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첫 성적표를 받았다. 국내 주택사업이 호조를 보였고, 코로나19 여파로 부진했던 해외사업도 순조로운 편이다.
다만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기에 영업이익이 큰폭으로 성장한 듯 보이지만 여전히 덩치에 비해 빈약한 이익수준과 수익성으로 윤영준 사장이 올해 헤쳐나가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신규 수주는 만족할 만하다. 올해 목표치의 27%를 달성하며 목표 달성에 청신호를 켰다.
◇ 주택사업 호조…현대엔지니어링도 성장
연결재무제표 기준 현대건설 1분기 영업이익은 21.5%(이하 전년 동기대비) 증가한 200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2% 늘어난 4조149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4.84%로 개선됐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6% 감소한 5485억원에 그쳤다. 2016년 이후 내리막이 계속되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기울기가 급격히 꺾였고, 이는 수장 교체로 이어졌다.
저점을 찍은 이후 올해부터는 기저효과 등으로 실적 성장세를 예상했다. 새롭게 회사를 이끌게 된 윤영준 사장에게는 나쁘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기저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데다 청약시장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호황이 이어진 점도 실적 반등에 한 몫을 했다.
당초 증권업계에선 현대건설이 1700억원 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숫자는 이를 뛰어넘었다. 현대건설이 분기 영업이익 2000억원을 넘은 것도 2019년 3분기(2392억원) 이후 약 1년 반(6분기) 만이다. 지난한해 실적의 37%에 달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윤영준 사장의 전문분야인 주택이 성장을 주도했다. 윤영준 사장은 2018년부터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아 각종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이끄는 등으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통한다.
실제 1분기 사업 부문별 매출액을 보면 건축‧주택 부문이 23.3% 증가한 1조5063억원으로 현대건설 내에서는 가장 큰 성장을 이뤄냈다. 이와 함께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7% 증가한 1조752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맏형의 성장에 힘을 보탬과 동시에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몸값을 높이고 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주택 분양 실적은 6941가구(현대건설 별도 기준)로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의 분양 목표 대비 22%를 달성하며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내 주택 분양 확대는 뚜렷한 매출 성장 기반이 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 신규 수주 순항…덩치 걸맞는 수익성·사업다각화 과제
부동산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내 집 마련 수요가 풍부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현대건설 뿐 아니라 건설업계의 호재다. 청약 대기수요가 많아 분양하는 사업장마다 큰 무리 없이 완판행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윤영준 사장은 이같은 호재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더욱 높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수익성은 덩치에 비해서도, 경쟁사와 비교해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분기 매출액이 4조원이 넘는데 비해 영업이익 수준이 낮아 영업이익률이 4%를 웃도는 수준이다. 분기 영업이익 2000억원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의 향후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는 요소인 신규 수주가 중요하다. 지난해 압도적인 숫자(27조1590억원)를 기록한 현대건설은 올해는 작년보다 보수적인 목표치(25조4000억원)를 설정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된 글로벌 경기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1분기와 비교해 신규 수주는 줄었다. 31% 감소한 6조8561억원 규모의 일감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해외 시장에선 싱가포르 SP그룹 라브라도 오피스 타워와 변전소‧관리동 신축공사, 사우디 하일-알주프 380kV 송전선 공사 등을 따냈다. 국내에선 신용산 북측 도시환경정비 2구역과 송도 6‧8공구 A15블록 공사 등을 수주했다.
다만 올해 목표치의 27%를 채운 숫자여서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타르 LNG 프로젝트 수주에는 실패했지만 쿠웨이트 항만과 홍콩 병원 등 가시성이 높은 프로젝트가 여럿 있다"며 "올해는 2016년 이후 지속된 이익감소에 마침표를 찍고 턴어라운드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윤영준 사장이 수익성 개선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신규 수주 확대와 함께 사업 다각화도 주요 경영과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양항만과 가스플랜트, 복합개발과 송‧변전 등 기술적‧지역별 경쟁력 우위인 공종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투자개발과 운영 등 건설 전 단계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스마트시티와 친환경 사업 추진에도 총력을 기울려 미래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