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의 흥행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얼어붙은 청약시장 때문이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들은 대부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등 고군분투했다. 대형 건설사, 대단지, 역세권 등 기존 프리미엄도, 대출 규제 완화도 모두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그간 서울 분양이 강북권역에 집중했던 반면 둔촌주공은 강남4구로 꼽히는 강동에 자리했다는 점에서 강점이 부각된다. 올해 한강 이남 대단지 분양은 둔촌주공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수요자들이 아껴뒀던 청약통장을 꺼내면 '완판'에는 무리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지만 주택형 별로 양극화할 수 있다는 상반된 시각도 나온다.
서울 대단지도 한 자릿수 경쟁률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 SK뷰 롯데캐슬은 최근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6.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336가구를 모집하는 데 총 2090명이 청약했다. 특히 모집 가구 수가 많은 84C(60가구)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1.7대 1로 간신히 경쟁이 성립됐다.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하긴 했지만, 기대보다는 인기가 저조하다는 평가다. 17일 기준 부동산R114가 조사한 올해 서울 민간 분양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26.4대 1인데, 이보다 한참 모자라다.
앞서 이 단지는 서울에 10개월 만에 공고된 대단지로 관심을 끌었다. 지난 1월 강북구 미아동에 북서울자이 폴라리스가 분양한 이후 서울에는 1000단지 이상 아파트 분양이 없었다. 이때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34.4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감한 바 있다.
대출 규제 완화도 통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21일부터 중도금 대출 허용 기준을 현재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분양가 12억원 이하로 상향한다. 규정 개정 후 중도금 대출을 실행한 모든 단지에 적용한다. 리버센 SK뷰 롯데캐슬도 전 가구가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수요자들이 몰리지 않은 건 최근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며 매수심리가 꺾여서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83.5로 전월에 비해 6.6 떨어졌다. 지수가 95 미만이면 부동산 중개업소와 일반 가구 등 시장 참여자들이 하강 국면이라고 인식한다는 의미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리버센 SK뷰 롯데캐슬은 역세권에 강남 접근성이 좋고, 브랜드 아파트인데도 청약통장이 몰리지 않았다"며 "서울, 특히 강북은 집값이 고전하고 있어 분양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달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당첨자들이 계약으로 연결될지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청약 경쟁률이 두자릿수였던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도 18가구의 미계약분이 발생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금리 인상 등 시장 침체 요인이 지속하는 상황이라 일반분양만을 기다렸던 둔촌주공 수요자들도 주춤할 수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이 계속해서 하락하면서 청약수요가 주춤하고 당첨돼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꾸준하다"며 "대단지인 둔촌주공은 주택형별로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동은 강북과 다르다?
다만 둔촌주공은 올해 분양한 다른 단지들과 다르게 강동송파권역의 대단지다. 강북권역 단지들과는 입지 등에서 차이가 있어 올해 청약시장 흐름과는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올해 이미 분양한 단지와 분양 예정 단지를 통틀어 이 지역에서 분양하는 대단지는 둔촌주공이 유일하다.
실제 둔촌주공 인근 더샵 파크솔레이유는 지난 15일 평균 경쟁률 15.7대 1로 1순위 청약을 마감하기도 했다. 53가구 모집에 총 831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
지하 2층~지상 10층, 4개동, 195가구 규모로 둔촌주공보다 훨씬 작은 단지인데다 후분양이라 내년 6월까지 약 7개월 안에 잔금을 치러야 함에도 수요가 충분했다.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12억1000만~13억2000만원으로 둔촌주공보다 살짝 저렴했다.
또 분양을 수년간 미루면서 청약통장을 아꼈던 수요자들이 대거 남아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둔촌주공 조합은 애초 2020년 4월 분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분양가 산정 문제로 조합 내부 갈등을 겪다 공사중단까지 이르며 2년6개월 넘게 분양이 늦어졌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서울은 올해 분양 물량이 너무 없었는데, 그나마 대단지도 관심이 적은 미아동에서 나와 미계약분이 나오고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등 분위기가 침체된 것"이라며 "곧 둔촌주공이 분양할 것을 아는데 굳이 청약통장을 쓸 이유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동구는 강북과는 가격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며 "대출 규제 완화로 분양가 12억원까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니 오히려 전용 59㎡ 수요자들은 확대된 셈이라 흥행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