝 웃은 현대건설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21일 오후 2시 강남 코엑스 전시장 1층 A홀에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입찰 3사를 대상으로 한 시공사 선정 총회 결과 총 2801표(현장참석 2735명) 중 1409표를 받은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득표율은 50.3%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라 조합 총회가 성원되려면 조합원 총 3857명 중 절반 이상(1929명)이 참석해야 했다. 입찰 건설사는 이날 참석자 2801명 중 과반인 1401표 이상을 득표해야만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었다. 한남3구역 조합원은 총 3842명이며 토지 등 소유자(저당권 설정, 지상권 등이 있는 경우)을 포함하면 총 3857명이다.
이날 총회 장소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그들의 지인이나 가족, 시공사 관계자, 강남구청 관계자, 취재진 등 수천명이 몰려 인근 지하철역부터 인파로 가득했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2도까지 치솟을 정도로 푹푹 찌는 속에서도 조합원들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입장 대기 줄을 섰다. 코로나19 감여 우려에 체온 측정, 손 소독 등의 절차를 거치느라 입장이 더뎠다. 시공사 선정 날이면 흔히 보이던 '막바지 홍보'는 없었다. 다만 윤영준 현대건설 주택부사장, 배원복 대림산업 대표 등 임원급이 현장을 방문하며 수주전의 열기를 방증했다.
투표에 앞서 진행된 2차 시공사 합동설명회도 뜨거운 분위기 속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시공사 선정 투표를 마치고 나온 한 조합원은 "시공사들이 오늘 프리젠테이션을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더라"며 "사활을 거는 듯했다"고 말했다. 투표는 오후 5시께 마무리되고 5시50분에 33개 통의 투표 용지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어 OMR 기계를 활용해 6시10분께 1차 투표 용지 개표를 마쳤다.
이날 투표는 1·2차가 동시에 진행됐다. 참석자 과반의 표를 받아야만 시공사로 선정되기 때문에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3개사를 대상으로 1차 투표 후 상위 2개사를 대상으로 2차 투표(결선 투표)를 해서 최종 시공사를 선정했다.
이를 위해 조합원 1인당 투표 용지 4장이 부여됐다. 투표 용지엔 1차 투표 용지인 ▲3개사 중 한 곳 선택 용지 한 장과 2차 투표 용지인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중 한 곳 선택 ▲현대건설과 GS건설과 한 곳 선택 ▲GS건설과 대림산업 중 한 곳 선택 용지 세 장 등이다.
하지만 1차 투표 용지 개표에선 현대 1167표, 대림 1060표, GS 497표로 과반을 넘는 곳이 없어서 무효됐다. 접전이었다. 이어 6시20분 결선 개표를 시작했고 오후 7시경 현대건설이 1409표로 대림산업(1258표)을 151표 차이로 제치고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 현대건설, 올해 정비사업 수주 3.5조원
이번 결과로 '맏형' 현대건설의 위용이 재확인됐다. 한남3구역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6일대에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 동, 5816가구(임대 876가구 포함)와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 단지명을 '한남 디에이치 더로얄'로 제안하고 단지 고급화 및 금융대여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이 회사가 제시한 총 공사비는 1조7377억원으로 조합의 예정가격보다 약 1500억원을 절감했다. 그러면서도 대안 공사비로 1979억원을 책정해 천연 대리석 마감, 이건 창호 등으로 마감수준을 높인다는 약속을 내놨다.
이주비도 기본 LTV(주택담보인정비율) 40%에다 추가로 LTV 60%까지 책임 조달하겠다고 제안했다. 사업촉진비(5000억원)를 포함한 사업비 대여자금도 '2조원 이상'으로 3사중 가장 높게 책정했다.
추가 부담금도 '입주시 100% 납부'와 '입주 1년 후 100% 납부' 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미분양 시 최초 일반분양가 금액으로 100% 대물 변제하고 '골든타임 분양제'로 분양시기도 조합 결정에 따르도록 했다.
상업시설도 미분양시 조합이 대물변제를 받는 조건이다. 현대건설은 단지 내 상업시설 7-2구역에 현대백화점을 입점하고 대치동‧목동‧중계동 등에서 유명한 학원을 들여 대규모 학원가를 조성하기로 했다. MD를 통한 상업시설 맞춤형 분양 서비스도 제공키로 했다.
한 조합원은 "현대건설이 제시한 마감재가 고급스럽고 자금력도 충분하다고 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공사를 선정을 마친 한남3구역 조합원들의 표정도 밝게 갰다. 한남3구역은 지난해 8월부터 시공사 선정을 시작했으나 수주전 과열에 따라 국토부와 서울시의 합동 점검 등으로 수개월 표류했다. 그러다 올 2월 다시 입찰을 진행해 1차 입찰사인 3사가 재입찰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일정이 더 미뤄졌다.
시공사 선정 총회 장소도 애초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이었으나 코로나19 감염 재확산 우려에 따른 공공시설 휴장으로 대관이 취소되면서 장소가 코엑스로 급하게 변경되기도 했다. 이마저도 강남구청이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며 좌초될 위기에 처했지만 조합은 사업 지연을 우려해 총회를 강행했다.
강신욱 강남구청 재난안전과 주무관은 이날 시공사 선정 총회 장소에 나와 "감염병예방법률에 따라 조합과 조합원 개인당 최대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며 방문자 수 등을 채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