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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생활형숙박시설' 먼저 파는 사람이 위너…살 길은?

  • 2022.12.22(목) 06:30

생활형숙박시설, 부동산 한파 직격탄
마피·무피에도 안팔려 편법마케팅까지
유일 퇴로 오피스텔 전환도 'D-10개월'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투자자들의 근심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한때 '규제 틈새시장'으로 투자 열풍이 불었던 생숙이 부동산 한파를 맞으면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어서다. 

급속도로 꺼지는 매수 심리에 '마피'(분양가보다 저렴한 가격)도 큰 소용이 없는 분위기다. 유일한 퇴로로 꼽히는 오피스텔 용도 전환 유예기간도 10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투자자들의 셈법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생숙 그냥 가져가세요~' 너도나도 던지기

최근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 생활형 숙박시설 매매글이 활발히 게시되고 있다. 

한 생숙 수분양자는 'A단지 생숙 그냥 가져가세요'라는 제목으로 계약금 포기, 부가세 환급 등의 조건으로 '파격 처분' 하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무피'(분양 당시 가격)나 '마피' 매물도 쉽게 눈에 띄었다. 

올 들어 금리 인상, 주택 매수 심리 위축 등으로 부동산 하락기에 접어든 가운데 수익형 부동산인 생숙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자 너도나도 '던지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2년 장기투숙 호텔 개념으로 도입된 생숙은 수분양자가 전·월세 임대 계약을 맺어 임대 수익을 내거나 호텔·콘도 등처럼 숙박시설로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주택이 아닌 숙박시설로 보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이 아니며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분양 시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다. 

부동산 상승기 생숙이 '규제 틈새 상품'으로 주목받은 이유다. 아파트 시장과 함께 생숙 등 비아파트 시장도 덩달아 상승하면서 지난해만 해도 생숙은 최고 경쟁률 세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만 해도 수분양자들은 생숙으로 월세나 숙박료를 벌어들이기 보다는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에 프리미엄을 붙여 전매하면서 단기 시세차익을 실현했다. 

그러나 올해 부동산 하락기에 접어들자 실거주가 어려운 생숙의 가격도 가파르게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인상하며 1년 만에 총 2%포인트의 금리를 올렸다. 생숙은 계약금 정도만 마련하고 상당 부분 대출에 의존한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같은 금리 급등에 직격탄을 맞았다. 

생숙 가치가 크게 하락하자 청약에서 흥행 몰이를 한 단지들도 '마피'로 전락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강서구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다. 이곳은 지난해 8월 분양 당시 평균 657대 1, 최고 6048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자랑했지만 최근 '무피', '마피' 분양권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곳곳에서 이런 매물들이 나오고 있지만 좀처럼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편법 마케팅' 문제도 커지고 있다. 편법으로 실거주할 방법을 안내하거나 오피스텔 전환이 안 되는데 가능한 것처럼 안내하는 식이다. 

 오피스텔 전환 안 되면 어쩌나

시장에선 생숙의 유일한 '퇴로'를 오피스텔 전환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내년 10월14일까지 2년간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받아주기로 했다.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면 주거용으로 살아도 이행 강제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바닥난방이 설치된 전용면적 85㎡ 생숙도 오피스텔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원칙대로라면 기존 오피스텔은 전용 85㎡를 넘으면 바닥난방을 설치할 수 없다. 

이에 최근 분양한 생숙 단지들은 실거주하거나 합법적으로 임대를 주기 위해 오피스텔 용도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용도 변경도 마냥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구단위계획상 오피스텔 용도로 변경할 수 없는 지역도 있고 구분소유자가 있는 단지(각 호실 분양)의 경우 공용부분 용도변경 등을 하려면 개별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지자체별로 정한 주차대수 등도 생숙과 오피스텔의 기준이 달라 지자체의 조례개정도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10개월여 남은 유예 기간 내 오피스텔 전환을 하지 못하고 매수자도 찾지 못할 경우 수분양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숙박시설 운영밖에 없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한동안 허용됐던 '편법'인 주거용 사용도 막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숙박시설로 운영하기엔 전문성 없는 개인이 운영하기 어렵고, 국내 숙박시설 운영 업체가 상당히 적어 위탁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시장 전망도 암울하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침체기가 이어지는 한 수익형 생숙의 가격이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생숙이 인기를 끌었던 건 틈새 시장이었기 때문"이라며 "주택이 아니라 저금리에 대출이 나왔고 가격도 상가 등 다른 물건보다 저렴해 피(프리미엄) 받고 팔기 위해 너도나도 뛰어들었으나 파는 길이 막힌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가 뛰면서 생숙 등 수익형 부동산의 가격도 너무 많이 오른 상태인데다 금리 부담이 커서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팔 수 있으면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는 게 좋겠지만 안 되면 유예기간 내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해서 월세 수익이라도 받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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