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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토부가 감당할 '가덕도신공항' 리스크

  • 2023.03.16(목) 09:14

"2030년 개항 불가"라더니…1년 만에 말 뒤집어
공기단축 위해 공항배치 변경…연구진도 "도전적 과제"
엑스포 유치 올인…13조원 국책사업 졸속행정 우려

국토교통부가 가덕도신공항을 오는 2029년 12월에 조기 개항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이 시기 개항이 불가하다고 했지만 말을 바꿨다. 이 계획 용역 연구진조차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고 강조할 만큼 이루기가 쉽지 않은 목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해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기사: 가덕신공항, 육해상에 매립식…2029년 조기 개항(3월 14일)

이번 결정으로 부산은 경쟁 도시에 뒤처졌던 교통 인프라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 국제박람회기구(BEI) 실사단이 내달 2일 우리나라를 방문하기 직전 정부가 힘을 보탰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이로써 올해 말 발표하는 개최국 선정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부산 지역 정치권에서도 "실사단의 개최지 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중간보고 브리핑.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다. 국토부는 이번 결단으로 오랜 기간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를 지게 됐다. 당장은 조기 개항 계획 발표 자체로 박수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험난한 길이 남았다.

우선 올해 말 부산시가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선정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기 개항을 완수해야만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공항 설립을 내세워 엑스포를 유치에 성공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혹여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공기가 지연되더라도 '무리한 계획'을 세워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토부가 제시한 '공사 기간 5년'은 앞서 다른 공항 건설 사례와 비교하면 유례 없이 빠른 속도다. 인천국제공항 1단계 사업의 공사 기간은 9년, 2단계는 6년이었다. 현재 건설 중인 울릉공항의 공사 기간은 5년이지만 총사업비가 약 7000억원가량으로 가덕도신공항(13조 7600억원)과 20배가량 차이 난다.

공기 단축으로 예상되는 여러 부작용을 방지하고 해소해야 하는 것도 국토부의 몫이다. 이번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빠른 공사를 위해 공항 배치를 바꿨다는 사실이다. 국토부는 1년 전 사전타당성조사에서는 충분한 공사 기간을 가지고 공항을 전부 해상 매립해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사 기간 단축을 주안점으로 두겠다며 육상과 해상에 걸쳐 시설을 배치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가독도신공항 건설 추진계획 대안 비교. /그래픽=비즈워치.

그런데 이번에 결정한 '육·해상 매립식'의 경우 정부가 이미 지난해에 부등침하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방식대로 활주로를 지으면 연약한 지반이 불규칙하게 내려앉을 수 있다는 우려다. 국토부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며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우려와 비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 기간을 줄이느라 사업비가 늘어날 경우 그간 지적돼 온 낮은 사업성에 대한 논란도 더욱 커질 수 있다. 돈이 더 들어갈 여지는 있다. 예를 들어 이번 방안의 실현을 위해 신규 대형 장비 도입은 물론 신기술·신공법 도입, 인력 투입 강화 등을 제시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사업의 용역 연구진 측도 이와 관련 "(사업비가) 늘어날 소지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덕도신공항은 지난해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기준치를 한참 밑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더해 공사 기간을 줄이겠다며 돈이 추가로 든다면 사업성이 더 떨어져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 있다.

혹여 엑스포 개최에 실패하더라도 문제다. 그렇게 되면 조기 개항이라는 도전적인 과제를 무리해가며 추진할 명분이 사라진다. 일각에서는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지 못하면 공사 기간을 다시 넉넉하게 잡을 수 있다는 때 이른 예측도 나온다. 이는 이것대로 모양새가 우스워질 수 있다.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계획을 두 번 뒤집은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용역 연구진 측은 "저희는 (조기 개항이) 가능한 답을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엑스포 유치 여부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혹여 유치에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재검토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셈이다.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비교. /그래픽=비즈워치.

무엇보다 이번 결정으로 국토부는 정책 추진의 신뢰성에 타격을 받게 됐다. 아무리 정권이 교체된 영향이 있다고 하지만 정책 방향을 1년 만에 뒤집은 데 따른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례 없는 공사 기간을 제시하는 등 '도전적인 과제'를 이루겠다고 공언한 것 역시 신뢰를 받기는 어려운 일이다. 13조원이 넘게 투입되는 국가의 주요 기반 시설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휩쓸려 졸속으로 만드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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