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시가격 논란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급등한 집값에 현실화율 개선이 더해지며 전국적으로 19.05%의 상승률을 기록한 까닭이다.
이에 따른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증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재산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하기로 했지만 반발은 거셌다. 4.7재보궐선거에서 부동산 민심 이탈을 경험했고, 야당(국민의힘) 지자체장들의 공시가격 재산정과 동결 요구 등의 압박도 거셌다.
이에 정부와 여당도 부동산 세제대책 손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산세율 감면 대상 주택의 공시가격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종부세 기준 완화는 안갯속이다.
◇ 60만 가구 이상 재산세 혜택 볼까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19.05%로 열람(안) 당시와 비교해 0.03%포인트 낮아지는데 그쳤다. 열람 기간 동안 4만9601건의 의견제출이 이뤄질 만큼 반발이 컸지만 야당이 요구한 재산정 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대신 정부‧여당은 세금정책 손질을 통해 세금부담을 줄이며 민심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세제와 대출 등 부동산 정책 보완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 중 재산세 관련해선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 부담을 낮춰주는 대상을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공시가격 6억~9억원 구간의 주택 보유자들은 세금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올해 공시가격 기준으로 이 구간에 해당되는 주택은 전국 59만2000가구로 4.2%, 서울은 13.4%인 34만6000가구가 해당된다. 이들 주택은 시세 10억원 내외의 주택이지만 재산세율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공시가격 상승분이 그대로 재산세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공시가격 4억원 후반에서 5억원 초반 선의 주택도 향후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걱정을 그나마 덜 수 있게 된다. 이 구간에 있는 주택도 집값 상승이 지속되고 현실화율 로드맵이 적용돼 공시가격이 산정될 경우, 내년 이후에는 6억원을 넘어서 세율 인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재산세 감면 기준금액이 상향 조정되면 향후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급격하게 세금 부담이 증가하는 현상을 완충하는 작용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종부세 기준 완화는 불투명
재산세 감면보다 앞서 공론화됐던 종부세 기준 완화는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당초 집값 상승으로 고가주택 기준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1주택 보유자들의 세금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기준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종부세 대상 주택은 상위 3.8%에 불과하고, 종부세 자체가 불필요한 투기성 부동산 보유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기준을 낮추면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련기사: [오세훈의 맞불]④종부세 등 세금까지 흔든다(04.22)
이와 함께 자산가치(집값)는 상승했는데 세금이 줄면 오히려 무주택자들과 비교해 조세형평에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다. 이런 이유로 여당 내에서도 찬반이 갈리며 논의 대상에서도 후순위도 밀린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