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가 20년째 '국내 최고 땅값' 자리를 지켰다. 인근 우리은행과 CGV 건물도 나란히 땅값 상위 2·3위를 유지했다. 다만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하향 조정되며 공시지가는 7% 이상 하락했다.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이 전국적으로 하락하면서 보유세 등의 부담이 줄 전망이다. 내년 3월 발표 예정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역시 올해에 비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 소유자 열람 및 의견 청취 절차를 오늘(14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표준지 공시지가 전국 1위는 서울 명동 네이처리퍼블릭(169.3㎡)이 차지했다. 내년 공시지가는 1㎡당 1억7410만원으로 20년째 가장 비싼 땅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2~8위 모두 작년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2위인 명동2가 우리은행 부지(392.4㎡)의 내년 공시지가는 1㎡당 1억7270만원, 3위인 충무로2가 CGV 집합건물 부지 (300.1㎡)는 1㎡당 1억6530만원으로 발표됐다.
상위 10위권에선 9위와 10위만 서로 자리를 바꿨다. 올해 10위였던 역삼동 업무용 부지(747.7㎡)의 내년 공시지가는 1㎡당 1억17300만원으로 9위로 한 계단 올랐다. 10위인 서초동 업무용 부지(662.2㎡)는 1㎡당 1억1510만원에 책정될 전망이다.
다만 이들 부지의 공시지가는 올해에 비해 평균 7.6%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1㎡당 1490만원(7.9%), 우리은행 부지와 CGV 부지는 각각 1480만원(7.9%), 1320만원(7.4%) 내린다.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65.4%)으로 하향 조정한 영향이다. 표준지 공시지가 전국 평균 변동률은 -5.92%로 공시지가가 하락한 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42%) 이후 처음이다.
집값 하락 및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명동 일대 부지들은 작년에도 코로나19 탓에 상권이 크게 위축되면서 공시지가가 하락한 바 있다.
표준지 공시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들 부지에 대한 보유세도 감소할 전망이다. 내년 3월 발표 예정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역시 이같은 현실화율을 적용하면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이번 공시지가 하락은 개별 토지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라기보단 현실화 계획 수정에 따라 조정된 게 더 커보인다"며 "보유세 변화는 개별적이겠지만 공시지가가 내렸으니 세금 또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경우 지난 2년간 인상률이 20% 가까이 나왔는데, 인상 폭이 컸던 만큼 토지·단독주택보다 인하 폭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유세 감소가 주택 매수세에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주택 보유자들의 부담을 감면하는 등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시가격 하락은 세부담 때문에 매도 압박을 받는 주택 보유자들의 부담을 다소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며 "집값 하락폭을 다소 줄이는 연착륙 효과는 있겠으나 매수세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