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목표로 '집값 하향'을 꼽았습니다. 재건축 안전진단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일부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당분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고요.
규제를 완화하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친 겁니다. 다만 그 속도가 얼마나 '조절'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여전한데요. 집값이 다시 상승하려는 분위기입니다. 규제 완화 수혜가 예상되는 서울 강남권과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향후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 때까지 이런 분위기가 지속할 전망입니다.
강남·용산 강세…서울 15주 만에 '상승 전환'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4주째 보합(0.00%)을 기록했습니다. 수도권은 전주 하락세(-0.01%)에서 보합 전환했고요. 지방의 경우 전주보다 0.01% 올랐습니다.
주목할 만한 곳은 서울입니다. 서울 집값이 15주 만에 상승세를 나타냈는데요.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른 건 지난 1월 17일(0.01%) 이후 처음입니다.
서울에서는 일부 지역이 전체 집값 상승세를 이끄는 분위기인데요.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는 강남구(0.03%)와 서초구(0.05%)의 상승세가 눈에 띄고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용산구(0.04%)도 눈에 띄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서울 강북권의 경우 전주 하락세(-0.01%)에서 보합 전환했습니다. 강북구의 경우 지난 1월 17일 이후 이어졌던 하락세가 15주 만에 멈추기도 했고요.
부동산원은 "추가 금리인상 우려와 세계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대체로 관망세 보이는 가운데, 규제완화 기대감 있는 재건축이나 강남권 초고가 단지는 오르며 서울 전체 (집값이) 상승 전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기 신도시 '기대감'…경기도 하락세 멈춰
경기도의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올해 들어 지속해온 하락세가 멈추고 집값이 반등하려는 분위기가 읽히는데요. 경기도의 경우 지난 1월 31일 이후 약세가 지속했던 아파트값이 14주 만에 보합으로 돌아섰습니다.
특히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은 1기 신도시 지역 집값이 눈에 띄게 오르고 있는데요. 일산동구의 경우 전주보다 0.06% 오르며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갔고요. 성남 분당구 역시 전주에 이어 0.05%의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3일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 주택 1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국정 과제로 채택했는데요. 이에 따라 앞으로 1기 신도시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불확실성 여전…"재건축 위주 상승 이어질 것"
다만 여전히 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도 남아 있는데요. 새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도 '속도조절'을 지속해 시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희룡 후보자는 지난 2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하게 풀되, 투기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를 '집값 하향'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관련 기사:원희룡, 규제 풀고 과도한 투기는 잡고 집값도 안정?(5월 2일)
또 재건축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재건축 안전진단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시장을 너무 한꺼번에 자극하고 혼란에 빠뜨릴 수 있어 당분간 건드리면 안 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고요.
문재인 정부와 다르게 '규제 완화' 기조를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 심상치 않은 집값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가 읽힙니다.
시장의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1.1로 지난주(90.5)보다 0.6포인트 올랐습니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 보다 낮으면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이 지수는 대선 이후 7주 연속 상승하다가 지난주 하락 전환하더니, 다시 반등하는 등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의 심리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윤석열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와 시장 기능 회복을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했다"며 "다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규제가 유지되고, 높은 집값에 따른 이자 부담 등으로 실수요의 주택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긴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재건축 발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되는 가운데 거래량은 소폭 증가에 그칠 전망"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