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논란 속에서 추진했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본궤도에 오른다. 지난 정부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해 논란을 부른 데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공사 기간 단축 방안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시 등 관련 지방자치단체가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조기 건설을 주장해왔지만, 국토부는 반대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 뒤 건설공법을 재검토해서라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가덕신공항 수립용역 착수…"사업 단축 방안 마련"
국토교통부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덕도신공항(이하 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수립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에는 부산시, 울산시, 경상남도 등 지자체 관계자와 해양수산부, 국방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공항 관계 기관이 참석했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달 31일 신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착수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용역을 통해 사업 단축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기간 단축을 위한 설계시공 일괄발주 방식, 보상업무 조기추진 등 조기착공 방안과 전문가 기술적 검토를 통한 주요 공종별 기간 단축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첨단 건설기술 등 민간의 창의성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불문 선거 때마다 '신공항' 공약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문재인 정권 말인 지난해 3월 특별법을 제정·공포한 뒤 4월 사전타당성 조사를 완료했고, 이후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낸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새 정부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제시한 공사 기간이나 건설 공법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기존 계획보다 더욱 빠르게 건설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의지다. ▶관련 기사: 넉달전 '불가'라더니…국토부 "가덕신공항 공사 단축"(8월 31일)
이처럼 정치권에서 힘을 합쳐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이는 것은 정치적 이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화두를 꺼낸 뒤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마다 공항 건설을 지역 공약으로 내세우곤 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 후보 시절 신공항 예타 조사 면제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정권 바뀌니 기간 단축?…"유명무실 공항 우려"
가덕도신공항 사전타당성(사타) 검토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신공항 사업비는 13조 7000억원이다. 이는 활주로(3500m) 1개 기준 예산으로 가장 경제적인 공법으로 책정한 최소 비용이다. 향후 활주로를 추가할 경우 6조~7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사업비는 막대하지만 경제성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타에 따르면 신공항 건설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은 0.51~0.58로 조사됐다. 이 비율이 1 이상이 나와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지난 4월 신공항이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이라며 "경제성만을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향후 신공항 연계 교통망과 항만·철도·항공 연계 물류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동남권의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새 정부 들어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토부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부산시가 주장한 2030년 이전 공항 설립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예타를 면제하더라도 기본계획과 설계, 환경 관련 협의, 보상 등의 후속 행정 절차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실현이 어려운 일정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업 단축에 가장 중점을 두는 듯한 모습이다. 이상헌 가덕도신공항 건립추진단장은 이날 "사전타당성조사 이후 국회, 지자체 언론 등에서 제시한 다양한 의견과 대안 등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사업기간을 단축함과 동시에 신공항의 안전과 품질도 확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신공항 건립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일관성 없이 추진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해 나오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지역 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예타 등을 통해 충분히 사업을 검토한 뒤 진행해야 예산과 세금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며 "무작정 공항을 만들 경우 자칫 공항이 유명무실화해 부실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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