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똑똑한 전세살이]⑥집주인 바로 알기

  • 2023.03.06(월) 06:30

4월부터 임대인 체납정보 확인가능
공동명의는 명의인 모두와 계약해야
집주인 바뀌어도 세입자 대항력 유지

# 악몽은 집주인이 바뀌면서부터 시작됐어요. 이전 집주인은 상가와 빌딩을 몇 채씩 갖고 있는 부호라 전세보증금 반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는데요. 새 집주인은 '영끌'로 무리해서 빌라를 산 거라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없다며 뻔뻔하게 나오지 뭐예요? 집주인에 대해 미리 좀 알아볼 걸 후회가 되면서도…… 대체 무슨 수로 알아보냐구요!

전셋집을 구할 때 흔히 간과하는 게 있습니다. 집의 위치, 가격, 계약 조건 등은 낱낱이 살펴보면서도 그 집을 보유한 '집주인'(임대인)에 관한 정보는 놓치곤 하는데요. 

결국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건 임대인이기 때문에 반환 여력이 있는지 잘 확인해야겠죠. 그렇다고 집주인에게 통장 잔액을 보여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과연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4월부터 임대인 체납정보 확인 가능

통상 전셋집이 '안전한 집'인지를 따져볼 때면 해당 주택의 가격이나 설정된 근저당 수준 등을 위주로 보는데요. 집만 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사실!

최근 불거진 '빌라왕' 사태 등에선 임대인이 작정하고 보증금을 안 돌려줄 생각으로 대출 하나 없이 깨끗한 등기부등본을 만들어 세입자들을 유인하기도 했거든요.

결국 내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임대인도 잘 살펴보는 게 중요한데요. 그렇다고 임대인의 자금 상태를 전부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고요. 

체납(미납국세) 이력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꽤 중요한 정보인데요. 

임대인의 미납국세로 인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다른 이유로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고 해도 체납 세금이 있으면 세금의 종류에 따라 전세보증금보다 배당 순서가 앞서기도 하거든요.

현재는 세입자가 임대인의 체납 사실을 확인하려면 임대인의 동의서를 받은 뒤 임대인 및 신청인의 신분증을 갖고 임차할 건물 소재지 관할 세무서에 방문해 신청해야 합니다. 

절차가 번거로울뿐만 아니라 임대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협조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데요. 

오는 4월1일부터는 보증금 1000만원 이상인 임대차 계약이라면 임대인 동의 없이도 체납 이력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일부터 임대차 개시일까지 전국 세무서 어디에서나 열람할 수 있죠.

집주인이 공동명의인이라면 임대차 계약할 때 더 유의해야 합니다. 부부의 경우 남편이나 아내 중 한 명만 계약자로 입회해 '부부라 괜찮아요~' 하면서 세입자를 안심시키는 경우가 있는데요.

공동명의일 때는 명의인 모두와 계약해야 합니다. 계약자가 한 명만 왔다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으로 나머지 명의인의 의사를 명확히 해야 하고요. 

계약기간 만료로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땐 둘 중 한 명에게만 하면 되고요. 전세금반환이 이뤄지지 않아 소송을 걸 경우엔 공동명의인 모두를 특정해야 하는데요.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집주인 명의가 공동으로 된 전세계약은 법률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공동 집주인 중 한 명에게 문제가 발생하거나 연락 두절이 된 상황에선 전세금반환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임차인의 임대인 미납국세에 대한 열람권 확대./그래픽=비즈워치

집주인이 바뀌었다고요?

계약 후 집주인이 바뀐 경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임대인은 임차인 동의 없이도 소유 주택을 팔 수 있기 때문에 세입자가 집을 임차해 살고 있는 와중에 임대인이 바뀌기도 하는데요. 이 경우 세입자는 기존 계약을 유지하거나 승계 거부 통지를 하고 보증금 반환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돼 있는데요. 이에 따라 집주인이 바뀌었다고 해도 세입자는 기존 집주인과 작성했던 계약서의 효력이 유지됩니다. 

새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를 잘 모르고 새 계약서를 쓴 뒤 확정일자까지 새로 받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기존 확정일자의 우선변제권을 받지 못합니다. 

계약서를 따로 쓰지 않았다고 해도 전세대출을 받았거나 전세보증보험을 들어놓은 상태라면 각각의 기관에 임대인 변경(주채무자 변경) 신청을 해야 합니다. 

전세보증보험의 경우 임대인 변경 신청을 하지 않으면 향후 전세금 미반환 시 보장받지 못하기도 하거든요.

다만 새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해서 이에 합의했을 경우엔 새 계약서를 써야 하는데요. 이때는 반드시 계약서를 쓰기 전 등기부등본을 확인해서 새롭게 추가된 근저당 등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전세금을 올리면 증액분에 대한 증액 계약서만 따로 쓰고, 증액 작성한 부분에 대해 확정일자를 받게 돼 있는데요. 새 임대인이 이보다 먼저 대출을 실행할 경우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세입자의 순위가 밀려날 수 있거든요. 

세입자가 승계 거부를 할 수도 있는데요. 이 경우 통상 2주~1개월 이내 이의제기를 해서 기존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 반환을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매매 계약이 끝난 상태라면 새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받으라며 돌려주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는데요. 

관련 판례(대판 2001다64615)에 따르면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는 판결도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아직까지는 임대인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줄만한 사람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래도 점점 상황이 나아질듯 합니다. 오늘 9월부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의 신상을 '안심전세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거든요. 

악성임대인의 이름,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채무에 관한 사항, 구상채무에 관한 사항 등이 공개된다면 세입자도 좀 더 안심하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겠네요!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